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결국 각 홀을 누가, 어떻게, 잘 공략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스포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18홀이 모두 중요하다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기쁨과 좌절이 엇갈리는 홀은 따로 있습니다. 선수들의 다양한 샷과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만날 수 있는 곳, 제30회 GS 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승부처가 될만한 홀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다년간의 갤러리 경험과 라운딩 경험을 모아모아서! ^^
가장 많은 갤러리가 운집하는 홀이기도 한 5번 홀은 티샷이 무엇보다 중요한 홀로 손꼽힙니다. 좌측 워터해저드가 티박스에서는 언덕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요, 그 때문에 장타자는 티샷을 날릴 때 워터해저드를 피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오른쪽으로 치자니, 그린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어질 뿐 아니라 3개의 벙커가 또아리를 벌리고 있는지라 그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이 벙커들은 유난히 앞 턱이 높은지라 한번 빠지면 속수무책이지요. 좌 워터해저드, 우 벙커를 피해 좁은 페어웨이에 안착시키는 것이 관건인 셈입니다. 그린 또한 뒤쪽이 빠른 그린이라 주의해야 하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라이가 많아 홀 앞 1m, 1.5m 상간에 볼을 붙여놓아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되도록 그린 앞쪽을 공략해 스코어를 줄여나가는 편이 좋다는 이야기죠.
그린이 까다로운 만큼 선수들의 퍼팅을 눈여겨 보고 싶은 갤러리들이라면 5번 홀을 주목하시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네요.
6 Hole, PAR 3 215m
파 3홀 중 가장 길고 어려운 홀입니다. 깎아지른 절벽처럼 내리막이 심한 홀인데요, 특히 그린과 그린 사이에 위치한 벙커가 상당히 턱이 깊습니다. 전체 18홀 중 가장 어려운 벙커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하네요. 이 벙커 앞쪽에 공이 떨어지면 나올 수 있는 방법이 막막합니다.
저는 60도 웨지를 사용하여 로브샷으로 나가보려고 갖은 애를 쓰다가 결국 Give Up 하고 말았답니다. 2008년 남서울CC 소속인 최상호 프로도 같은 상황에서 양파를 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위안을 삼았죠. ^^ 이 홀은 또한 유난히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홀이기도 한데요, 안전한 파 세이브를 위해서라도 바람의 방향에 유난히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홀입니다.
특히, 남서울CC는 유독 파5홀보다 파3홀이 더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기에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이라면 파3홀을 안전하게 파세이브해야 하는 까닭에 선수들이 가장 긴장하는 홀 중의 하나입니다. 여러분도 선수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파3홀의 난관을 헤쳐나가는지 지켜보세요.
9Hole, PAR 5 471m
양쪽에 벙커가 있어 페어웨이가 더욱 좁게 느껴지는 홀입니다. 총장은 길지 않지만 길게 치면 바로 벙커에 빠질 수 있어 생각보다 까다로운 홀이죠. 이 때문에 파5홀이긴 하지만, 무리하게 2온에 이은 이글을 노리는 것보다 차분하게 3온, 버디로 공략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굳이 무리하게 2온을 노리려면 우드를 써야 하는데, 포대(elevated) 그린인지라 공을 그린에 떨구더라도 쉽게 그린을 오버하고 맙니다. 핀을 오버하면 그린 뒤쪽에서 내리막 퍼트를 남기게 되는데, 이 때문에 자칫하면 3퍼트를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핀 앞쪽을 공략한 후 정교한 퍼팅 마무리가 필요한 홀인 셈이죠. 물론 장타자들이나 힘이 좋은 외국선수들중에는 2온으로 공략해 이글을 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해 우승자였던 김대현 선수는 이 9번홀에서 티샷 320야드에 이어, 그린 못 미친 곳에서 58도 웨지로 친 세번째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이글을 잡으며 승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13Hole par 4, 357m
13번 홀은 끝까지 계속 오르막으로 형성되어 있는 홀입니다. 좌측은 도로로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티샷때부터 페어웨이 우측을 겨냥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세컨 샷은 포대그린까지 죽 오르막으로 되어 있는 데요, 이 홀에서 티샷을 어떻게 치는지를 보면, 선수들의 스타일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GS칼텍스 매경오픈의 경우, 정교하기로 소문난 김대섭 선수는 안전하게 우드를 잡고 홀에서 100m 남은 부분에 공을 떨어뜨린 반면, 한국 최장타자로 이름높은 김대현 선수의 경우 드라이버를 쓰서 홀 앞 50m 근처까지 공을 떨어뜨리는 공격적인 면모를 보이더군요.
하지만, 그린에 공을 올려놓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게 바로 13번 홀의 묘미입니다. 그린이 2단 형태로 되어있어 퍼팅에서 미스를 범하면 3퍼트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13번홀의 그린 부분을 지나면 상황보드판이 위치한 세 갈래의 갈림길이 나타나는데요, 이 곳이 바로 17번과 18번홀로 이어지는 길목입니다. 13번홀의 그린이 바로 보이는 장소이자 14~16번홀을 건너뛰고 바로 17번, 18번 홀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지름길을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꼭 알아두셔야 할 명당장소랍니다. ^^
16 Hole, PAR 5 501m
오른쪽 OB를 조심해야 하는 홀입니다. 파5 홀로 엄청 쉬우면서도 또 엄청 어려운,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홀이죠. 이 홀에서 이글을 잡느냐, 파 혹은 보기로 어렵게 막느냐에 따라 우승의 행방이 가려지곤 합니다. 그래서 ‘희망과 좌절이 공존하는 홀’로 불리기도 하죠.
티샷이 떨어지는 위치에 두개의 깊은 벙커가 가로로 길게 입을 벌리고 놓여 있습니다. 벙커 앞에 떨어지게 쳐서 우드로 2온을 시도하다 자칫 잘못하면 또 하나의 그린 주변 키높이 벙커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 한 홀에서 2~3타차가 한순간에 뒤집히기도 합니다. 선두와 1,2타차가 난 선수들이 이 홀에서 이글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치곤 하는데요, 섣부르게 이글을 노리다 오히려 보기를 범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게 보았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이 홀을 경기의 분수령이 되는 홀이라고 생각합니다.
17Hole, PAR3 209m
17번홀도 6번홀과 비슷한 형세입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형 내리막 파3홀이죠. 하지만 6번홀에 비해 버디는 쉽게 잘 안 나오는 홀입니다. 바람에 의한 변수도 많고,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워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용케 그린 앞에 떨어지는가 싶다가도 공이 굴러가서 그린 뒤쪽 바깥까지 굴러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제27회 대회에서 16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노리던 노승열 선수가 아쉽게 우승의 꿈을 접도록 만든 것도 바로 이 17번 홀이었습니다. 2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던 노승열 선수는 15번 홀 보기로 황인춘 선수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가 16번 홀에서 다시 1타차 리드를 잡을 수 있었는데요, 결국 이 17번 홀에서 티샷실수로 그린을 놓친 뒤 어프로치샷마저 짧게 쳐 결국 5m 거리의 파퍼트를 남기는 바람에 다시 한번 공동선두를 허용했고, 이후 연장 접전 끝에 황인춘 선수에게 석패하고 말았습니다.
18Hole, PAR4, 393m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가려지는 곳,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전체 17홀을 모두 놓치더라도 18번 홀만은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홀이죠. 특히 남서울CC의 18번 홀에서는 눈을 아주 크게 떠야 합니다. 눈이 속임수를 펼치는 홀이기 때문입니다. 티박스에서 보기에는 마냥 광활해보이지만, 실상 티샷을 치고나면 생각보다 훨씬 큰 왼쪽 벙커와 우측에 위치한 대여섯그루의 나무들이 페어웨이를 협소하게 만드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페어웨이 우측 티샷 낙하지점에 놓인 이 몇 그루의 나무들은 정말 마법과도 같습니다. 티박스에서는 그저 몇그루의 앙상한 나무일 뿐인데, 티샷을 치고 나가서 보면 우측그린을 굳건히 지키는 만리장성으로 돌변합니다. 나무 밑의 무수한 디봇 자국들을 보면 선수들이 샷을 치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한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어렵게 그린에 공을 안착시켜도 2단 그린이기 때문에 거리감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으면 퍼팅을 쉽게 성공시킬 수 없습니다.
지난 2009년 제28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에서의 연장 상황은 이 18번홀 그린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8번홀에서 벌어진 연장 두 번째 홀 승부에서, 배상문 선수는 9m 거리의 내리막 버디 퍼팅을 남겼고, 상대 선수인 오태근 선수는 2단 그린 아래쪽에서 15m짜리 오르막 버디 퍼팅 상황을 맞았습니다. 어느 선수도 쉽게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게다가 두 선수 모두 첫 퍼팅을 모두 놓치고 말았습니다. 배상문 선수의 퍼팅은 1.5m 굴러 내려갔고, 오태근 선수의 퍼팅은 5m나 지나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두 선수는 물론 지켜보는 갤러리들의 침까지 바짝바짝 마르는 긴장된 상황이었죠. 결국 이 날의 우승컵은 다음 퍼팅에서 제대로 펏을 성공시킨 배상문 선수에게 돌아갔습니다. 18번홀의 2단 그린이 낳은 주옥같은 명승부였죠.
올해는 이 18번홀에서 또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여러분도 함께 지켜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대회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는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를 클릭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