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틴토의 충격
호주의 철광석회사 리오틴토는 한때 중국 차이날코에 지분 매각을 검토한 일이 있었다. 당시 차이날코는 리오틴토의 지분 18%를 24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일단 합의하고 최종 조건협상에 돌입했는데 리오틴토가 차이날코에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주주들이 반대를 했고 호주 정치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었다. 사실상 중국 정부가 뒤에서 조정을 하는 상황에서 차이날코의 리오틴토 지분인수는 중국 국영기업이 대규모 지분 인수를 통해 호주에 진출 한다는 점과 주요자원인 철광석 생산회사에 대한 지분참여라는 면에서 빅뉴스였다. 호주 정부가 이에 대해 과연 최종 승인을 할 것인지도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결국 리오틴토 이사회는 중국지분참여안을 부결시켰고 곧 이어 호주의 철광석 라이벌 회사이자 세계 최고의 철광석 생산업체인 BHP 빌리튼과 공동으로 호주 서부의 필바라 지역 철광석 개발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중국 지분유치를 추진한 주요 이유 중 하나인 자금압박 문제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다. 중국 공안당국이 리오틴토 중국 사무소의 책임자를 포함하여 4명을 국가기밀누설과 뇌물수수죄로 체포하고 구금을 해 버린 것이다. 호주는 비상이 걸렸고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자문역으로 영입하여 호주와 중국간 중재자 역할을 맡기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들 직원들은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고 특히 중국 대표인 스턴 후 대표는 10년 징역형을 받은 상황이다. 이 사건은 중국 비즈니스 기회가 있는 기업들이 어떤 곳에 신경을 써야할 지를 보여주는 케이스인데 실제로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이 사건에 대해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기업들이 참고해야할 중요한 사건이라고 직접 지적을 한 바 있다.
자원 에너지 식탐
그러나 이 케이스는 자원과 에너지를 향한 중국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엿보게 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의 에너지와 자원을 향한 정열은 거의 ‘식탐’ 수준이다. 몇 가지 예를 보자. 차이나벤처의 집계 결과를 보면 2010년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건수는 총 128건인데 이 가운데 인수가가 밝혀진 82건의 액수를 합하면 약 620억 달러(약 69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해외 자원과 관련된 M&A는 46건으로 건수 기준으로는 반을 조금 넘지만 금액은 약 524억 달러(약 60조원)로서 전체의 84%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세배 이상 증가한 액수이다. 적어도 금액상으로 보면 중국의 해외 M&A는 사실상 대부분이 자원이나 에너지에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해외에서 철광 등 각종 광물도 확보 중이다.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전 세계의 절반 수준이지만 철광석 수입비율은 세계의 70%에 달한다. 게다가 글로벌 자원 대기업의 철광가격 인상으로 중국의 국영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철광석 개발권 확보는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보면 리오틴토 케이스에서 중국이 왜 이리 신경질적으로 반응을 보였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철강 대기업인 우한철강의 경우 지난해 라이베리아 등지에서 철광석 개발권을 확보하여 오는 2015년까지 자급자족체제를 구축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중국정부는 원자력 발전능력을 2020년까지 현재의 8배로 늘릴 방침을 천명하고 이를 위해 우라늄 등의 주요자원 확보에도 나서고 있는데 실제로 중국의 원전 대기업인 중국핵공업집단은 캐나다 및 우즈베키스탄의 우라늄개발회사와 장기 조달 계약을 맺은바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해외자원에 대해서는 ‘식탐’ 수준의 열정을 보이는 중국이 자신의 공급량이 전세계 95%를 차지하는 희토류에 대해서는 수출쿼터를 축소하는 등 공급을 줄이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자국이 가진 자원은 아깝다는 얘기다. 그런데 희토류 중에서 란탄과 세륨 등은 원유 정제과정에서 주요 촉매제로 사용되고 있어서 정유업계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 란탄과 세륨 등은 중질유 분해공정(FCCU)에 필요한 촉매제로 이용되고 있는데 가격이 이미 3배 이상 급등한 상황이다.
기회와 위협 : 대응의 필요성
이처럼 중국이라는 ‘화두’는 우리에게 갑자기 너무도 크고 중요해져 버렸다. 조금씩 커지는 줄 알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공룡이 되어 나타나더니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바로 옆에 위치한 우리에게 ‘기회의 땅’만이 아니라 ‘위협의 땅’으로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3조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이용하여 전 세계 자원을 싹쓸이 하면서 자기가 보유한 자원은 내놓기 아까워하는 중국의 모습 속에서 험난한 우리의 앞길이 예견된다.
중국의 에너지 업체들은 이윤을 축적하여 전세계를 대상으로 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 에너지 업계는 물가가 오른다고 제품 가격을 떨어뜨리라는 압박을 받으면서 적정한 이윤 확보조차 어려워지고 있으니 무슨 힘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우리 경제 전체를 위한 자원확보 전략을 시행할 수 있겠는가. 에너지와 자원에 대해서 만이라도 보다 멀리, 보다 넓게 볼 수 있는 혜안이 너무도 아쉬운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