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어는 의사소통과 기록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997년 유네스코는 한글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으며, 한글의 제작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해례본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했습니다. ‘한글’은 다른 언어와 달리 더욱 위대하고 과학적이라고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글은 14자의 자음과 10자의 모음이 합해져 단 24자로 약 1만 1천여 개의 발음을 적을 수 있습니다. 발음기관의 모양과 음운학적 분석을 통해 탄생하였으며 창제자와 창제 연도가 명확하게 밝혀진 문자입니다. 10월 9일 한글날을 기념하여 한글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저명한 예술가를 만나보았습니다.
한글의 위상을 드높이다, 금보성 작가가 말하는 ‘한글’
뉴욕에 위치한 미국 최고의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한글’ 작품이 설치되었습니다. 바로, 금보성 한글 작가의 작품, ‘테트라포트’가 상륙한 것이죠. 한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금보성 작가, 그가 말하는 한글의 위대함을 함께 들어보시죠.
Q) 안녕하세요, 금보성 작가님. 작가님께는 ‘한글’과 관련된 독특한 수식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금보성 작가 : 한글만을 소재로 35년간 작품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한글 작가’라는 수식어가 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글을 주제로 58번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한글의 가치를 다양한 작품을 탄생시켰죠. 또한, 제가 지나온 오랜 세월이 쌓여 ‘한글 회화’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는 회화, 조형 그리고 건축 등 2차원적인 평면 그림에서 벗어나 3차원적인 조형 및 공간 예술에 이르기까지 한글 작품의 표현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활동 중입니다.(금보성 아트센터 : 보기)
Q) 한글을 주제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금보성 작가 : 저는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총 7권의 시집을 출간하고,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림은 전공하지 않았죠. 고등학생 때, 시인으로 등단하여 시를 썼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시를 쓰는데, 문득 자음과 모음에 한 획씩 색을 입혀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었습니다. 그렇게 색을 입힌 글자는 시가 아닌 하나의 그림으로 새롭게 탄생하였고, 주변에서 좋은 반응도 얻었습니다. 그때부터 ‘한글도 하나의 그림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Q) 작가님께서는 다양한 재료와 시리즈로 한글을 표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금보성 작가 : 초창기에는 자음과 모음만을 이용해서 회화로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한글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한글에 접근하여 재료와 주제에 변화를 준 것이죠. 지금까지 사용한 재료로는 유화 물감, 아크릴 물감, 종이, 흙 등을 캔버스에 사용했습니다. 평면 그림에서 탈피해 스티로폼, PVC 등을 이용해 3차원적인 조형물이나 건축물 등으로 작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단순 소재의 변화뿐만 아니라 또한 한글 문자, 한글 윷놀이, 한글 아리랑, 한글 방파제 등 다양한 시리즈로 한글을 표현하여 한글이 가진 무궁한 가능성을 작품 속에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재료와 시리즈가 달라져도 한글이라는 정체성은 제 작품 속에 늘 있는 것이죠.
Q)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금보성 작가 : 사실, 예술이라는 것을 너무 어렵게만 보고 있지 않아서 더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나 생각됩니다. 부담되거나 스트레스로 느껴진다면, 저도 무한한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겠죠. 제가 작품 활동을 끊임없이 하는 이유는 한글을 통해 작업하는 것이 재미있고 즐겁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물을 한글의 자음과 모음으로 보는 것도 저에게는 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한글이 가진 가치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금보성 작가 : 한글의 ‘한’은 넓다, 크다, 하나, 우주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글’은 소통, 나눔, 치유, 상생을 의미하죠. 한글은 ‘큰 나눔’이며 ‘큰 말과 글’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한글은 단지 기호나 문자가 아닌 큰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을 담은 ‘거대한 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한글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하면 우리의 정신이 그 작품 속에 담기는 것이죠. 한글은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정신을 전할 수 있는 한류의 새로운 방향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개인적인 바람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금보성 작가 : 한글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글이 가진 우수성과 그 가치는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문자와 글로 표현되어 일상 속에서 특별히 그 아름다움을 발견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글의 고귀한 가치와 의미를 예술로 승화한 것이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우리의 다음 세대, 그리고 그다음 세대까지 한글의 가치가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글이라는 위대한 유산이 문자 그 자체, 예술, 문화 등 어떤 형태로든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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