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수출하는 비산유국, 한국

에너지 97%를 수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절대적인 에너지 자원 빈국이다.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니 말이다. 특히 석유제품 원료인 원유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동해 가스전에서 초경질원유인 컨덴세이트가 일부 생산되지만 극소량에 불과하다.
그런 대한민국이 전 세계 60여 국가에 석유제품을 수출 중이다.

전 세계 66개국에 석유 수출

한국은 전 세계 66개국에 석유 수출 중

전 세계 국가의 수는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0개에 조금 못 미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국제 기구인 UN이 인정하는 국가 수가 그렇다. UN 정식 회원은 193개국이며 바티칸시국, 팔레스타인, 코소보를 포함해 196개국 정도가 지구 지도를 구성하고 있다.

이중 대한민국 정유사들이 석유를 수출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국가는 2015년 기준으로 66개국에 달한다. 전 세계 국가의 34%가 ‘메이드 인 코리아’ 석유제품을 수입, 유통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도 한국산 석유 수입

2014년 총 원유 생산량 8,867만 배럴

BP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은 하루 8867만 배럴을 기록했는데 미국이 1164만배럴로 1위를 기록했고 1150만 배럴을 기록한 사우디가 2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사우디가 각각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13%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은 자국내 수요가 절대적인 반면 사우디는 수출 비중이 높다. 이런 이유 때문에 원유 생산량은 미국이 세계 1위이지만 국제 원유 수급과 가격은 사우디가 중심인 OPEC 즉 원유수출국기구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산 석유제품이 수입, 유통되고 있다.

알래스카에 냉장고를 파는 격

지난해 우리 정유사들이 사우디에 수출한 석유는 총 394만 배럴을 기록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하루 반 나절 정도 생산해서 얻어진 석유가 사우디로 수출된 것이다. 전 세계 원유 생산과 수출을 주도하며 국제 유가를 결정하는 산유국 카르텔인 OPEC 회원국은 12곳 인데 이중 사우디를 포함해 이라크,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 앙골라, 나이지리아, 쿠웨이트 등 7개국에 한국산 석유제품이 수출되고 있다.

정유사들은 산유국에서 원유를 수입하고 그 산유국에 석유 완제품을 내다 팔고 있으니 알래스카에 냉장고를 수출하는 것만큼 진귀한 광경인 것은 분명하다.

이웃 나라 3개국에 13조원 수출

한국 정유사가 가장 많은 석유를 수출하는 곳은 가까운 이웃나라들이다. 지난해 가장 많은 석유를 수출한 곳은 아시아 에너지 허브인 싱가포르로 총 7680만 배럴, 금액으로는 48억9389만 달러 어치 즉 5조원이 넘는 금액이 팔렸다. 이어 중국이 41억 달러에 달하는 7233만 배럴, 일본이 32억 달러 규모의 5720만 배럴의 한국산 석유를 수입했다. 한국 정유사들이 지난해 싱가포르와 중국, 일본 3개국에 수출한 석유만 13조원이 넘었다.

2015년 한국의 3대 석유 수출국

먼 나라 남미도 한국산 석유로 달려

한국산 석유는 먼나라에도 수출되고 있다. 지구 반대편 남미에 메이드 인 코리아 석유가 팔려 나가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 페루, 칠레가 한국 정유사의 수출 파트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트리니다드 토바고에도 지난해 138만 배럴의 경유가 수출됐다. 그림 같은 남태평양 국가 어느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한국산 휘발유가 채워져 있다. 뉴질랜드나 호주는 물론이고 ‘정글의 법칙’에나 등장할 법한 섬나라 피지, 뉴칼레도니아, 사모아, 파푸아뉴기니도 한국산 석유를 사용한다.

정유사 맨(man)들은 석유를 등에 메고 카리브해나 남태평양의 환상적인 섬나라를 다닐 수 있다.중동에서 수입한 원유로 생산한 석유를 수출하기 위해서 말이다.

탁월한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 원천

한국 정유사의 수출 경쟁력이 높은 배경은 규모의 경제가 탁월하고 고도화 설비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SK에너지가 일산 121만5000배럴의 생산 능력을 보유해 단일 공장으로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GS칼텍스도 78만5000배럴의 정제능력으로 세계 4위, 66만9000배럴의 원유를 생산 처리할 수 있는 S-OIL이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단일 공장 생산 능력이 탁월한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단위당 생산 비용을 하락시켜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벙커-C유 등을 값비싼 휘발유나 경유로 전환시켜 일명 ‘지상유전’으로 불리는 고도화설비 비율이 높은 것도 경쟁력 원천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 정유사들의 고도화 설비 비율은 약 2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가 예산 8% 달하는 금액, 수출로 벌어 들여

국내 4대 정유사의 수출 비중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대한민국 4개 정유사는 지난해 총 9억 5170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했다. 이중 45.5%에 해당되는 4억3264만 배럴을 수출했다. 수출한 석유는 산유국인 사우디나 미국, 러시아는 물론이고 남미 어느 고원 지대 발전 에너지로, 남태평양 섬나라의 자동차 연료로 사용됐다.

정유사들은 한국에서 한 해 소비되는 석유만큼의 원유를 전략적으로 더 수입하고 있다. 더 많이 수입된 원유는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나 경유 등 경질 석유제품으로 생산돼 수출되며 외화를 벌고 있다. 정유사들이 지난해 석유를 수출해 벌어들인 돈은 273억2700만 달러에 달한다. 2015년 평균 원달러 환율인 1131.5원을 적용하면 31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예산은 375조원으로 정유사들은 이중 8.3%에 해당되는 금액을 수출로 벌어들였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금액은 떨어졌지만 올해 1분기 동안 국내 정유사들은 총 1억1653만 배럴의 석유를 수출했고 47억 달러 규모의 외화를 벌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석유제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1/3에 달하는 국가에서 에너지로 사용되고 있다.


industrial writer 석유 가격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