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내 석유화학 시장, 중동의 역습이 시작되면?

석유화학 시장의 위기! 만약 중동의 역습이 시작된다면?

 축복받은 원유의 땅 중동이 대규모 장치산업인 석유화학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한국기업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중동기업들은 타고난 자원을 기반으로 한 원가경쟁력이라는 베이스에, 합작을 통한 기술력을 더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까지 받아가며 대규모 증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가동을 시작한 중동의 석유화학 공장들이 그 동안 한국 석유화학 업계의 주 시장이었던 ‘앞마당 중국’에 적극적으로 판매를 시작하면서 한국 제품이 중국시장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석유화학 산업 내 중동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오늘 ‘에너지 이슈보기’에서는 올레핀계 석유화학 산업을 총괄하는 폴리머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이러한 현상과 회사의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석유화학 산업의 분류

 석유화학 산업은 크게 방향족계와 올레핀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방향족계는 벤젠, 톨루엔, 자일렌, 파라자일렌을 지칭하며 주로 정유사에서 생산됩니다. 방향족의 어원은 향기가 난다는 뜻으로 벤젠을 기본으로 한 이성질체들을 지칭합니다.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의 원료로 스타킹과 기능성 아웃도어의류 등에 쓰이고, 식음료 용기인 PET병 또한 방향족을 원료로 만든 것입니다. 올레핀계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주로 납사 크래킹* 회사에서 생산됩니다. 이 중에서 프로필렌의 경우에는 정유사의 FCC*에서 생산되는 양도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에틸렌은 ‘산업의 쌀’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국가의 산업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제품입니다. 비닐하우스의 비닐, 마트에서 사용하는 비닐백 등 일상 생활과 너무나 밀접한 상품들이 에틸렌과 같은 올레핀계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생산됩니다.

중동 대비 국내기업의 경쟁력은?

석유화학 산업에 있어 중동과 국내기업의 경쟁력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저는 먼저 국내기업의 방향족 제품 경쟁력이 중동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국내기업도 중동과 동일한 원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정유공장과의 연관성, 부산물 활용, 규모의 경제, 시장 접근성 등 대부분의 경쟁요소에서 중동에 비해 대등하거나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그러면 국내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공장을 가동하는 인력의 우수성 덕분에 공장 가동율, 에너지 소비량 저감, 투자 효율성(투자비 저감, 건설기간 단축), 시장 접근성 등 여러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죠.

문제는 올레핀계 석유화학. 그 중에서도 에틸렌입니다. 에틸렌은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납사를 원료로 열분해하여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동과 미국•캐나다에서는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에탄을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납사를 원료로 하는 공장에 비해 원료는 10~30%, 총원가는 40~6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대규모 공장들이 최근 2~3년 사이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미국의 경우에는 셰일가스를 원료로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국내기업 입장에서 가장 만만치 않은 사업은 폴리에틸렌과 같은 에틸렌 및 그의 유도품 분야입니다.


그렇다면 또다른 올레핀계 석유화학제품인 프로필렌의 경쟁력은 어떨까요?

최근 중동에서는 FCC, OCU(Olefin Conversion Unit), PDH(Propane De-Hydrogenation) 등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공정들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이또한 방향족계와 동일하게 국내기업이 중동에 비해 전혀 경쟁력이 뒤지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에탄을 원료로 하는 크래킹 시설에서 프로필렌은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프로필렌 공급이 부족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또한 에틸렌 및 프로필렌은 가스 상태로 운반이 어려워 시장 접근성이 좋은 쪽에 경쟁력이 있습니다. 특히, 회사와 같이 FCC에서 휘발유를 생산하는 과정에 부산물로 생산되는 경우 경쟁력은 세계 최강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공급의 지속적인 증가와 세계 경기 침체가 잠재적인 문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폴리프로필렌과 같은 프로필렌 유도품의 중국 수출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새로운 소재 개발에 일찌감치 눈돌려

 GS칼텍스는 10여 년 전부터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일반폴리프로필렌 공장 증설보다는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렸습니다. 자동차, 가전에 사용되는 금속이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복합폴리프로필렌(일반 폴리프로필렌에 무기필러, 첨가제 등을 혼합하여 물성 및 기능성을 향상시킨 제품), 장섬유강화수지*, 열가소성 엘라스토머* 등 새로운 소재의 개발 및 판매에 주력하여 왔던 것이죠. 그 결과 GS칼텍스의 복합폴리프로필렌 판매량이 매년 20% 이상 성장하면서, 올해는 일반폴리프로필렌 판매량을 앞지르는 첫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중국 1위 기업인 Kingfa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고, 오는 11월 체코에 설립한 복합폴리프로필렌 공장이 가동되면 전세계 1위 업체인 라이온델바젤(LyondellBasell)의 안방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GS칼텍스의 여수 공장!
GS칼텍스의 여수 공장!

여기서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 있습니다. 복합폴리프로필렌, LFT, TPE 등의 특수시장은 고부가가치이지만 시장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대량 수요처를 찾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기업들이 이러한 전략을 선택할 수는 없는 셈이죠. 따라서 기업마다 보유하고 있는 자원보유국 또는 판매 시장이 있는 곳으로 진출을 하든지, 최첨단기술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시장을 개척하는 등, 가용한 전략들을 신중하게 선택해서 집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석유화학 제품은 모든 산업의 기초 소재가 되는 제품으로 향후 인류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초 원료입니다. 회사는 앞으로 수요 증가가 정체되어 있는 정유 사업의 대안으로 석유화학 사업에 집중하고 계획을 착실하게 이행하여 석유화학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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