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주유소? 생존방식 변화로 활로 모색

2~3일에 한 곳 꼴로 주유소가 문을 닫고 있다. 2014년 기준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전국 도소매업 평균 영업이익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억대 자본을 투입한 주유소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신입사원 초봉 보다 조금 많은 수준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주유소업계가 구조조정 위기에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종 운영 비용을 절감해 기름값을 낮추고 주유소 부지 내에 편의점, 패스트푸드, 세차기 등 다양한 유외 사업을 도입하고 있다. 자동차와 운전자가 주 고객인 주유소는 생존의 방식을 바꿔 나가며 미래 생존을 준비하고 있다.

주유소 수가 1만3000곳을 넘어서던 시절이 있었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보다도 많다는 우리나라 치킨집은 약 3만6000 여 곳에 달한다고 한다. 많고 많은 치킨집 수와 비교해도 주유소 수가 약 36% 수준에 달하니 많기는 많다. 그래서 주유소 사업자들은 ‘주유소가 전봇대 숫자만큼이나 많다’며 과장된 푸념을 늘어놓는다. 석유 소비는 정체되는데 주유소 수는 늘어나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석유만 팔아서는 손에 쥐는 것 없는 헛장사 한다는 탄식도 커져 간다.

그런데 엄살이 아니었다. 통계가 그렇다. 2~3일에 한 곳꼴로 문을 닫는 주유소가 발생하고 있다. 비용을 절감해서라도 살아남겠다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고용 주유원 수도 줄이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계속 떨어지면서 도소매업 평균보다 낮다. 한때 ‘지역 유지’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주유소 운영자들은 이제 주유원 대신 직접 주유기를 들고 세차 마무리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체험 삶의 현장‘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2010년 정점 찍고 하락세, 폐업 속도 빨라

영업 주유소 현황

우리나라에서 영업 주유소 수가 가장 많았던 시점은 2010년이다. 주유소 사업자 단체인 한국주유소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2월의 영업 주유소가 총 1만3004곳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가장 높은 지점을 뜻하는 ‘정점(頂點)’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이후 주유소 수는 감소세로 전환됐는데 그 속도가 빠르다.

매년 200여 곳 가까운 주유소가 문을 닫고 있다. 주유소협회가 공개한 가장 최근 영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월 기준으로 1만1996곳까지 줄었다. 정점을 찍은 이후 6년 여 만에 1000곳 넘는 주유소가 사라진 것이다. 산술적으로는 매월 15곳 가까이 문을 닫았다. 시점을 더 좁히면 2~3일에 한 곳꼴로 주유소 간판이 내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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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투입액 비해 수익성 낮은 현실

땅값에 따라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주유소 한 곳을 건설, 운영하려면 일반적으로 10억 원 이상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한다. 금싸라기 땅값 서울 지역 주유소 가치는 수십억 원이 기본일 정도다. 하지만 엄청난 자본이 투자된 것 치고 수익성이 너무 낮다. 통계청이 분석 발표한 2014년 기준 전국 도소매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전국 도소매업 평균 영업이익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주유소협회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전국 1318개 회원 주유소를 대상으로 경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 2012년 기준 주유소 한 곳 당 영업이익은 3800만 원에 그쳤다.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주요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올해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입사원 평균 초임 연봉이 2464만 원으로 집계됐다. 억대 자본을 투입해 한 해 매출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주유소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신입사원 초봉보다 조금 많은 수준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생존 방식 변화로 탈출구 모색

그렇다고 주유소업계가 구조조정 위기에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종 운영 비용을 절감해 기름값을 낮추고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셀프 주유시스템 도입에 한창이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2017년 3월 기준 전국 셀프주유소는 2302곳에 달한다. 전체 주유소의 19.2%가 셀프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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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부지 내에 편의점, 패스트푸드, 세차기 등 다양한 유외 사업을 도입하고 부대 수입을 올리려는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웬만한 도심 주유소에서는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패스트푸드 등을 주문할 수 있는 이른바 ‘드라이브스루(Drive-thru)’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내연기관자동차의 에너지 공급 거점이라는 고정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전에도 한창이다. 미래 그린카로 주목받는 전기차나 수소차 모두 동력원의 충전이 필요한데 그 후보지로 주유소가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운전자가 주 고객인 주유소는 그렇게 생존의 방식을 바꿔 나가고 있으니 당장 구조조정은 끝이 아니고 미래 생존을 위한 출발점이 되고 있다.


industrial writer GS칼텍스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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