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그리고 온실가스
21세기 대기 환경을 대표하는 키워드들이다. ‘미세먼지’가 당장의 현실적인 고통이라면 ‘온실가스’는 다가올 미래 환경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점 정도가 다를 뿐 인류의 쾌적하고 지속 가능한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수도권 미세먼지가 사회문제화되면서 지구 온실가스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 미세먼지에 의한 당장의 뿌연 하늘 속에서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가 초래할 각종 기상이변과 재앙은 뒷전에 밀려 있는 모양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과 더불어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 저감 방안도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에너지는 정책적으로 낮은 과세가 부과되고 상대적으로 낮은 연료는 터무니없이 높은 세금이 매겨지면서 온실가스 저감 정책에 위배되는 에너지 소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 사회적 비용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2015년 발표한 ‘에너지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 (CO₂ Emission from Fuel Combustion)’ 자료에 따르면 발전용 석탄의 온실가스 배출 기여도가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용 석탄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2013년 기준 1억8400만 톤으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발생량 대비 세금 부과액은 현저하게 낮았다. 발전용 석탄의 CO₂톤당 부과 세액은 1만원 수준에 그친 것이다. 발전용 LNG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도 4,800만 톤으로 나타났는데 CO₂톤당 부과세액은 34,000원으로 타 연료에 비해 역시 상대적으로 낮았다.
발전용 연료의 이산화탄소 발생 기여도는 크게 높은 반면 배출량 대비 부과 받는 세액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저렴한 전기 요금 책정을 위해 발전용 연료에 대한 과세 수준을 정책적으로 낮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IEA 권고보다 월등하게 높은 휘발유 환경 비용
이에 반해 수송 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저하게 낮지만, 전체 에너지 세수 비중은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3년 기준 수송용 휘발유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2,000만 톤을 조금 넘겨 발전용 석탄 배출량 대비 10% 수준에 그쳤는데 휘발유에서 발생되는 CO₂톤당 부과 세액은 무려 35만원으로 분석됐다. 부과 세액 면에서 발전용 석탄 대비 35배나 많은 금액을 부담 중인 셈이다. 수송용 경유의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4,000만 톤 내외로 나타났는데 CO₂톤당 부과세액은 214,000원이 징수됐다. 휘발유나 경유 보다는 낮았지만 수송용 LPG도 CO₂톤당 12만 9,000원의 세금을 부과받았다.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 기여도가 현저하게 낮은데도 수송용 연료에 부과되는 유류세액은 월등하게 높았고 휘발유와 경유 부과 세액이 특히 많았다. IEA가 권고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사회비용 권고 수준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수송에너지의 세금 부과 수준은 크게 높았다. IEA에 따르면 CO₂톤당 권고 사회 비용은 35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39,000원선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IEA가 권고하는 수준 보다 많게는 10배 가깝게 이산화탄소 발생과 관련한 사회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전반에 환경 오염도 감안한 교정세 기준 적용돼야
온실가스 배출 기여도와 무관하게 휘발유와 경유에 세금 폭탄이 매겨지는 것은 수송 연료에 집중되는 유류세 구조 때문이다. 실제로 휘발유와 경유는 관세 3%를 비롯해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지방주행세가 등 다양한 목적세가 부과 중이고 석유수입부과금, 석유품질검사 수수료 같은 준조세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 가격 중 제세 부과금 비중이 60%를 넘나들고 있다.
금액으로 4월 현재 휘발유는 리터당 881원, 경유는 645원을 부과받고 있다. 반면 국가 이산화탄소 배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 석탄은 무관세와 소액의 개별소비세만 적용 중이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몰디브 등 남태평양 그림 같은 섬나라들이 가라앉고 있다. 수온 상승으로 태풍과 허리케인, 비정상적인 폭우 같은 기상 이변이 전 세계적으로 속출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구라는 행성의 일원인 대한민국은 온실가스 배출 기여도가 높은 연료에 낮은 세금을 부과하고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는 고율의 유류세를 부과하면서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최근 정부는 kg당 24원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던 대표적 발전 연료 유연탄의 세율을 kg당 6원 올렸다. 유연탄이 야기하는 환경오염 관련 사회적 비용을 내재화하는 교정세(corrective tax) 개념을 강화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웠는데 수송 연료를 포함한 모든 에너지를 대상으로 균형 잡힌 교정세 기준을 적용하는 재정립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름답게 사용하고 후세에 물려줘야 할 지구가 병들어 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