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기부란? – 이웃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다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우리 구성원의 이야기. 그 첫 번째 주인공인 최영호 상무/S&T전략부문장을 만났습니다. 1989년 입사해서 사업기획, 정유공장 생산계획, 원유 및 석유제품 트레이딩, 수급, Base Oil영업 등 폭넓은 업무 경험을 쌓은 뒤 수급부문장을 거쳐 S&T전략부문장으로 재직 중인 그는, 기부가 삶의 일부이자 즐거움이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1. 할머니와 소녀
기부를 시작한지는 꽤 됐어요. 신입사원 시절부터 만원씩 2만원씩 적은 돈이지만 꾸준히 했죠. 차츰 수입이 늘고 여력이 생기면서 조금씩 늘린 것뿐이에요. 거창한 계기가 있었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추억들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경북 영천 시골 출신이에요.저의 유년기 때가 60년대 후반이니까 다들 가난했죠. 보릿고개도 막 넘긴 시기였고요. 저희 집은 양식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봄에는 양식을 비축한다고 무밥이나 나물밥을 해서 먹었어요. 그때는 거지들이 되게 많았어요. 거지들이 저희 집에 오면 할머니가 보리쌀도 주고 밥 남은 거라도 주시고. 한번도 그냥 돌려보내는 법이 없었어요. 회갑잔치나 결혼이 있으면 걸인들에게 꼭 한 상 씩 차려주셨죠.
저희 동네는 다같이 어려웠지만 서로서로 도와서 굶어 죽는 사람은 없었어요. 초등학교 2학년때로 기억하는데. 여름방학을 마치고 학교에 가니까 우리 반 여자애 하나가 죽었어요.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까, 맹장염이 복막염이 되면서 죽었다는 거에요. 가난하고 무지해서 그런 일이 일어난 거죠.
제가 지금 돕고 있는 곳 중에 하나가 가난한 국가들에 병원을 지어주는 거거든요. 5천만원 정도면 병동 5개 규모의 병원 하나를 지어줄 수 있어요. 병원 한 개가 1년 동안 2만명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어요. 기부 권유를 받았을 때, 어릴 때 죽은 그 친구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가 회사에 긍지를 느끼는 이유 중에 하나가 최고경영층이 가난하고 소외 받은 이웃들에 대해서 마음이 열려있고, 매칭그랜트라는 훌륭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건데요. 제가 좀 돕고 회사가 보태준 덕분에 가나, 마다가스카르, 부르키나파소에 각각 병동 하나씩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2. 세 아이에게 돈보다는 정신을 남기고 싶어요
매칭그랜트에 등록된 평화의료재단, 태화샘솟는집, 월드비전, 기아대책, 사랑밭에라는 단체에 기부하고 있는데요. 평화의료재단과 태화샘솟는집 같은 경우에는 활동사항 등 자료를 준비해서 등록 절차를 밟았습니다. 나머지 세 단체는 많이 알려져 있잖아요.
후원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서 1:1 결연까지 해주니, 저야 고맙죠. 우간다, 이집트 어린이와 편지도 주고 받을 수 있고, 아이디어가 참 좋더라고요. 저도 우연히 TV보다가, 강연 듣다가 신청하고 그랬어요. 제가 특별히 뭘 한 게 없고 주변에 어려운 이들이 있길래 작은 손길을 내밀었을 뿐입니다. 원칙이 하나 있는데요. ‘안사람 동의 없이는 기부하지 않는다’에요. 세 아이를 포함해서 100% 가족의 동의를 받아서 기부합니다.
저는 이게 결과적으로 제 아이들에게 유산을 남기는 게 아닌가 싶어요. 돈보다는 정신을 남기는 거죠. 저희 집 가훈이 ‘나눔’이에요. 그런 정신을 심어주려고 회사에서 하는 나눔캠프에도 보냈어요. 단순히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사는 것보다는 좀 더 큰 뜻을 가지고 사는 게 아이들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3. 건강한 책임의식
삼백 년에 걸쳐서 12대가 만석을 했다는 경주 최부자 이야기 아시죠. 그들이 부를 관리하는 좋은 원칙들이 많았대요. 그 첫째가 ‘사방백리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하라’에요. 이게 그 당시 CSR입니다. 이런 것들이 됐기 때문에 구한말에 민란 등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죠. 부라는 것을 혼자 누리는 것이 안전하지 못하고, 나눌 때 훨씬 오래간다는 것을 이미 지혜로 깨닫고 있었던 겁니다.
재물은 제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제가 잠시 맡은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이웃들이 저를 위해 내어준 것이죠. 이 추운 날에 비닐하우스에서 농사지어야지 도로공사 해야지. 그분들 피와 땀 덕분에 제가 이렇게 따뜻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잖아요. 이것에 대한 건강한 책임의식을 느낄 때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가 영속할 수 있는 거죠.
4. 잠시 맡은 것이니 나누는 게 당연하죠
저는 ‘돕는다’는 표현보다 ‘나눈다’는 말을 훨씬 좋아해요. 사실 저는 제 것을 준다는 개념이 아니거든요. 저에게는 잠시 맡겨진 재물을 잘 관리할 책임만 있는 것이죠. 원래 제 것이 아니니까 나누는 게 당연하고 더 많이 못 나눠서 죄송할 따름이죠. 우리가 아주 조금만 나누면, 아주 조금만 힘을 실어주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고, 건강하게 사회에 적응해서 함께 잘 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을 나와 다른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고, 바로 내 주위에 있는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이번에 기회가 얼마나 좋아요. 어린이 힐링사업이요. 회사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니까 그냥 좋은 마음을 내서 작은 정성을 보태는 거죠. 저도 주위에서 다가와서 기부를 권했을 때 외면하지 않았던 것뿐이에요. 멀리 있는 이웃을 일부러 찾아가는 게 아니라, 바로 제 주변에서 작은 도움을 요청하길래 응답하고 동참했을 뿐입니다. 기부를 하면 일단 기분이 좋아지고 자존감도 높아지고요. 올해에는 더 많은 우리 구성원들이 동참해서 힐링사업으로 많은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맑게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