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친구들과 어울리길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벌써부터 왕따가 된 것 같다고 속상해하면서, 초등학교 때 단짝 친구들이 있는 중학교로 전학 보내주지 않으면 등교하지 않겠다고 안 쓰던 떼까지 씁니다. 일단, 야단쳐서 잠시 잠잠해지긴 했지만 아이가 축 처져 있는 걸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오네요.
아이가 이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원하는 대로 전학 보내줘야 되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입학한지 아직 한 달밖에 안 됐기에 아이가 인내심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요.
정말 학교에서 문제가 있는 건지, 아이가 극복해야 할 문제인 건지 저로선 판단이 잘 안 되네요…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엄마의 인내심! 애들 딴에는 중학생이 된다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몰라~
드디어 교복 입는다고 설레발 떨던 우리 딸도 당시에 왕따당할까봐 잠을 못잤다 하더라고~ 게다가 단짝들은 다 같은 학교에 갔는데 저만 혼자 뚝 떨어졌으니, 이게 무슨 장난 같은 운명이니..어쩌고 하겠네…
자기만 그런게 아니고 그 반 아이들이 몽땅 다 서로 눈치보고 겁먹고 그랬을 텐데 말이야. 그러다가 짝꿍이랑 말도 트고, 얘기하다 보니 말도 좀 통하는 거 같고 그렇게 설렁설렁 학교를 다니게 되는 거지.
근데 등교거부까지 한다니 상황이 심각하기는 하네. 잔뜩 긴장해 있다가 버티기 힘든 수준까지 되어 도망치고 싶은 상태가 된 게 아닐까?
오붓하게 이야기 좀 해보는 건 어때? 애가 문 딱 닫고 들어가버린다고? 그래도 학교 전학시켜 달라고는 이야기하잖아. 그럼, 네가 원하면 그럴 수도 있다 하면서 소매 살포시 잡고 이야기 좀 해봐.
가장 싫은 게 뭔지, 도저히 맘 붙일 곳이 없는지, 누구 집 애도 그렇다더라 하면서~ 이야기를 살살 풀다 보면 속마음이 나오더라고~
친구들이 있는 학교로 전학간다 해도 중학생이 되었으니 새로운 친구도 사귀어야지 예전 친구들하고만 다닐 수도 없는 거라고 슬쩍슬쩍 이야기해줘.
주말에는 예전 친구들 만나서 치킨이랑 피자도 좀 사주고. 애들 키우면서 그렇게 속 끓여보는 것도 한때야. 나중에 그것도 그리워지더라고~~~ 🙂
From. 셋째 아들은 중2병 앓이 중 님
청소년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물으면, ‘친구, 우정’은 늘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청소년 시기는 의존에서 독립으로 가는 불안정한 전환기이긴 하지만, 친구가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이죠. 좋은 친구와는 자신을 속일 필요가 없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기의 친구는 ‘수용’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실수를 해도 다시 받아들여지고, 사랑을 주는 가족과는 달리, 친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는 하지만 바뀔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느낌을 갖는 동시에 깨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기도 합니다.
친구관계는 사회관계의 축소판! 서로에게 다가가는 법, 이해하는 법, 적절하게 용서하고 화내는 법을 알고,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른에게도 버거운 일이지요.
특히나 요즘 아이들은 여러 형제들 속에서 미리 예행연습을 하고 친구관계로 들어설 수 없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에너지를 친구관계에 쏟게 됩니다. 오랜 시간 애쓰고 공들인 관계가 깨질까봐 두려움이 느껴지고, 자신만 소외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감정이죠.
당장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니 놀라고, 걱정이 되실 거예요. 그러나 아이의 요구대로 친구들이 있는 학교로 전학을 보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학교를 옮긴다고 친구들과 모두 같은 반 될 수도 없고, 친구관계는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자신만 친구들과 떨어졌다고 속상해 하던 아이가 며칠 전 부터는 등교거부까지 한다는 것은 아이입장에서 충분히 이해받고 수용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