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에너지 발전 없는 전기차 보급 확대, 화석연료 사용만 증가

미세먼지 이슈를 계기로 경유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습니다. 경유 세금 인상 여부는 주요 대선 쟁점이 됐을 정도인데요. 에너지 세금 중 석유 부담률이 현재도 지나치게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경유 같은 수송 연료 분야뿐만 아니라 원자력, 석탄 등 발전 연료에 대한 세제 조정 필요성도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에너지 세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들이 있습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종수 교수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이종수 교수는 수송, 발전 등 에너지 전 분야에 걸친 통합적인 세제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부가 에너지 시장에 과하게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민간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전환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도 주문합니다.

이종수 교수가 바라보는 올바른 에너지 정책 방향은 무엇인지 들어봤습니다.

◆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종수 교수는?

1973년 출생이며 서울대학교 대학원 대학원 공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서울대 산업공학과,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역임 중이다. 2013년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위원, 2014년에는 산업부 에너지 정책 전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한바 있는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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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유발인자 다양, 모든 에너지원 외부 비용 평가돼야

◆정부는 경유차에 대한 세금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장기적으로 인상하는 로드맵을 수립, 추진 중입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가요.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미세먼지의 원인이 경유차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요인은 경유차 뿐만 아니라 석탄화력발전, 건설현장의 건설기계 등 다양합니다. 단순하게 경유 세금을 올리고 경유차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환경오염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비용, 즉 외부적 비용을 정확하게 측정해 통계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이를 위해서는 국내 환경오염요인에 대한 정확한 측정통계가 있어야 하고 중국 등 국외 요인에 대한 분석도 병행돼야 합니다. 그리고 오염된 환경을 정화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을 산출하는 기준을 정하는 경제학적인 접근도 필요합니다. 또한, 모든 에너지원을 대상으로 외부적 비용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통합적으로 에너지 상대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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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환경 정화∙회복하는 사회적 비용, 종합적 상황 고려돼야

◆외부적 비용을 언급하셨는데요. 그와 관련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어떤 요인에 의해 환경오염이 발생하면 이를 정화하고 회복시키는데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외부적 비용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산출할 때는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발생 총량만 따져서 계산할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인구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의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석탄화력발전의 경우에는 인구밀도가 낮은데 위치해 비교적 적은 인구에 영향을 끼치지만, 경유차는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인구에 환경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석탄화력발전과 경유차가 유발하는 환경오염요인의 총량이 같다고 가정하면 외부적 비용은 경유차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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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도 측정, 오픈 플랫폼 통한 합의 이뤄져야

◆교수님은 경유세를 늘려 사용량을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입장이신데, 그렇다면 올바른 정책 방향은 무엇으로 판단하시는지요.
경유세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것보다는 경유차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환경오염지표가 필요한데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표하는 통계만 의존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국립환경과학원 통계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환경 기준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성향이 강한 탓에 각 단체에서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유리하게 해석된 정보는 국민에게 논란거리만 제공할 뿐입니다. 따라서 환경오염도를 측정할 때는 민간에서도 여러 전문가가 참여해 오픈된 플랫폼, 즉 합리적이고 투명한 측정 매뉴얼을 만들어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앞서 설명한 외부 비용을 산출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정확하고 투명한 근거를 토대로 비용이 산출돼야 합니다.  민∙관 합동으로 TF팀을 구성해 통계 절차나 방법 등 관련 매뉴얼을 세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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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과 신재생 발전 사이 간극, 화석연료가 대체

◆정치권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겠다는 법안이 발의됐는데, 실효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겠다는 것은 곧 친환경적인 전기차, 수소차 등 신재생에너지 수송 연료로 대체하겠다는 의미인데요. 수소차는 아직 보급되기엔 기술적으로 무리가 있으므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전기차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현 정부가 탈원전을 외치고는 있지만, 원전을 줄이면서 전기차를 확대하기에는 연료수급문제 등 각종 문제가 존재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지금의 발전 속도로 보면 신재생에너지가 2030년까지 차지하는 전력생산 비중은 20%가 최대치일 것으로 보입니다. 즉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사이에 존재하는 전력 생산량의 간극은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실제로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인 중국에서는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환경오염이 더 심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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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에너지에 적용되는 세목 미리 만들어 두어야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보급정책과 관련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기에 대한 세목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선진국들의 경우 관련 세목을 미리 만들어 놓고 유예하는 방식으로 면제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된 상황에서 뒤늦게 전기에 대한 세목을 신설한다면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이 당연합니다. 차후 발생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미리 세목들을 만들어놓고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과세해야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원료 원가 반영되는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돼야

◆석유나 석탄 같은 1차 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되는 2차 에너지 전기가격이 오히려 낮은 가격 왜곡 현상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요.
2차 에너지인 전기가격이 석유보다 낮은 것은 정부가 최종에너지 가격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기 위해서라도 원가가 올라가면 2차 에너지 가격도 올라가는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신 정부가 책정하는 전기요금에 동의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원료 가격 신호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너지 정책, 정치적 목표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제언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에너지 정책을 정책 이외의 정치적인 목표로 비화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정책은 순수하게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연구되고 수립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가치 중립적이고 과학적인 접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수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일관성이 없는 정책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정책 일관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에너지 시장은 장기적인 투자가 중요한데요. 정권에 따라 정책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민간에서도 투자가 위축되고 나아가 침체까지 겪게 된다는 것을 정부가 분명하게 인식하기를 기대합니다.

본 콘텐츠는 지앤이타임즈의 창간 20주년 기획인터뷰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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