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대한석유협회 <석유와 에너지> 2016년 겨울호에 기고된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조영탁 교수 글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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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기 요금 개편으로 매년 여름철 요금 폭탄 논란을 유발하였던 주택용 누진제 요금이 대폭 개선되었다. 1970년대 석유파동 때 도입된 이후 거의 40여 년 만의 개선이란 점에서 ‘만시지탄’이란 표현이 어울리지 않으나 어찌 되었건 누진 단계 (6단계에서 3단계로 조정)와 누진폭(11.7배에서 3배로 축소)이 크게 축소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와 함께 찜통과 냉골 교실의 논란을 초래한 교육용 요금도 하향 조정되었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되었다.
최근 전기 요금 개편으로 매년 여름철 요금 폭탄 논란을 유발하였던 주택용 누진제 요금이 대폭 개선되었다. 1970년대 석유파동 때 도입된 이후 거의 40여 년 만의 개선이란 점에서 ‘만시지탄’이란 표현이 어울리지 않으나 어찌 되었건 누진 단계 (6단계에서 3단계로 조정)와 누진폭(11.7배에서 3배로 축소)이 크게 축소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와 함께 찜통과 냉골 교실의 논란을 초래한 교육용 요금도 하향 조정되었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되었다.
하지만 애초에 들끓는 사회 여론의 열기에 부응하여 누진제 요금만이 아니라 모든 전기요금 체계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선언에 비하면 이번 개편의 폭과 정도에 다소 아쉬운 점은 있다. 여야 간의 뜨거운 정치 쟁점에서 출발한 까닭에 이번 개편작업이 ‘요금체계의 정치화’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요금체계의 정상화’의 관점에서 이번 개편안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누진제 개편의 의미와 한계
우선,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의의는 주택용 소비자들이 여름철 냉방기 사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무더위 속에서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누진제의 완화로 고소득 계층이 더 많은 혜택을 본다는 비판 그리고 누진제 완화에 따른 전기 소비 증가로 저탄소 경제를 위한 전기절약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러한 비판이 우려하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나, 전자의 경우 고소득 1-2인 가구 증가 등의 가구형태 변화로 전기소비량과 소득수준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 설령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고소득층이라고 해도 거의 11.7배 비싼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분배 형평성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전기 요금보다 세금을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또 누진제 완화가 전기 소비 증가를 초래할 수 있으나 절약이라는 것도 삶의 질 개선과 병행할 때만 의미가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전기절약을 유독 전기 소비 전체의 13%에 불과한 주택용에만 강요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더구나 이번 개편안에 일반 가정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1,000kWh 이상의 구간 요금은 과거와 동일하게 유지하여 과도한 전력소비에 대한 절약 유인과 함께 패널티적 성격을 유지하였다.
물론 이번 누진제 개편에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진제의 정치 쟁점화로 인해 각 정당에서 경쟁적으로 요금 인하를 발표하는 바람에 주택용 평균 요금이 낮아지는 방향으로 개편되었다. 그 결과 주택용 요금의 원가 회수율이 여전히 100%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나치게 낮은 요금으로 논란이 되었던 100kWh 이하의 요금이 단계 통합과정에서 외형상 인상되기는 했으나, 이에 따른 인상분 보전이 이루어져 여전히 저렴한 요금이란 문제가 남아 있다.
향후 전기요금 체계 개선 과제와 고려사항
한편 이번 개편안이 결과적으로 주택용 누진제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일반용과 산업용 요금에 대한 개편은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일반용과 산업용이 우리나라 전기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전기요금 개편의 남은 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번 개편과정에서도 일부에서 요금인하 요구가 있었으나 반영되지는 않았다. 차후 개편과정에서도 일반용과 산업용 요금인하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에는 미처 반영되지 않은 숨은 비용과 대기오염 등 외부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저탄소 발전믹스로의 전환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이를 반영할 경우 현재 일반용 및 산업용 요금 수준을 그대로 유지해야 이로 인한 요금 인상요인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당분간 일반용과 산업용의 평균요금 수준은 그대로 유지하되, 차기 정부에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이와 관련된 중장기 전기요금개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최근까지 그 방향으로 요금 개편이 진행되어 왔으나 아직 일부 요금에서 동일한 소비특성(전압 및 시간대)임에도 용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다른 요금이 부과되고 있다. 이러한 통합과정에서 일부 용도에 경제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으나 경과 규정 및 직접 보조 수단을 동원하는 등의 완충장치를 통해 요금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주택용도 여건이 구비되는 대로 전압별 계시별 요금제로 통합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산업용 경부하 시간의 요금 수준은 너무 낮고 피크시간대의 요금 수준은 너무 높다. 이는 과거 설비 부족에 대한 대비, 원전 및 석탄 등 기저발전의 가동률 제고라는 피크 수요관리 목적이 과도하게 반영된 것으로 현재 시간대별 요금 원가 체계에도 맞지 않다. 또한 이로 인해 주간시간대의 산업체와 야간시간을 포함한 24시간 가동하는 산업체 간의 시간대별 교차보조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피크시간대 요금은 인하하고 경부하 시간대의 요금은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농사용은 원가 회수율이 거의 40%대에 불과할 정도로 너무 낮은 수준으로 농사용 요금 중 일부는 사실상 산업용에 가까운 것도 있어 이를 감안한 점진적인 개편안이 필요하다. 물론 어려운 우리나라 농업 여건을 감안해 볼 때 일부 농사용 전기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요금 자체를 낮게 해주는 것보다 직불제와 유사하게 직접 보조 방식을 취하는 것이 농사용 전력의 효율적 사용을 유인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최근 송전망 갈등 등 장거리 송전망에 따른 비용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수요자들이 더 많은 송전 관련 비용을 부담하도록 지역별 차등을 두는 것이 형평성 차원은 물론 발전소 입지와 수도권 부하 분산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그 첫 단계로 현재 부과가 유예되어 있는 송전 비용의 지역별 차등을 우선 반영하고 장기적으로 모선별 요금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요금결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현행 방식에서는 전기요금이 항상 정치쟁점화되고 자칫하면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차제에 독립적인 에너지규제기구를 만들어 전기요금 등 에너지가격에 대한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전기를 포함한 에너지시장의 공정한 감시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 결정은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형평성 그리고 저탄소의 친환경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