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세제, 전체를 보자

본 콘텐츠는 대한석유협회 <석유와 에너지> 2016년 가을호에 기고된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구윤모 교수의 글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본 콘텐츠는 대한석유협회(Korea Petroleum Association)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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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에너지 과세체계는 사회적 비용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가?

유엔기후변화협약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계기로 전 세계는 다시 한 번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국 역시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를 37% 감축하겠다는 자발적 기여방안(INDC)을 제출하였고, 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였다. 전 지구적 이슈인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에서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수준의 과세는 그 당위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원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현재의 세제(표 참고)가 일관된 논리를 가지고 환경오염 및 기타 사회적 비용을 적절한 수준에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수송용 에너지에 치우친 과세체계의 문제점

에너지원별 세금 및 부과금 현황

우선, 휘발유, 경유, LPG, CNG와 같은 수송용 연료의 사회적 비용은 크게 오염물질 배출에 따른 환경비용과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혼잡비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환경비용은 CO, NOx, SOx, PM 등의 오염물질 배출량에 단위당 피해 비용을 곱하여 산정하고, 혼잡비용은 도로 혼잡에 따라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시간가치비용 및 운행비용을 합하여 산정한다. 이와 같이 산정된 사회적 비용의 크기만큼 환경세를 부과하는 것이 피구세(Pigouvian tax)의 기본적인 개념이다.

그렇다면 전력 또는 발전용 연료의 사회적 비용과 이에 대한 세금 수준은 어떠한가? 전력의 경우 모든 에너지원에 공통적으로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는 전력산업기반기금 3.7%만 부과된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의 경우 주로 전력산업에 환류되는 부담금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는 부담금이라 보기 어렵다.

발전용 원료에 대해 살펴보면,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배출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의 주원료인 유연탄의 경우 최근까지 부가가치세 이외의 세금은 전혀 없었으나, 2014년부터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대체연료인 LNG의 개별소비세는 인하하고 이와 유사한 수준(발열량 기준)의 개별소비세를 유연탄에 부과한 것은 발전용 에너지원 간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 옳은 방향으로 보인다.

미래의 에너지 소비까지 포괄하는 과세체계 재정립이 필요

발전용 원료

그러나 발전용 원료뿐만 아니라 수송용 유류세와 전체적으로 비교해 보면 그 부과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 원자력 발전소는 발전소 및 폐기물처리시설 입지 선정과 관련하여 사회적 갈등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만, 현재의 에너지세제에서는 이러한 외부비용을 반영한 항목을 찾아볼 수 없다.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비용, 갈등비용이 발전용 연료 또는 전기요금에 적절히 과세가 되어야만 에너지원 간 형평성을 유지하며 사회적으로 적정한 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환경친화적인 운송수단으로 각광받는 전기자동차의 충전용 전기는 상황이 어떠한가? 현재 정부는 전기자동차 충전에 대한 별도의 과세 계획이 없다. 즉, 전력의 생산 단계와 사용 단계 모두에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가 없는 것이다. 또한, 전기자동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도로의 혼잡을 유발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비용 역시 부담하지 않는다. 휘발유 또는 경유 자동차를 운행하는 소비자에게만 사회적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적절하지 못하며, 이는 향후 전기자동차 보급이 확대되었을 때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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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살펴보면 수송용 유류세만 환경비용 및 혼잡비용 등을 포함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고, 유사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발전용 연료와 전기자동차 충전용 전기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의 세금만 부과하고 있다. 비록 에너지원 별 외부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에너지원 전체에 대해 일관된 논리와 기준을 가지고 세제를 개편하는 일은 꼭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