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게 역사를 묻다 – 제4탄] GS칼텍스 혁신(革新) 변천사

혁신은 위험하다. 그러나 혁신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가죽 혁(革)에 새로울 신(新)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흔히 혁신을 가죽을 벗겨서 새롭게 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혁신이란 고통스럽고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가죽을 뜻하는 한자는 ‘피(皮)’가 더 많이 쓰인다. 피(皮)와 혁(革)은 똑같은 가죽인 것 같지만 의미가 다르다. 혁(革)은 가을에 짐승으로부터 털이 있는 상태로 벗겨낸 피(皮)의 털을 다듬어 새롭게 만든 가죽이다. 그런데 피(皮)가 혁(革)이 되려면 힘든 과정을 거친다. 동물의 가죽은 그대로는 부패하기 쉽기 때문에 물로 씻고, 지방이나 살 조각을 제거하고, 무두질로 내구성을 키운다.

가죽의 두께를 균일하게 깎고 표면을 문질러 매끈매끈하게 하는 작업은 물론 착색 작업만 수 차례 거친다. 아울러 부패·충해, 곰팡이의 발생을 방지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진정한 가죽(革)이 만들어지며, 이런 과정의 단계마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제1장. GS칼텍스의1990년대 혁신 활동

사무혁신운동 화이낫(WHINOT)?

gs칼텍스, gs칼텍스사보, 혁신변천사GS칼텍스는 단독 경영 체제 출범과 창사 20주년을 맞은 1987년을 도약의 전환점으로 삼아 기존의 정유 중심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다. 1989년 12월 5일 GS칼텍스는 ‘정유와 석유화학의 합리적 결합으로 업계 제일의 신뢰와 수익성을 확보해 종합 에너지 및 석유화학 기업의 Pacesetter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하고, 비전 달성을 위한 혁신활동을 전개했다.

1990년 초 GS칼텍스는 간접 부문 중복 업무를 제거하고, 부서 간 정보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본사 전 부서에 대해 업무 진단을 실시했다. 업무 진단은 최근 1년 동안 작성된 약 5,000종의 문서를 대상으로 했으며, 이를 통해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GS칼텍스는 간접 부문 효율화를 위한 사무혁신운동을 전사적으로 추진했다.

사무혁신운동 ‘화이낫(WHINOT: White Collar Innovation)’은 영어 발음이 비슷한 ‘Why Not?’으로 더 친숙하다. ‘WHINOT’은 임직원의 문제를 임직원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자기혁신운동이었다. 따라서 ‘WHINOT’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속에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강한 자부심이 담겨 있고, 임직원들이 각자의 업무를 간소화하고 효율화시킴에 있어 어떤 고정관념도 타파하겠다는 도전의식이 포함돼 있었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스킬 개발 활동

gs칼텍스, gs칼텍스사보, 혁신변천사한편 GS칼텍스는 1992년부터 ‘스킬 개발 활동’을 펼쳤다. 조직이 담당하고 있는 주요 경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키움으로써 무한경쟁 시대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활동이었다. 스킬 개발 활동의 프로세스는 테마 선정, 과제 선정, 변혁 프로그램 개발, 실행, 평가 등 5단계로 구성됐다. 단계별로 프로세스를 추진하면서 현장의 문제점이나 개선점을 파악해 가설적 해결 방안과 계량화된 달성 목표를 설정해 실행에 옮기고, 그 성과를 달성 목표와 비교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현장 개선의 수준을 넘어 세계 최고의 목표 수준을 지향했다. 수많은 스킬 개발 활동 중 윤활유 부문과 PP 부문,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스킬개발팀의 활동이 주목을 받았다. 스킬개발팀의 활동 결과는 세계 최초의 폴리프로필렌 윤활유 용기 ‘루보트 용기’와 ‘폐용기 무상수거 서비스’의 탄생이라는 윤활유사업 혁신전략으로 채택됐다. 소매영업본부에서도 ‘주유서비스 개선을 통한 주유소 판매력 향상’을 주제로 한 Skill 활동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GS칼텍스 계열 주유소의 서비스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세계 일류 생산본부를 만들기 위한 Pacesetter 2000 Refinery

gs칼텍스, gs칼텍스사보, 혁신변천사여수공장을 세계 초일류 수준의 공장으로 만들기 위한 ‘Pacesetter 2000 Refinery’도 빼놓을 수 없다. 1993년에 추진한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여수공장의 운영 효율을 2000년까지 세계 초일류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었다.

1993년 미국 Solomon Associates의 컨설팅으로 시작한 프로젝트 1단계에서는 세계적 Pacesetter 정유공장의 운전 실적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공장의 수익성, 가동률, 인력 수준, 운전비용, 에너지 소비, 정비 능력과 정비비용 등 공장의 운영 효율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들을 분석했다.

2단계에서는 업무 처리 능력과 처리 방식을 조사한 후 개선 방향을 도출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했다.

3단계에서는 모든 업무 방식을 변혁시키고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제공하기 위해 업무 단위 별로 업무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10여 개의 패키지를 포함한 50개의 모듈이 적용된 통합생산정보시스템(IRIS: Integrated Refinery Information System) 구축을 추진했다.

1993년 7월부터 시작한 ‘소매영업 Pacesetter 2000’ 프로젝트를 통한 혁신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고객 분석을 통해 목표 고객군을 설정하고 소매영업전략을 수립했다. 목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선정해 그 위치의 경제적 가치를 산정하고 최적의 시기에 주유소를 개설했다.

목표 고객에게 가장 편리한 시설을 갖추고 표준화된 최고 수준의 주유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경정비 프랜차이즈 오토 오아시스, 업계 최초의 종이식 상품권과 국내 최초의 전자식 선불카드 발매, 주유소 표준운영기준 수립적용 등을 통해 주유소 경쟁력 차별화와 고객만족도 향상을 본격적으로 이루어냈다.

 

제2장. GS칼텍스의 2000년대 혁신 활동

‘식스시그마’라는 든든한 벨트를 매다

IMF 외환 위기를 극복하고 기존의 가치기준과 사고방식을 모두 버리고 원점(Zero-Base)으로 돌아가 모든 경영활동을 재점검하고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실행한 혁신 프로그램인 식스시그마(Six Sigma)는 혁신 가속화의 새로운 모티브였다.

과학적인 통계기법을 사용하는 식스시그마의 개념과 어휘를 회사 전 분야에서 공통으로 사용함으로써 각 프로젝트의 성공 경험을 다른 분야에서도 쉽게 이해하고 문제 해결의 원리를 벤치마킹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전 임직원이 문제의 발굴과 해결에 있어서 경험과 직관이 아닌 정량적 분석과 Zero Base에서 실행 가능한 최적의 해결을 추구했다.

혁신에 있어서 의식과 행동이 유리(遊離)되지 않고 의식개혁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하나가 되는 기회로 식스시그마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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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는 식스시그마 활동을 정착시키기 위해 ‘Six Sigma Company by 2005’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1999년 도입, 2000년 정착, 2001~2002년 확산, 2003~2004년 내재화라는 단계별 전략을 추진했다. GS칼텍스는 식스시그마 활동을 시작하면서 핵심 추진인력 확보에 주력해 추진요원 29명을 선발, 사내전문가로 양성한 후 2001년 마스터 블랙벨트(MBB) 10명, 블랙벨트(BB) 71명, 그린벨트(GB) 358명을 양성해 전 임직원의 약 14%에 달하는 439명의 핵심 추진인력을 보유했다.

이후에도 전문인력은 계속 증가해 2004년에는 전 임직원의 54%에 해당하는 1,392명을 그린벨트 이상 인증을 가진 식스시그마 전문가로 육성했다. 2006~2009년은 식스시그마 활동의 재도약기로 볼 수 있는데 BB과제 평가위원회를 조직해 과제의 도전성과 수행도를 평가함으로써 식스시그마 활동의 질적 향상을 꾀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에는 기존 식스시그마 활동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원가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전사적인 혁신과제 실행 및 전사 문화변혁(Cultural Transformation)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11년에는 조직의 경계를 넘어선 Champion 과제를 장려했고 창의적 혁신활동의 수행을 위해 다양한 식스시그마 방법론을 적용했다.

식스시그마는 2013년까지 약 380개의 Champion과제, 800개의 BB과제, 4,600여 개의 GB과제를 실행했고, 23개의 전략CoP(Community of Practice)와 2,000여 개의 학습CoP 활동을 수행하며, 재무성과 창출, 인재육성, 혁신문화 내재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만들어 냈다.

 

전사적 통합시스템을 오픈하고 혁신과 소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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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P(Enterprise Resourse Planning)는 기업 내 생산, 물류, 재무, 회계, 영업과 구매, 재고 등 경영 활동 프로세스들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관리해 주며, 기업에서 발생하는 정보들을 공유하고 새로운 정보의 생성과 빠른 의사결정을 돕는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 또는 전사적 통합시스템이다.

GS칼텍스는 1998년 3월 외환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ERP시스템 구축을 결정했다. 이후 2년간 270억 원을 투입하고 전담직원 60명을 배치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2000년 4월 국내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 받는 ERP시스템을 구축했다. ERP시스템의 오픈은 단순히 전산화 작업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개선 및 업무수행 역할 재조정 등 총체적 업무수행 환경의 변화를 의미했다. 임직원은 이런 업무 수행 방법 및 환경 변화에 기꺼이 동참해 ERP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이후 GS칼텍스는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비즈니스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New ERP 구축 프로젝트를 2012년 초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수행했다.

 

제3장. 새로운 미래를 위한 혁신 활동

혁신을 혁신하는 노력 – Value No.1 Grand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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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는 제3중질유분해시설(VRHCR)과 제4중질유분해시설(VGOFCC) 건설을 통해 수익성 향상을 꾀했지만, 경기 침체와 외부 환경 변화로 기대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GS칼텍스는 2013년 2월 고도화설비 최적운영 및 시설개선 방안을 원유 구매부터 제품 판매까지 전사적 관점에서 검토하기 위해 회사 6개 부문이 참여하는 전사 메가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이것이 V-Project의 시작이었다. 당시 과제 명은 ‘VRHCR 및 VGOFCC/RFCC 최적운영 및 시설개선 방안’이었다. 이 방안은 생산본부, Supply & Trading 본부, 경영기획실이 참여해 2013년 ‘고도화시설(Heavy Oil Upgrading) 최적 운영’을 위한 Feed 조성 최적화 및 반응기 온도 상향 등 약 40여 개의 세부 과제를 선정해 개선 활동을 진행했다.

2014년에는 ‘고도화시설 최적 운영’ 이외에도 ‘유틸리티 및 에너지 비용 효율화’와 ‘석유화학 공정 최적 운영’으로 개선 영역이 확대됐고, 2015년에는 원가 절감 및 수율 향상을 통한 지속적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다양한 Crude 도입 등 Feedstock 경쟁력 강화’, ‘휘발유/경유 생산 공정 운전 최적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극대화’의 영역에서 개선 활동을 수행했다.

2016년에는 ‘단기 수익성 향상 활동’과 ‘지속적 수익 창출 기반 구축’에 주력했다. 지속적인 V-Project 수행 결과 수율 증가, 에너지 사용량 감소 및 제품 Mix 개선 등으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한편, 현업 주도의 자율적인 개선활동을 지속적으로 전파하고 강화하기 위해 우수과제를 상호 공유하고 격려하는 ‘2019 Value No.1 Grand Forum’이 지난 4월 26일 GS타워 본사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은 5개의 현업개선과제와 2개의 CoP가 프로젝트 리더들에 의해 발표되었으며, 이 가운데 생산본부에서 V-Project로 진행한 “High Fe Crude 도입검토”와 소매영업본부의 “계약서 문서관리 Process 개선” 프로젝트는 그룹차원의 혁신 활동 공유 포럼인 ‘2019 GS VCF(Value Creation Forum)’에 출품이 선정되었다. 2014년, 식스시그마 그랜드 포럼에서 Value No.1 Grand Forum으로 명칭을 바꾸고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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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껍질을 버리고 새로운 가죽의 삶을 택하는 것

괴테는 ‘뱀이 허물을 벗지 못하면 죽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뱀은 허물을 벗지 못하면 몸이 굳어서 죽는다. 뱀이 허물 벗기를 얼마나 자주하는지는 뱀의 나이와 그 뱀이 얼마나 활동적인지에 달려 있다. 당연히 한참 성장하는 뱀은 이미 늙어버린 뱀보다 허물 벗기를 자주 한다. 뱀이 허물을 벗는 것은 성장하기 위해서다.

환경이나 영양 상태, 나이 등에 따라 횟수의 차이는 있겠으나, 허물을 벗지 않으면 죽는다는 결과는 똑같다. 허물을 벗지 못한다는 말은 성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성장하지 않는, 아니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죽은 것이다. 인간의 삶도, 인간이 모여 앞으로 향해 가는 기업의 삶도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진 게 없다면 성장을 멈춘 것이다. 성장을 멈췄다면 죽은 것이다. 혁신은 새롭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너덜너덜한 껍질을 버리고 새로운 가죽의 삶을 택하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GS칼텍스의 성장과 발전은 지속적인 혁신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화려한 성과는 미래에 또 다른 가죽을 얻기 위해 벗어버려야 할 껍질이 될 것이고 우리는 또다시 그 껍질을 벗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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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부장 | 브랜드관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