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환경규제 및 전력사태의 해법 – 전력저장장치(ESS)

전력저장장치 (ESS)란 무엇인가?

 최근 전 세계 각국은 기존 화석에너지 자원을 대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자연 친화적 에너지 사용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산업, 에너지효율향상을 위한 에너지의 분배 및 저장 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죠. 또한 국내에서도 이웃나라 일본의 지진에 따른 원전사용 중단과 정전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산업에 대한 각종 정책들을 계획/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볼 때, 신에너지에 대한 수요뿐만 아니라 더욱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스마트그리드로 대두되는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에 관한 관심입니다.

이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문제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장소, 시간 등의 수요패턴’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지게 되었으며, ‘사용자의 수요패턴을 고려해 생산된 에너지를 분배’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그리드의 핵심 개념인 것입니다.  따라서 생산된 에너지를 일정시간 또는 공간에 보관하여 수요자의 사용 패턴에 따라 공급을 해주기 위해서는 생산된 에너지가 머무를 수 있는 저장장치 즉 전지가 필요한 것이며, 이러한 전지들을 확장한 개념이 바로 에너지저장시스템이라고 불리는 ESS(Energy Storage System)의 기본적인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 ESS는 배터리 시스템과 전력변환장치(PCS, Power Conversion System)로 구성돼 있습니다. 주로 과거에는 정전대비용 혹은 건물의 비상전력용으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납축전지가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납축전지는 부피가 크고 인체에 유해한 납을 주성분으로 사용하고 있어 최근 들어 노트북, 스마트폰 등 소형 IT 기기에 사용되던 리튬이온전지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고출력 장비에 사용되는 수퍼커패시터(SC, super capacitor)와 차세대 전지로 각광 받고 있는 나트륨황전지(NaS, sodium-sulfur), 레독스흐름전지(RFB, redox flow battery), 기타 플라이휠 및 압축공기저장전지(CAES, compressed air energy storage) 등도 최근 연구개발을 통해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력수급의 안전성 확보는 가능한가

 최근 친환경에너지원인 이차전지는 2011년 3월 일본 원전사태, 같은 해 9월 국내 정전사태 이후부터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방안으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유럽은 태양광, 풍력발전 등의 신재생에너지의 전력품질향상에, 미국과 일본은 부하평준화 등 스마트그리드에 중점을 두고 관심이 증폭되면서, 에너지의 사용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방법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과연 전력저장장치가 전력 수급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원천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지만 수급을 조절하고 전력에너지의 활용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원전 등 추가 발전소 건설이 필요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대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전력저장장치는 전력피크제어와 신재생 부하평준하가 가능합니다. 전력은 주로 활동량이 많은 시간대에 사용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되고, 야간 등 비활동 시간대에는 전력이 남아돌게 되는 비효율성이 발생하므로 이 남는 전력을 ESS에 저장하여 피크시간대에 활용함으로써 전력 피크제어가 가능합니다.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는 햇볕, 바람 등의 자연환경에 따라 발전량의 변화가 크므로 발전 시간대에 ESS에 저장하였다가 비 발전 시간대에 사용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력의 수급상에서 이루어지는 불일치와 신재생에너지의 고품질 전기로 전환하는 전력품질 향상이 있습니다. 전력 수급 변동에 대응해 발전소와 변전소에서 일정한 주파수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Power, Energy, Capacity 제공을 의미하며, ESS로 전력의 주파수를 조정해 아주 짧은 시간에 발생하는 수급상의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저품질 전력을 고품질 전력으로 변환하므로 전력품질 향상도 가능합니다.

ESS의 경제성은 충분한가

 전력저장장치에 대해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나 산업의 초기단계에서 경제성을 논하는 것은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뛰길 바라는 격입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모바일IT기기에 주로 사용되는 원통형(18650type)전지의 경우 90년대 후반에 $10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2배의 성능, 1/5 이하의 가격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ESS용 대형전지 분야도 같은 단계를 밟아갈 것으로 예측할 경우 충분한 경제성과 실효성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이를 대변하듯 신재생 에너지 확산에 따른 전력품질 향상과 에너지효율 향상전력 수요의 증가에 따라 세계 전력저장장치 시장도 2010년 1,206MW, $17억(≒1.8조원)에서 2020년 20,105MW, $412억(≒45조원)으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됩니다. 국내시장도 전력소비량 증가와 화력발전, 원전 증설 애로 등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수요가 급팽창해 2015년까지 960MW, 2020년까지 1,680MW 규모의 전력저장장치 수요가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에 일본,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ESS장치 개발과 실증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으며, 실제 상용화를 서두르는 등 전력사업자를 중심으로 사업화 단계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대지진 이후 전력공급 안정화를 위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규모 ESS를 중심으로 시장이 점차 확대하고 있으며 정부에서 210억엔(≒1.6조원)을 조성하여 리튬이차전지전력저장장치(BESS,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ARPA-E(에너지 첨단연구프로젝트 사무국 :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for Energy), EPRI(미국 전력연구센터 : 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 등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기술개발 및 실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AES 전력회사는 뉴욕 Westover 발전소의 44MW 화력발전 설비에 20MW급 리튬이온전지를 설치하고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대규모 신재생 단지와 태양광 주택의 에너지 자급을 위한 약 75개 시스템에 대한 실증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향후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생산과 동시에 사용돼야 하고 남는 전기는 소멸되는 것이 전기의 특징입니다. 전력 수요시간대가 불규칙적이므로 남는 시간대 또는 심야 전력, 신재생에너지에서 얻은 전기를 저장했다가 쓰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BESS이듯, 지구상에서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한 BESS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연적인 과제입니다.

물론 현시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전력저장장치의 효율성, 경제성, 안전성, 운용성 등을 해결해야 하며, 이는 저장장치 즉, 이차전지 부문의 기술적•정책적 지원 방안이 동반돼야 할 것입니다. 경제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력저장장치의 핵심인 이차전지의 고성능/저가격화를 위한 지속적인 R&D지원 및 대형분야의 실증추진과 연계되어야 하겠죠. 현재 전력저장시스템의 보급 확대는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시기의 문제임을 인식해 국내 시장 창출을 유도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돼야 합니다. 또한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정부의 보급 촉진 방안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특히 BESS 초기 시장 창출 및 보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센티브 제공, 전력요금 개편, BESS 설치 의무화 방안 등을 포함한 제도적 지원 정책이 유기적으로 마련돼야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전력저장장치의 핵심인 이차전지(리튬이차전지)에 대해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내년부터 BESS설치 보조금을 마련하고 보급지원에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이제라도 유관기관들이 협력해 BESS 개발 및 보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세계시장의 선도할 수 있을 것이며, 정전 걱정 없는 친환경사회 구현은 그리 먼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