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화계에도 ‘친환경’이 키워드다

독립영화 작가들의 관심사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 보다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솔트레이크에 붙어 있는 작은 동네 파크 시티에서 열리는 *선댄스 영화제를 가보면 요즘의 젊은 독립영화 작가들이 관심이 있는 것이 딱 두 개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하나는 난민(refugee) 문제다. 요즘의 국제정세에서 워낙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민을 다룬 다큐멘터리, 극영화 등이 쏟아져 나온다. 국내에서 꽤나 본 작품 가운데 하나가 아마 <*가버나움(Capernaum, 2018)>이 아닐까 싶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일부 영화제에서나 소개된 <*굿 포스트 맨(The Good Postman, 2016)>같은 작품도 있다. 곧 개봉될 영화 가운데는 <*사마에게(For Sama,2019)>란 작품이 있으니 한번 찾아 보시길 바란다.

  • 선댄스 영화제 : 미국 서부에 위치한 유타주에서 열리는 독립 영화 및 다큐멘터리 영화를 위한 국제 영화제
  • 가버나움 : 2018년 개봉한 레바논 영화.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12살 소년의 비극적 현실을 다룬 영화. 2018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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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 포스트 맨 : 2016년 개봉한 불가리아 영화. 불가리아 국경, 한 작은 마을에서 난민 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출마 선언한 노인의 이야기. 2017년 선댄스 영화제 출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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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마에게 : 2019년 개봉 예정인 영국 영화. 16년 여름, 시리아 정부군에 포위되었던 한 임시 병원에서 6개월간 벌어진 일들을 엄마의 눈으로 담은 목격담. 2019년 제11회 DM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출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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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comes after An Inconvenient Truth? Al Gore | TED2009


 

난민 문제 외에 ‘젊은 사람=영화를 하는 사람=자신과 가족 그리고 주변과 세상을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의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한 가지가 바로 환경 문제이다. 선댄스 영화제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영화들이 직간접적으로 환경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2006)>도 그 속편을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하고 그 현장에 엘 고어 전 부통령이 참석해 직접 프로모션을 했을 정도였다. 2018년 제15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이미 소개됐지만 <*산호초를 따라서(Chasing Coral,2017)>같은 영화가 첫 선을 보인 곳도 선댄스 같은 해외 영화제이다. 요즘 꽤나 문제의식이 높아진 플라스틱 문제도 사실은 단 81분에 불과한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Plastic China, 2016)>가 그 인식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화와 환경의 새로운 콜라보

환경 단체나 환경 액티비스트들은 늘 존경스러운 존재들이다. 그들이 가르치는 대로 따라 살아 가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우리는 환경 문제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굴지만 사실은 얼마나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2 시간 혹은 그도 안되는 러닝 타임의 ‘영화’가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제를 각성을 시킨다는 뜻이다. 즉각적인 교육적 효과는 솔직히 환경 단체나 액티비스트들이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요즘 영화와 환경, 이 두 가지가 합쳐진 콜라보가 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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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산호초를 따라서>는 산호초를 잘 알고 있는 생태학자와 CF 감독 출신 다이버, 카메라 제조 기술자들 이 공동으로 만든 영화이다. 특히, 수중에서 ‘타임랩스’ 기법을 통해 산호초가 탈색되는 과정을 수 년 동안 촬영해야 하는 정교한 작업이 필요한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칠레와 호주 연안 산호초가 현재 전멸한 상태이며, 이것이 해양 오염에 얼마나 심각한 위기를 불러 오고 있는 지를 자각하게 한다.

<불편한 진실>은 유명 정치인, 영화배우, 기후학자, 환경학자들이 결합한 형태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실로 환경 문제에 대한 전 세계적 인식을 다시 한번 강화시키는데 있어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내레이션을 맡으며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여겨진다.

 

국내 독립영화도 환경 문제에 집중

이제, 국내 독립영화 감독 및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까지 광범위한 환경 문제에서 메인 소재를 가져 오려고 한다. 환경을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는 정치 테제를 받아 들이기 시작했음을 보여 준다. 지난 9월, 환경부가 주최한 환경 단편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숨:]’ 수상작 <*쓰레기 덕후 소셜클럽>, <*덕산신구 대피소>,. <*보폼이> 등은 영화와 환경이 얼마만큼 가깝게 붙어 있는지, 더 나아가 영화와 환경은 공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또한, 지난 10월에는 GS SHOP과 환경재단은 ‘Youth Media Creators’ 지원 사업을 통해 미세먼지, 플라스틱 문제, 지구 온난화 등 다양한 환경 단편영화들을 선발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응모자가 많았음에도 기대 이상의 좋은 작품들이 대거 몰려 눈길을 끌었다. 환경영화를 판단할 때 단순 기술력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환경 문제를 얼마나 자기화(化) 했는지, 그 문제의식에 대해 자기 동일화가 얼마나 진행되었지 역시 중요한 척도가 된다.

GS칼텍스, GS칼텍스사보, 굴업도하지만 종종 환경을 다룬 영화는 정치/경제/사회적 이슈와 갈등하고 투쟁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민병훈 감독이 2012년에 제작한 <*아! 굴업도>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섬을 둘러싼 개발 정책 혹은 민간사업자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영화는 영화제 상영 및 개봉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개봉 후에도 정상적으로 상영되지는 못하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굴업도는 서해안에 위치한 섬 가운데 자연 경관이 가장 빼어난, 천연의 청정구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한때 핵폐기장 후보 지역이기도 했고 어떤 대기업에서는 최고급 리조트와 골프장을 지으려고 했던 지역이기도 했다. 현재 굴업도에는 단 일곱 가구만이 거주하지만, 핵폐기장 건설과 골프장 건축은 모두 용도폐기됐다. 그렇게 되기까지 건축, 무용, 문학, 영화, 음악 등 문화계 전반의 반대 목소리가 주효했으며 다큐멘터리 <아! 굴업도>는 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GS칼텍스, GS칼텍스사보, 영화제, 친환경, 기획특집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정치를 개선할 수도, 경제를 윤택하게 할 수도, 사회 범죄를 줄이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게 변화시킬 수는 있다. 환경 문제다. 소와 돼지를 도살하는 과정을 담은 6분짜리 다큐멘터리를 VR로 보게 되면 한동안 육식을 할 수 없게 될 정도이다. 아이들은 고른 영양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VR다큐는 청소년들은 보지 못하는, ‘18세 이상 관람가’로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그만큼 환경과 영화가 결합하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환경 문제에 발벗고 나서고 싶은가? 본격적이든 아니든 환경 운동가가 되면 쉽게 그 문제를 위해 나설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환경영화 한 편을 보자. 그리고 자신의 주변 한 사람, 한 사람들에게 그 영화를 권해보자. 그 행동만으로도 환경을 위한 다양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세상의 변화는 한번에 한 걸음씩 이루어졌다! 환경 문제도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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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 영화평론가

문화일보, 연합통신(현 연합뉴스), YTN 문화부에서 영화담당기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YTN에서 영화뉴스 <시네24>의 제작과 진행을 맡았다. YTN 이후에는 본격 영화전문기자로 활동했다. FILM2.0을 창간해 편집부장을 지냈고 또 다른 영화주간지 씨네버스에서는 편집장으로 일했다. nKINO 편집국장을 거쳐 전업 영화평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 부산 동의대 영화학과 초빙교수, 영화와 드라마 프로덕션인 D&D미디어 대표를 맡기도 했다. 배창호 감독의 <여행>, 전계수 감독의 <뭘 또 그렇게까지> 등 저예산 영화 11편을 만들었다. 이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지낸 것을 계기로 다양한 영화제를 만들고 운영했다. 마리끌레르 영화제, 사람사는 세상 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레지스탕스 영화제 등이 있다. 현재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필름 마켓의 공동 운영위원장으로 있으며 들꽃영화상의 운영위원장이기도 하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대표 직업은 영화평론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