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주, 소곡주, 연엽주를 아시나요? 전통주의 현실과 미래

부의주, 소곡주, 연엽주를 아시나요? 전통주의 현실과 미래

부의주, 소곡주, 연엽주를 아시나요? 지난 번에서는 우리 술의 처지에 대해서 언급해 보았습니다만 실제 우리 술의 처지는 심히 어려운 상황에 이르러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돌보지 않아 그 자취가 희미해진데다 그나마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분들은 대개 연세가 거의 칠순을 넘어가니 그 맥이 끊어지거나 간발의 상황에 처한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거기다가 현대적인 양조공학이나 발효공학을 배우지 않았던 분들이라 앞선 전수자로부터 배운 것을 응용하거나 발전시키기 어려운 까닭도 있고 비록 젊은 사람이 전수했다고 쳐도 현행의 전통주 관련법으로는 사업하기가 용이치 않습니다. 관련법의 규제가 불합리하거나 심한 까닭이기도 하지요.

심지어 국세청을 은퇴한 사람들이 커다란 주류회사에 고문이나 감사 등으로 영입되어 있는 처지라 주류 시장에 우리의 전통주가 영입되는 것이 어렵고, 여러 가지 장벽 때문에 우리 전통주가 좀체 살아날 수 있는 여지도 주질 않는 원인도 한몫을 차지합니다. 또한 사정에 맞지 않는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여 주류시장의 신규진입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 번은 국세청 관계자에게 왜 우리 술의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생산과 판매를 막느냐고 물었더니 국민 건강과 관련이 있어서 규제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속내는 막대한 세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욱 아이러니한 것이 그러한 술을 한 번 더 발효하여 식초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괜찮다고 합니다. 쌀과 밥은 마음대로 생산하고 판매해도 괜찮고 그것으로 만든 술은 그리하면 안되고 그 술로 만든 식초는 또한 괜찮다고 하니 그야말로 이현령비현령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입니까?

 

설 자리 없는 전통주

저는 술도 김치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 같은 발효식품인 김치는 누구라도 담그고 누구라도 판매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나눠 먹는 문제도 아무런 제재가 없지요. 그리하여 이름있는 김치가 생겨나고 많은 경쟁을 통하여 명품 김치가 탄생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술도 이와 같이 무수히 많은 술 가운데 이름이 나고 경쟁을 통해 살아 남은 술이 명주가 되고 이러한 명주는 우리의 문화유산이 되어 전세계로 그 이름을 뻗어나가서 장차 커다란 이익을 안겨주게 될지 장담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지요. 아무튼 현행의 법은 그나마 조금은 완화되어 개인이 술 빚는 것은 가능하게 되어 밀주의 오명은 벗었지만 아직도 판매가 금지되어 있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이익을 위한 영업활동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한류의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고 대통령 영부인인 이윤옥 여사도 한류음식의 세계화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앞으로 사정은 점차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머지않아 우리 술 전통주에 대한 모든 족쇄가 풀리게 된다면 다시 한 번 조선시대의 술의 르네상스를 맞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술의 생산과 판매를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두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첫 째 남아도는 쌀의 소비를 촉진하고 창고의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둘 째 국민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희석식 소주나 맥주, 막걸리 보다 우리 전통주가 훨씬 더 영양학 적인 면에서나 맛과 품질에서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좋은 술을 외국으로 수출하여 술로서 프랑스나 미국, 중국처럼 많은 외화를 벌어 들일 수도 있습니다. 다분히 세수의 확보 차원에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각적인 면을 보아야 하지 않겠냐는 말씀입니다.

설 자리 없는 전통주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의 현실

작년에 용인 민속촌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술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용인 민속촌에서 빚어지는 동동주(부의주)를 맛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몇 몇 지인과 장터 마당에 둘러앉아 부의주를 주문하여 맛을 본 우리들은 인상이 그리 편치 않았습니다. 누룩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게 텁텁하고 무형문화재의 이름 값을 걸친 술치고는 그 맛이 너무 형편이 없었습니다. 그 연유를 알고자 민속촌 안에 있는 양조장을 찾아갔지만 양조장 측은 문간에서 방문 이유를 묻더니 아예 거절을 하며 문을 닫아 걸었습니다.

그 날은 경기도내 원어민 교사들 단체 관람이 있었던지 외국 사람들이 엄청 많이도 왔었는데 그런 사람들이 무형문화재(경기도 무형문화재인 것으로 기억함)인 부의주를 마시고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겠어요? 한국 전통주라는 게 이런 맛이란 말인가? 하구요. 민속촌 내에서는 부의주 말고는 다른 술은 일체 팔거나 반입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경쟁 상대가 없는 무주공산이라 술 맛이나 품질에 관심을 기울일 이유가 없었던 까닭도 있지 않을까요?  그 날 같이 갔던 지인은 아직도 그 일을 자주 말하곤 합니다.

아산의 연엽주도 무형문화재 인가를 받은 술입니다. 지난 여름 방문한 술 도가의 연엽주는 맛이 벌써 살짝 간 신맛이 나는 술을 팔고 있었습니다. 무형문화재 이득선씨와 대화하는 가운데 차마 술이 시었다는 말을 못한 게 못내 걸렸습니다만 우리 술의 또 다른 한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워낙 자본이 없는 영세한 가운데 무엇을 투자하고 무엇을 연구할 겨를이 있겠느냐 말이지요.

 

전통주의 미래가 밝은 이유

그에 비하면 올 봄에 찾아간 한산 소곡주 동자북 마을은 또 하나의 비상을 위하여 노력을 하고 있더군요. 마을 사람들이 일치단결하여 조합을 형성하고 전래의 한산 소곡주를 복원하며, 공장 시설을 만들고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소곡주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마을 소득원으로서 각광받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자북 마을은 마을의 지세가 북 처럼 생긴데다 북을 울릴수록 마을이 잘된다는 전설이 있어 실제 마을 입구에 커다란 동자북을 만들어 세우고, 관광객으로 하여금 그 북을 울릴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또한 술 박물관을 세워 볼 거리도 많이 만들고 술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하여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였습니다. 실제 한 번 찾아 보기를 추천합니다. 소곡주 또한 앉은뱅이 술이라는 명성에 걸 맞게 맛도 있고 은근히 독하였습니다. 가히 전통주 가운데 명성을 날리던 술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충남 서천군 한산면은 소곡주뿐만 아니라 한산 모시로도 유명하여 그 일대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도로 새로운 관광지로 발돋움을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전통주의 미래가 밝은 이유

우리 술 전통주에 대한 안타까움에 현상을 주저리 주저리 나열하였지만 그렇다고 전혀 절망적인 것은 아닙니다. 지금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 일대에서 전통주의 맥을 잇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활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전통주 연구소의 박록담선생, 막걸리학교의 허시명씨, 국세청에 근무하는 조호철씨 같은 분들은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죽력고의 명인 송명섭, 호산춘의 명인 황규욱씨 등등이 아직 건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상면선생의 우리 술 사랑은 배상면주가, 국순당, 배혜정누룩도가로 분가되어 나날이 사세를 넓히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듯 우리 술 전통주는 점점 옛 명성을 위하여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국민 대다수가 전통주의 맛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직은 미약한 점이 많습니다.

 

직접 술을 빚는다는 것

술을 자체적으로 빚는 다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습니다. 첫 째 스스로 빚은 술은 재료나 방법에서 자신이 믿을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맛도 좋습니다. 둘 째 스스로 빚으니 정성이 아니 들어 갈 수 없습니다. 당연히 영양도 풍부하지요. 흔히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요쿠르트의 20~30배가 많다고 하는데 막걸리보다 더 진한 술인 우리 모래미(술을 처음 걸른 상태의 탁주) 원주에는 오히려 막걸리 보다 서 너 배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량의 식이섬유에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은 영양의 균형을 이루는데 탁월합니다. 셋 째 기념일 특히 제사나 잔치 등에 술을 빚어 먹는다면 그 행사에 의미가 한층 깊어질 것입니다. 넷 째 술을 빚으니 사람이 모이고 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어 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루어져 화합과 단결을 이루는데 이 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봅니다. 다섯 째 술의 발효 원리를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된장 고추장, 간장은 말할 것 없고 김치, 젓갈, 식혜 등 발효 음식의 원리를 알게 되어 그 전 보다 훨씬 맛있는 음식을 만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유익한 점이야 말로 다 할 수 없겠지만 술을 빚는 다는 것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이어 받는 길이니 손해 날일이 있을 턱이 없겠지요. 요즈음 김치에서부터 모든 장류, 젓갈류를 친정 어머니나 웃어른들에게 의존하거나 시장에서 사 먹는 경우가 허다합니다만 장차 이러한 물품을 공급 받지 못하게 될 경우 그 많은 먹거리를 어떻게 감당해야 될는지……

이쯤 하여 우리 술의 만드는 방법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비록 실제로 실습할 수 없는 지면이라 하지만 간단한 방법을 바탕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실제 우리 술을 빚을 수 있다면 장차 우리 술 전통주의 맥을 잇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래 귀명창이 많아야 명창이 나는 법 전통주를 자주 접하게 되고 우리 술의 진경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야 훌륭한 우리 전통주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술은 술 만이 아닙니다. 반드시 그로 인하여 문학도 꽃이 피고, 문화도 일어나며, 삶의 모든 변화가 이루어 지는 법입니다.

그러면 맛있는 술 만들기와 우리 술이 빚어지는 원리에 대해서 다음 장에서 상세하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