‘2050년 석유 가격은 얼마?’가 갖는 의미

국제유가는 예측불허의 양상을 보여 수십 년 후의 국제유가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2050년에도 석유가 산업과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석유 수요는 상당 기간 계속 늘어 2030년대에 피크(peak)에 도달하고, 2040년 중반부터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배경으로는 내연기관자동차 연비 개선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라는 다소 의외의 분석이 있다. 시대 흐름으로는 화석에너지인 석유의 점진적인 퇴장은 불가피하다. 다만 석유만큼 경제성과 수급 안정성이 뛰어난 대체 에너지를 찾기가 쉽지 않고, 석유에너지는 환경 친화 성능을 꾸준히 개선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석유는 오랜 기간 주력 에너지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에너지 미래 환경을 예측한 흥미로운 전망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 기관인 에너지정보청(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은 최근 2050년의 국제유가 전망치를 예상한 자료를 발표했다. 2050년이 과연 올까?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고 지구인들의 하루하루가 쌓이며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런데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2050년까지 석유가 주력 에너지로 살아남을 것인가가 그렇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탈석유 움직임을 감안하면 석유의 생존은 위태롭기만 한데 EIA는 2050년의 국제유가를 예측하고 있다.

 

6가지 케이스 전제로 장기 유가 전망

미국 EIA는 최근 발간한 ‘Annual Energy Outlook’을 통해 장기 국제유가를 전망하고 있다. 물론 그 배경에는 2050년까지 화석에너지가 살아남는다는 전제가 깔렸다. 여전히 주력에너지로 자리매김한다는 확신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는다면 30여 년 이후의 유가를 예측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EIA는 2050년의 국제유가를 전망하면서 저 경제성장률, 고 경제성장률, 저유가, 고유가, 저 매장량, 고매 장량 등 6가지 케이스를 전제로 상정했다. 풀어 보면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거나 석유 소비가 줄어들 수 있는 환경, 석유매장량이 한계에 다다른 나름의 한계 상황까지 감안해 장기 유가를 예측한 것이다.

 

2050년 유가, 지금보다 낮을 수도

EIA는 2050년을 사는 지구인이 부담해야 할 평균 유가를 브렌트유 기준으로 1배럴에 114달러로 전망했다. 2018년 3월의 첫째 주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5.54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약 32년이 흐른 이후 소비자들은 현재보다 75% 정도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 석유를 사용할 수 있다.

저유가 시나리오에서는 1배럴에 평균 52달러로 전망했다. 이 시나리오가 적중한다면 2050년 석유 소비자들은 현재보다도 낮은 가격에 휘발유를 사용할 수 있다. 고유가 상황에서는 평균 229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저유가 시나리오보다 4배 이상 높고 평균 예상 유가인 114달러보다 2배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2050년에도 석유는 중요 에너지원

국제유가는 최근 수년 사이에도 배럴당 100불을 넘었다가 20불대까지 곤두박질칠 만큼 예측불허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고와 최저 가격 간의 간극도 비정상적으로 크다.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타협점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는 점은 원유 역시 일반 코모더티(commodity)와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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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세계 최대 원유 밀집 지역인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중심의 비전통 자원 개발 등 돌출적이고 가변적인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할 때면 유가 향방은 신의 영역으로 숨어 버리곤 한다. 그런 측면에서 수십 년 후인 2050년 국제유가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2050년에도 원유 매장량이 여전히 차고 넘칠 수 있고 경제 성장 여부에 따라 석유 소비량이 결정될 만큼 산업과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IA가 2050년의 국제유가 전망에 대입한 6가지 케이스가 바로 그런 상황을 전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 수요 피크, 아직 멀었다

이 대목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분석이 눈길을 끈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 기업인 BP는 매년 ‘세계 에너지 시장 분석(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올해로 66년을 맞을 만큼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 발표한 장기 에너지 전망에 따르면 세계 석유 수요는 상당 기간 계속 늘어 2030년대에 피크(peak)에 도달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2040년 중반까지는 지금보다 석유 소비량이 많게 유지되고 그 이후부터 감소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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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에너지로서의 석유 미래 엿볼 수 있다

그런데 BP는 석유 소비 감소의 배경으로 다소 의외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기차가 늘어나고 석유 화학 산물인 플라스틱 포장재 등의 규제가 강화되는 것보다 내연기관자동차 연비 개선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내연기관 엔진 효율성이 개선되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이 주력 수송 수단으로 활약하면서 같은 거리를 주행하는 데 소모되는 석유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이 미래 석유 수요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BP의 장기 에너지 전망은 내연기관자동차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대중적인 수송 수단으로 살아남고 석유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담고 있다. 지구가 보다 청정한 에너지를 원하면서 화석에너지인 석유의 점진적인 퇴장은 불가피하다. 다만 EIA나 BP의 미래 전망에서는 ‘석유만큼 경제성과 수급 안정성이 뛰어난 대체 에너지를 찾기가 쉽지 않고 석유에너지는 환경 친화 성능을 꾸준히 개선하며 앞으로도 오랜 기간 주력 에너지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힌트를 엿볼 수 있다.


industrial writer GS칼텍스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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