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품질 개선한 중국산 경유, 왜 수입 안 되나?

중국 인접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중국발 오염 대기가 유입되면서 우리나라도 연일 콜록거리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미세먼지를 비롯한 각종 대기오염 물질로 가득 차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치 앞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대기 상태가 심각한 북경 도심의 모습은 이제 새로운 일도 아니다. 대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 중 하나로,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경유 황 함량 기준을 우리나라와 같은 10ppm으로 강화했다. 애초 50ppm 이하이던 것을 과감하게 낮춰 경유 황 환경 품질을 개선한 것인데,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스펙이 됐다는 이유를 들며 중국산 경유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산’ 석유는 왠지 가격이 싼 대신 품질이 조악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저렴한 석유 가격을 유지하면서 황 환경 품질은 환경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스펙과 같은 수준으로 개선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중국산 경유 수입 확대’ 전망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산유국 카르텔인 OPEC 감산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반전되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내수 경유 가격이 오르면서 중국산 경유 수입이 늘어난다면, 국내 정유사들을 압박해 가격 상승 요인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중국산 경유 수입 확대’ 전망에 기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경유를 포함하여, 중국산 석유제품은 단 한 방울도 수입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국산 석유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우리나라에 각종 경제 보복을 서슴지 않는 중국이지만 한국산 경유 수입은 예외인 셈이다.

수입된 휘발유∙경유 소량에 그쳐, 그마저도 일본∙러시아산

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우리 정유사들이 수출한 경유는 4,454만 배럴에 달했다. 이 기간에 정유사들이 생산한 경유는 8,385만 배럴을 기록했으니, 이중 무려 53.1%를 해외에 내다 판 것이다. 또한, 수출된 경유 중 9.8%에 해당하는 436만 배럴은 중국으로 향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3억277만 달러(5월 초 환율 감안시 3441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이 기간에 중국산 석유제품은 전혀 수입되지 않았다. 지난 1분기 동안 우리나라에 수입 통관된 경질 석유는 휘발유가 7만5000여 배럴, 경유는 5만1000배럴 등 소량에 불과했다. 또한, 도입 국가도 휘발유는 일본산, 경유는 러시아산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석유 수입이 아예 없었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대한석유협회는 ‘중국 내 황 함량 규제가 강화되고 고품질 경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수출 여력은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유사의 탁월한 경쟁력도 수입 제한 요소

황 함량은 여러 환경 품질 기준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도 즉각적인 중국산 석유 수입의 증가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2.5% 의무 혼합해야 한다. 또한, 동절기나 하절기에 적용되는 저온유동성 등 중국과 다른 품질 기준이 많으므로, 황 함량 기준이 같더라도 보세지역에서 추가적인 보정작업을 거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과 비교해 특출난 경쟁력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제품 품질과 탁월한 가격경쟁력도 중국산 석유 유입이 어려운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단일 정제 능력 기준으로는 세계 최상위권에 랭크된다. 미국 석유주간지 OGJ(Oil & Gas Journal)에 따르면, 단일 정제 능력 기준으로 SK에너지 울산 콤플렉스는 세계 2위, GS칼텍스와 S-OIL, 현대오일뱅크도 각각 4위, 8위, 20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 따른 생산 비용 절감에 더해 값싼 중질유를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 석유로 전환하는 고도화 설비율도 30%를 넘고 있으니, 가격 경쟁력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더해, 수입 석유의 경쟁력도 낮아지는 반사적인 효과도 생겼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석유 수출 쿼터를 지난해 보다 줄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정유사들의 수출 쿼터를 정부가 정해주는데, 올해는 자국 내 환경 규제 강화와 과잉 설비 구조조정 등으로 쿼터 감소가 전망된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정제산업 구조 개편에 나서는 것도 향후 석유 수출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석유에너지기술센터(JPEC)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석유 하류 부문을 개방하고, 조건을 충족한 자국 내 정유공장이 경쟁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편, 비효율적인 소규모 정유공장의 폐쇄를 명령했다. 이 같은 구조개편의 영향으로 상당한 잉여 처리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 정제부문에서 대규모 재편이 필연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국내 정유사들의 뛰어난 환경 품질 및 가격 경쟁력과 중국 내 고품질 경유 소비가 증가로 인해 중국산 석유가 밀려 들어오는 것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시각에서는, 해외 석유 수입을 제한할 만큼 국내 정유사들의 경쟁력이 탁월하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

 


industrial writer GS칼텍스 에너지, 에너지칼럼
지앤이타임즈 김신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