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엔지니어가 말한다. 좋은 엔지니어, 나쁜 엔지니어

 

GS칼텍스 엔지니어가 말한다. 좋은 엔지니어, 나쁜 엔지니어

물론 나쁜 엔지니어는 없습니다.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이 없듯 나쁜 엔지니어, 좋은 엔지니어도 없습니다. 다만 지난 3년간 엔지니어 생활을 하며 느꼈던 좋은 선배, 후배의 모습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 회사의 문화에 대해 알아볼까요?

GS칼텍스의 두 가지 문화

GS칼텍스 여수공장에는 두 가지 근무 형태가 있습니다. 4조 3교대 근무와 아침 8시 출근, 저녁 5시 퇴근의 일근으로 나뉘어집니다. 대부분의 생산기술직분들께서는 교대근무를 하고, 대부분의 엔지니어는 일근을 하게 됩니다.

VRHCR1팀 생산기술직분들. 최민계장님(왼쪽)과 서원일주임님(오른쪽)
VRHCR1팀 생산기술직분들. 최민계장님(왼쪽)과 서원일주임님(오른쪽)

VRHCR공정 시운전(최초 가동)에 참여한 저로서는 두 가지 생활을 다 해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1년간 교대조에 배속되어 현장에서 근무하며 교대 근무를 하였습니다. 1년간 교대근무를 실시하며 각각의 장/단점을 모두 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서로 다른 두 개의 문화를 접할 수 있었죠

VRHCR공정안정화팀 엔지니어 김태준사원
VRHCR공정안정화팀 엔지니어 김태준사원

이런 두 가지 근무 형태는 또 두 가지 문화를 낳게 되죠.

먼저 교대근무는 출/퇴근이 명확하여 여유 시간이 많습니다. 그리고 4조 3교대다 보니 평일 낮에 시내를 활보할 수 있는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평일 오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 여수 까페에서
평일 오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 여수 까페에서

단점으로는 교대근무를 해본 경험이 없기에 교대근무를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낮과 밤이 바뀌는 근무를 소화해야 하므로, 속 쓰림과 소화불량, 두통으로 자주 고생했습니다.

평일 낮에 함께할 친구가 없어 혼자 외로이 방에 박혀있거나 나홀로 드라이브를 다녔습니다. Off 근무가 아니라면 주말에도 근무를 해야 하니 고향인 서울에서 친구와 가족을 볼 수도 없었죠.

야간근무 시 볼 수 있는 해 뜰 무렵 공장 전경
야간근무 시 볼 수 있는 해 뜰 무렵 공장 전경

일근은 퇴근 시간이 불명확하여 늦어질 때가 많아 여유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이 밀리거나 급한 일이 생기면 늦어지게 되죠. 하지만 업무시간에 다른 팀 선후배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넓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주말에는 고향인 서울로 올라가 친구와 가족을 만날 수 있으며 낮과 밤이 바뀌지 않는 규칙적인 생활로 소화불량과 두통은 겪지 않습니다.

이렇게 확연히 다른 근무 형태가 두 가지 문화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겠죠? 어떤 문화가 좋다 나쁘다는 없습니다. 같은 교대조원과 밤낮을 바꿔가며 생활하게 되어 좀더 가족 같은 분위기의 교대근무, 자유롭고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일근. 자세히 말씀 드리지 않아도 어떤 분위기인 지 감이 오시나요?

가족 같은 분위기의 교대조 생활
가족 같은 분위기의 교대조 생활

좋은 엔지니어?

우리 회사를 지원한 분들도 이 글을 읽고 계실 텐데요. 아마도 회사를 다니는 학교 선배, 친척 또는 어르신들로부터 많은 이야기와 조언을 들으셨을 겁니다. 죽어라 일만 하는 분위기의 딱딱한 문화일 수도 있을 것이고, 조금은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문화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신입사원으로 우리 회사의 문화를 처음 접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원 2년차 선배가 부장 진급을 앞둔 차장님과 편하게 대화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죠. 뭐 선후배 사이에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그렇게 놀랍지는 않은데요, 차장님의 의견에 ‘그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말이죠.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하는 당당함!

사원이 자유롭게 자기 의사표현을 할 수 있고 선배의 의견이 자신과 다르다면 10년 가까이 더 근무한 선배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에 놀랐습니다.

지금 저는 사원 4년차입니다. 그 때 보았던 선배의 모습대로 자유로이 제 의견을 펼치고 있습니다. 선배로부터 자신감을 가지고 의견을 많이 내라는 조언을 받았었는데 이젠 가끔 너무 많은 의견을 내서 문제라고 느낄 때도 가끔 있습니다.^^

멀티플레이어

히딩크 감독이 국가대표 선수를 멀티플레이어로 키웠듯, 엔지니어도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합니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작업(밸브 조작, 이송배관 경로 변경, 펌프나 컴프레서 가동) 등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죠. 자신은 기술지원만 하면 되니까 현장에서 알아서 하겠거니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현장 작업 중 자신이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면, 그리고 실제로 밸브들을 만져 본 적이 없다면 꼭 나가서 배워야 합니다.

현장 장치를 점검중인 박흥배주임님
현장 장치를 점검중인 박흥배주임님

앞에서 우리 회사의 문화에 대해 말씀 드렸지요? 엔지니어는 이 두 가지 문화에 대해 이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회사에서 이뤄지는 많은 일들이 운전원분들과 함께 이뤄지게 됩니다. 좋은 관계는  수월한 업무를 처리를 가능하게 해주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으며, 더 좋은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일호지액(一狐之腋) : 한마리 여우의 겨드랑이에 난 희고 아름다운 털.

‘일호지액’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천명의 아부는 한 사람의 올바른 직언만 못하다라는 뜻이죠. 춘추시대 진나라 조간자가 한 말에서 연유한다고 합니다. (저도 검색해서 찾은 성어임^^)

짧은 3년간의 회사 생활을 하며 많은 선후배, 동기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 중 제가 매우 존경하는 선배가 해 주었던 조언 하나가 기억에 남습니다. “팀장님께 직언을 할 수 있는 후배가 되라”. “상사가 잘못된 정보에 의해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반드시 직언을 하여 바로 잡으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상당한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고, 혹시 자신에게 돌아올 재앙이 두려워 망설이게 되는 것이긴 합니다. 서두에 차장님에게 ‘No!”라고 말하는 선배에 대해 말씀 드렸었죠? 전 그 선배를 매우 좋아합니다.

이것으로 제가 생각하는 좋은 엔지니어의 기준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