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유 시추기 얼마나 뚫리느냐가 중요한 이유는?

[에너지리더]

‘뚫어야 하나 멈춰야 하나?’

미국 유전개발 얘기다. 미국 유전개발 이슈는 국제유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국제유가는 국내 휘발유값의 기준이 되니 우리 소비자에게도 중요한 얘기다.

셰일오일을 포함해 미국 내 원유 시추기 숫자가 600기를 넘어서고 있다. ‘시추(試錐, boring method)’는 땅 속 등을 뚫어 원유를 채취하는 것을 말한다. 시추기 수가 늘어나는 것은 곧 원유 생산량 증가를 뜻한다.

시추(試錐, boring method)’는 땅 속 등을 뚫어 원유를 채취하는 것을 말한다. 시추기 수가 늘어나는 것은 곧 원유 생산량 증가를 뜻한다.

지난해 5월 미국 내 시추기 수가 316기에 그쳤는데 현재는 2배 가까이 증가해 600기를 넘어선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 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반등했고 이 정도 가격 수준으로 생산하면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서 과거 감소했던 원유 시추가 늘어나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다?!

미국 고전 서부영화의 주 무대인 텍사스는 원유와 가스 등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원유 시추기가 몰려 있는 것이 그래서 자연스럽다. 특히 남부 텍사스 지역의 이글포드(Eagle Ford) 원유 시추기 수가 눈에 띄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10월 206기를 기록할 정도로 번성기를 구가했는데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이후 2년간 침체기를 겪으며 지난해 7월에는 26기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유가상승 기류로 최근 3개월 동안 2배 이상 증가해 59기를 기록 중이다. 이글포드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는데 석유공사가 생산광구 개발에 참여 중이고 미국이 원유 수출을 재개한 이후 국내 정유사 중 GS칼텍스가 처음으로 도입한 미국산 원유가 이곳 광구에서 생산된 셰일 원유이다.

국내 최초 미국산 원유 도입, GS칼텍스로부터 시작되다 콘텐츠 보러가기

침체기 시절 이글포드 원유 생산량은 하루 60 만 배럴까지 줄었는데 최근에는 100 만 배럴로 회복했다. 가격데이터 정보 업체 플래츠(Platts)에 따르면 이글포드의 원유 생산량은 2018년 하루 110 만 배럴, 2022년 하루 120 만 배럴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페르미안(Permian) 분지 원유 시추기 수도 늘어 306기를 기록 중이다. 이 지역은 미국 최대이자 가장 활발한 원유 생산지로 하루 평균 210 만 배럴의 생산량을 보이고 있는데 올해는 50 만 배럴 가량 생산 증가가 예상된다. 페르미안은 미국 셰일 혁명 중심지 중 한 곳으로 가장 생산성이 좋은 원유 산지로 평가받고 있다.

이글포드나 페르미안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 유전개발 유망 분지의 개발 호조로 최근 흥미로운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세계최대 산유국이 됐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리스타드 에너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생산가능한 원유 매장량이 2,640 억 배럴로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알려진 사우디의 2,120 억 배럴을 뛰어넘어 1위로 평가됐다.

특히 미국이 보유한 원유 가채 매장량 중 절반 이상이 셰일 원유라고 분석했다. 그 중심에는 앞에서 소개한 텍사스 이글포드나 페르미안 분지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들 광구의 원유 시추기 수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유지 중인 것과 오버랩된다.

미국 원유 생산량 증가하지만, 유가 하락하지 않는 이유

한때 배럴당 120불대를 넘어서던 국제유가는 급락해 지난해 1월에는 20불 선까지 떨어졌다.

불과 수년 사이에 5 분의 1 토막이 난 것인데 원유와 가스수출이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사우디 등 중동산유국들은 물론 러시아 같은 비OPEC 국가들까지 유가 부양에 나서면서 감산에 전격 합의하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OPEC 감산합의의 의미와 우리의 대응방안 콘텐츠 보러 가기

OPEC은 지난해 11월 31일 극적인 감산에 합의하면서 하루 120만 배럴 생산을 줄이기로 했고 놀랍게도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들도 참여해 올해 상반기에 하루 55 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국제유가는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꾸준히 배럴당 5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OPEC 모하메드 바르킨도 사무총장이 최근 열린 영국 국제석유주간(IPW) 컨퍼런스에서 ‘OPEC과 비 OPEC 산유국의 감산 이행률이 90% 수준을 넘고 있다’고 평가하고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에도 석유시장은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내 원유 시추기 가동이 늘어나더라도 원유 과잉공급에 따른 유가추락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다.

일단은 OPEC – 미국 자존심 모두 살았지만…

OPEC 감산 이행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좀처럼 배럴당 50달러 선 이상을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두바이유는 물론 브랜트나 WTI 등 세계 주요지표 유가 모두 줄곧 50달러 초중반 선에서 머물고 있다. OPEC을 포함한 주요 산유국의 감산 약발이 먹히는 선이 이 정도 수준으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원유개발이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을 견제하는 효과로 작용하면서 억누르는 무게의 크기로도 이해될 수 있다. 끝 모를 유가추락 앞에서도 좀처럼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서 전통 산유국인 OPEC과 셰일 에너지 개발 붐을 앞세운 미국 등 북미 국가 간 치킨 게임(Chicken Game)에서 누가 먼저 ‘겁쟁이(Chicken)’가 될 것인가에 대한 자존심 싸움에서도 나름의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요 분쟁지역이 몰려 있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외한다면 향후 국제유가 향방을 가늠하는 가장 큰 지표 중 하나는 미국 시추기 수가 될 수밖에 없다.

OPEC은 회원국 간 감산을 결정하고 유가를 부양시키면서 전 세계 원유시장을 주도하는 카르텔이 여전히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상징적인 시장 메시지를 확인했다. 미국은 원유생산을 늘리고 특히 셰일오일 생산 효율성까지 개선되면서 OPEC의 원유시장 패권을 견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은 여기까지 일 수 있다. OPEC은 물론 러시아 같은 비 OPEC 산유국의 감산 동맹 이탈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고 미국 원유생산 기업들이 더 활발하게 원유생산에 나선다면 언제든 국제유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주요 분쟁지역이 몰려 있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외한다면 향후 국제유가 향방을 가늠하는 가장 큰 지표 중 하나는 미국 시추기 수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워지는 미국 원유 시추기가 그래서 한국 석유 소비자들에게도 중요한 의미의 수(數)가 될 수 있다.

본 콘텐츠는 지앤이타임즈(석유가스신문)의 협력으로 제작된 콘텐츠입니다.

<3월 편집자주>

3월 1차 발행된 사보 콘텐츠중 GSC인들이 가장 많이 본 콘텐츠는 무엇이었을까요?

3월 2차 발행된 다른 콘텐츠, 궁금하지 않으세요?


industrial writer GScaltex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