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 세상과 소통하는 기업문화. 기업 자원 봉사활동 A to Z
추운 겨울이면, 신문지상에는 어김없이 기업 로고가 들어간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이 판자촌에서 줄지어 연탄을 배달하고, 복지시설에 모여 김장 담그기 봉사활동을 하는 사진이 실리곤 합니다.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기업의 자원봉사 활동이지만, 우리나라에는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미 있는 나눔의 실천으로 기업 자원봉사 활동을 바라 보겠지만, 일부에서는 기업의 생색내기라고 치부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바로 그 기업의 자원봉사활동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기업 자원봉사활동의 시작
“기업 자원봉사활동”은 기업의 가치 창출 활동의 하나로서 경영진의 격려와 지원 또는 제도화된 정책에 따라 임직원의 시간과 노력을 업무 이외의 활동에 투입하여 사회에 봉사하는 행위라고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기업 자원봉사는 1970년대 이후 미국 기업들이 사원들이 하고 있는 자원봉사활동을 기업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면서 등장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삼성사회봉사단이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과 정부, 시민사회의 구조 속에서 단순히 시장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던 기존 기업의 역할에 변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시장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기업이 사회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이윤 극대화만이 아닌 사회적 공익의 증진이라는 요구 또한 기업의 역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이 사회 속에서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려면 기업과 사회가 공존하는 사회공헌활동이 필수적입니다.
자원봉사는 기업의 인적/물적 자원과 사회의 요구가 만나는 가장 적합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기업자원봉사의 모습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하는 기업 및 기업재단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자원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이 2005년 75% 였으나, 2010년에는 100%로 국내 거의 모든 대기업이 임직원 봉사활동을 실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봉사시간은 2004년 인당 평균 3시간에서 2010년 10시간으로 3.3배 증가하였습니다. (2004년 208개사, 2005년 192개사 2010년 162개사 조사 결과)
이렇게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기업의 자원봉사 활동은 개인이나 사적 모임의 봉사활동과는 다른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조직화된 우수 인력이 참여할 수 있으며, 관련 예산과 장비를 상대적으로 충분하게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업종 특성에 따른 인적 구성을 통해 보다 전문적인 봉사활동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기업의 인적 구성과 물적 자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지역아동센터의 열악한 환경을 고쳐주는 봉사활동은 몸과 마음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기업의 봉사활동 기금을 사용해 책상과 의자, 싱크대를 바꿔주면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은 더욱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기업봉사활동의 필수불가결한 요소 : 홍보화 효과성
그렇지만, 근무에 따른 시간 참여의 제약이 있다 보니, 봉사대상 기관과 수혜자가 원하는 시간 대에 봉사활동을 진행하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다 체계적인 준비와 실행이 요구 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특히 홍보와 효과성에 대한 요구는 봉사대상 기관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개인의 봉사활동은 개인의 시간과 자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만족하면 의미가 충분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자원봉사 활동은 기업의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되는 만큼 과연 자원봉사 활동이 기업과 지역사회에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는가의 효과성에 대한 평가가 요구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자원봉사활동 담당자로서 항상 홍보성과 효과성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물론, 수혜자의 자존감과 프로그램의 본질을 해쳐가면서까지 진행하는 홍보성 활동을 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Chivas Regal 社는 1997년 조사에서 기업 기부프로그램에 개입한 결과 고용인들의 충성심이 53%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한 CJ는 2004년 조사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한 임직원 중 86%가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이 강화되었다고 합니다.
GS칼텍스는 2010년 조사에서 봉사활동에 참가한 92.5%의 임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증대되었다고 응답했습니다.
기업의 자원봉사활동이 성공하려면?
이러한 기업 자원봉사 활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임직원의 봉사활동이 기업경영 목표달성에 이바지한다는 것을 기업 스스로 인식해야 합니다. 또한 자원봉사의 방향이 지역사회의 주요한 사회문제에 맞춰져야 합니다.
특히 임직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봉사활동 촉진/지원 시스템과 우수 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해야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첫째, 지역사회 문제와 이슈는 회사의 성공적인 경영과 비전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회사의 경영 비전과 함께 하는 것이 기업과 지역사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역사회가 기업의 사회적 공헌에 의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은 그러한 변화를 일으킨 기업의 이미지 향상, 경영성과 향상, 기업의 토대 강화를 이루는 주요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기업 자원봉사의 방향은 지역사회의 주요한 사회문제에 맞춰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기업의 성장 또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공헌은 지역사회 내 심각하게 제기되는 문제나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지역사회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검토하여 그것에 기초한 사회적 공헌방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의 단순기부는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거나 충격을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으며, 기업의 임직원의 참여에 의한 지역사회의 변화, 즉 기업 자원봉사는 매우 강력한 사회공헌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임직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봉사활동 시스템과 우수 봉사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해야 합니다. 기업 자원봉사를 위한 물적/인적 자원을 충분히 할당하고, 임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정책/시스템/인센티브를 수립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또한 임직원들이 보람을 느끼고 사회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우수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속적인 봉사활동이 진행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임직원의 능력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봉사 프로그램이라면 그 효과성이 더욱 클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의류/액세서리 메이커 팀버랜드는 ‘봉사의 길(Path of Service)’ 이라는 직원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의 95%가 유급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정규직원은 연간 40시간, 비정규직원 연간 16시간의 의무 봉사시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포스코, SK, 한화, 교보생명 등에서 일정 시간의 의무 봉사시간을 권장하고 있으며, 봉사활동 시간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인사 평가 상의 가점 또는 감점을 부여하는 회사도 생겨 나고 있습니다.
GS칼텍스도 우수 봉사자에게는 해외 봉사활동 기회 제공과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우수한 제도를 갖춘 기업이 위에서 언급한 제도 항목 중 80% 정도를 갖춘 곳이 가장 높은 제도 구축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 자원봉사활동의 발전 과정
제가 처음 기업에서 사회공헌 전담부서로 발령을 받아 자원봉사 업무를 처음 시작했던 2000년도에 비해서 기업의 자원봉사활동은 비약적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이전에는 사내에서 개인적이고 소모임 차원에서 진행되던 봉사활동을 회사 차원으로 가져와 프로그램 기획을 지원하고 비용을 지원하면서 일을 처음 시작하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사회복지와 노력봉사 위주의 활동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점점 분야가 확대되고 회사 비즈니스와 연계되면서 일반 시민의 봉사활동과는 다른 모습으로 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사회 참여형 봉사활동과 재능과 지식을 기부하는 봉사활동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 회자되는 프로보노 봉사활동은 기업 전문인력의 봉사활동이 주는 효과와 의미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프로보노란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 라는 라틴어 문구의 약어로, 각자의 재능과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을 의미합니다. 변호사/회계사 등 주로 법률/재무/마케팅 분야에서 전문 자격과 실무능력을 갖춘 이들이 NGO나 사회적기업 관련 컨설팅 수행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GS칼텍스의 경우, 공장의 공무와 계전 분야 업무 종사자들이 업무 전문기술을 활용하여 사회복지시설과 독거노인 가정의 보일러와 전기설비를 고쳐주고 있는데, 이러한 프로그램도 프로보노 봉사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 자원봉사가 얼마나 더 확대되고 발전하면서, 봉사활동 참여자에게 보람과 기쁨을 주고,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지를 지켜봐 주시고 성원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