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인 추석 한가위를 보내고 한결 넉넉한 마음으로 다시금 현업에 복귀한 9월15일. 우리는 전혀 생각지도 예상치도 못했던 국가적인 재앙을 맞이했습니다. 바로 전국을 강타한 정전사태였습니다. 지난 여름 우면산 산사태가 그랬듯 이번 정전사태도 누구의 과실이냐는 책임공방이 뜨겁습니다.
면밀한 조사를 거쳐 책임의 소지를 가리고, 보다 강화된 전력수급매뉴얼도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현상들을 지켜보면서 반드시 생각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면산 산사태 때는 서울 강남에 시간당 110mm의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있었고, 정전사태가 있던 9월 중순은 기상관측 100년만에 사상 최고 폭염이라는 점도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자연재해, 천재지변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고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人災라 해도 역시 틀린 말은 아닙니다.
기후변화, 지구가 인류에게 책임을 묻는 것
하지만, 좀 더 넓게 생각해보면 이러한 예측할 수 없는 기후와 기상의 진기록들은 과거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에너지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극심한 기후변화를 겪은 지구가 인류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는 것으로, 넓게 보면 특정인에게 책임이 국한된 인재가 아닌 에너지를 사용하는 인류 전체에 책임이 있는 人災라 할 수 있습니다.
인류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석탄이라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냈고,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석유라는 에너지로 자동차, 항공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내면서 문명은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인류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지구의 몸살도 점점 그 증세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00년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80ppm에서 380ppm으로 100ppm이나 증가했고 이로 인한 온실효과로 지구의 평균온도는 0.74℃(한반도는 1.5℃) 상승했습니다. 사람도 체온이 상승하여 고열이 되면 몸살을 앓고 고통을 느끼듯이 지구도 몸살을 앓으며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는 인류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의 약 84%가 에너지 사용과정에서 발생되기 때문에 기후변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에너지를 절약하고, 제품의 생산․유통․소비과정의효율화를 달성해야 합니다.
지금 전세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2년까지 선진 38개국은 1990년 기준으로 2012년까지 평균 5.2%의 온실가스를 감축키로 하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UN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인IPCC에 따르면, 현재와 같이 탄소를 배출한다면 2100년 지구의 기온은 오는 2000년보다 평균 6.4℃상승하고 해수면은 최고 59㎝ 올라간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제 5의 에너지’는 에너지절약
그렇다면 기후변화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얼마 전 미국 TIME紙에서는 에너지절약을 ‘제5의 에너지’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불, 석유, 원자력과 태양에너지에 이어 에너지절약을 제 5의 에너지라고 명명한 것은 그만큼 에너지절약이 가장 값싸고 풍부한 자원인 동시에 가장 친환경적이면서도 비용효과적인 에너지源임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특히 산업분야에서 에너지절약, 에너지 효율화 작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1973년 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에너지효율에 집중 투자하여 현재 세계 최고의 고효율 에너지 국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산업의 에너지 효율성을 나타내는 에너지원단위(toe/천USD)를 보면, 영국이 0.11, 일본과 독일이 0.14, 프랑스가 0.15이며 OECD 평균이 0.18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0.20 수준으로 높습니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아직도 개선할 사항이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도 에너지효율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산업부문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을 대상으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가 도입되어 정부와 기업이 협의를 거쳐 에너지사용량 목표를 정하고 정부는 기업의 목표달성을 지원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사적 차원의 에너지경영시스템 도입을 지원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면 감축실적의 일부를 목표관리제의 크레딧으로 이전 받도록 하는 그린 크레딧 제도도 도입키로 했습니다. 또한, 에너지절약 설비투자를 위해 ESCO(Energy Service Company)사업을 통해 제3자가 설치를 대행하고 절감액으로 투자금을 상환하는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러한 다각적인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을 통해 에너지절약 및 효율화를 체계화하고 구조화하여 산업전반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면서 에너지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면, 에너지효율, 에너지절약은 오늘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