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의 CSI요원 석유제품 분석通을 만나다
여수공장에 원유를 도입해서 최종 완제품이 출하될 때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시료를 분석하는 품질보증팀. 지난 26년동안 공정 품질관리와 시료분석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분석전문가 조도일 대리를 만나봤습니다.
분석(分析), 잘게 쪼개고 나누다
“품질보증팀이 하는 일이 뭐냐고요? 원유의 성분분석을 시작으로 4개 정유공정 및 고도화설비의 시료분석과 공정 트렌드
관리, 각 공정에서 나오는 유종들을 저장해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으로 블렌딩하는 저유팀의 완제품 검사와 합격/불합격
처리, 불량이나 오염된 제품이 나가지 않도록 출하 시료분석까지 처음부터 끝까지의 전과정이 업무대상이죠. 이 밖에도
각종 현장의 첨가물질 분석, 고객 불만시료 분석, 공정개선을 위한 특수시료, 수익성 창출을 위한 테스트 시료까지 공장의
모든 시료를 품질보증1,2팀에서 분석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조도일 대리는 정유와 고도화설비 쪽은 품질보증1팀에서, 방향족과 PP 시료는 품질보증2팀에서 처리한다고 말합니다. PP와 정유, 고도화설비에 윤활기유까지 거친 분석업무 26년차 베테랑 조도일 대리가 분석에 대해 말합니다.
“1987년에 입사했을 때 PP공장과 No.1, 2, 3 CDU 외에 별다른 공정이 없었어요. 지금은 공장이 엄청 넓어졌습니다. 처음에 PP쪽 분석업무를 맡아서 만 17년하다가 2004년부터 정유파트를 10년째하고 있네요. 분석(分析)의 한자어를 보면 나눌 분에 쪼갤 석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잘게 쪼개고 적절히 분리해야죠. 그렇지 못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올 것이고, 그 결과를 가지고 어떤 액션을 취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없을 겁니다. 몸이 아픈 환자를 의사가 진찰을 잘못해서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한다면 환자의 몸 상태가 악화되듯이요.”
그는 무엇보다 시료의 특성을 잘 알아서, 시료의 현 상태를 올바르게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왜 그럴까요? 현상 파악을 정확히 해야 원인을 집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똑같은 시료에 대해 2개의 현상을 파악한다면 2개의 원인밖에 볼 수 없지만, 지식이 많고 지혜를 발휘해서 10개의 현상을 파악한다면 10개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즉, 시료를 정확히 파악해서 진단하는 것이 분석업무의 가장 중요한 첫 단추입니다. 원인을 찾아야 그에 맞는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공정, 제품, 분석장비까지 지식전문가로 거듭나다
분석업무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지식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현장에서 공정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고, 시료마다 분석하는 항목이 왜 다른지, 분석항목의 의미는 무엇인지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이에 못지 않게 분석장비의 설치, 프로그램 운영능력, 새로운 분석모드 개발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목수는 톱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밀어야 나무가 가장 잘 잘리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죠.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분석장비의 물리화학적인 원리, 구성, 프로그램 사용법, 검교정법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어야 해요. 새롭게 개발되는 분석
장비와 분석기술도 습득해야 하고요.”
품질보증팀은 자외선, 적외선, 엑스레이, 핵자기공명까지 대학에서 박사급들이 운영하는 고가의 섬세한 장비를 포함해서 100여 가지의 장비를 가지고 240여 가지의 분석법으로 분석업무를 진행합니다. 이러한 분석장비들을 품질보증팀원들이 자체적으로 정비할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엄청난 경쟁력이라고 자랑합니다.
“공장은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분석장비도 언제든지 이용에 차질이 없어야 해요. 그래서 웬만한 정비는 우리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죠. 물론 전문 엔지니어가 와서 정비를 해줄 수는 있지만, 비용도 비싸고, 우리가 원할 때 즉시 서비스를 해주지 않거든요.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야죠. 저희가 장비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면요. 1969년에 들여온 옥탄가 측정장비를 아직까지 정비해가면서 아무 탈없이 쓰고 있어요. 자체 정비기술이 있으니까 회사 역사와 같이 갈 수 있었던 거죠.”
뿐만 아니라 중요 장비의 엔지니어와는 평소에 친분을 쌓아 장비 관련 정보와 트러블 대처법, 타사의 동향이나 새로운 장비에 대한 팁을 얻는 것도 조도일 대리만의 노하우입니다. 공정, 제품, 분석항목, 분석기술, 분석장비까지 제대로 된 분석업무를 위해 갖춰야 할 지식의 범위가 상당히 넓습니다. 하나 하나 원리를 알아가는 재미, 회사 수익에 기여하는 보람, 나름의 애환에 대해 조도일 대리는 말합니다.
“평소에는 분석장비와 1대 1 대화가 즐거워요. 제가 좋아하고 공부하는 만큼 장비와 가까워지는 느낌이랄까요? 현장 트러블의 원인을 분석결과로 밝혔을 때, 테스트런으로 들어오는 특수시료의 분석결과로 공정이 개선되고 수익이 향상되었을 때 뿌듯하고 기쁘기도 하고요. 업무를 하면서 어려운 게 있다면, 현장이나 고객이 장비의 측정한계를 넘어서는 세밀한 결과를 요구할 때에요. 장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아무리 설명을 해도 잘 통하지 않을 때는 답답하죠.”
진짜 그럴까? 정말 방법은 없을까?
강산도 세 번이나 바뀌었을 오랜 기간 동안 분석업무만을 파고 든 그는 어떤 현상을 분석하고, 해결해내겠다는 열의가 일종의 취미처럼 굳어졌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이 있었다고 하면 가장 쉬운 결론은 자살일 거에요. 하지만 현장을 잘 살펴서 혹시 타살의 의혹이 있지는 않을까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추리해보는 것이죠. 그러다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고요. 그런 열정이 있어야 분석업무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천성 자체가 분석업무에 잘 맞는 것 같아요. 하하하.”
그는 항상 자기 자신에게 ‘원인이 뭘까? 해결방법은 없을까?’를 자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 덕에 맥가이버라는 별명을 얻은 일화가 있는데요. 정유제품의 점도를 측정한 뒤 시료를 씻어내기 위해 솔벤트를 이용하는데, 배기장치가 솔벤트의 냄새를 충분히 배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담당자는 방독마스크를 쓰고도 분석을 힘들어했다고 하네요. ‘분명히 후드가 달려있는데 왜 배기가 되지 않을까?’를 연구하던 조도일 대리는 아크릴을 여러 개 붙이고 굴곡면을 만들어서 냄새가 잘 빨려나가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합니다.
남들이 안 된다는 것을 찾아서 해보는 이런 습관은 정말 본받을 만 합니다. 분석업무 경력이 늘어날수록 그의 성격은 더욱 꼼꼼하고 세심하게 변해갔다고 합니다. 항상 의심의 눈초리로 현상을 보고,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그는 가끔 아내의 핀잔도 듣습니다. “눈가 주름을 펴준다고 어디서 비싼 화장품을 사왔길래 이것 저것 물어봤더니 아내가 그냥 한번 넘어가지, 왜 자꾸 못 믿느냐고 잔소리를 하더라고요.”
뛰어난 분석전문가 후배들이 넘쳐나길
그 어떤 석유제품 분석전문가보다 정확하고 합리적으로 분석해낼 수 있다고 자부하는 그의 자신감은 그간의 열정과 고민, 노력이 그 뿌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달리는 차 3대 중에 한 대 꼴로 ‘내가 분석해서 합격 처리한 제품을 넣고 달리고 있구나’를 생각하며 보람을 느낀다는 그. 또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군이 전투기용 항공유를 구매하고 처음에는 분석과정을 굉장히 신경 써서 꼼꼼하게 주시하더니, 지금은 핵심항목만 체크할 만큼 제품과 철저한 품질관리에 대해서 신뢰를 얻었다고 말합니다. 석유제품 분석 분야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조도일 대리의 꿈은 무엇일까요?
“모두가 정말 좋은 일터라고 느끼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저희 조직에서 한 사람도 뒤쳐지거나 힘들어하는 동료가 없어야겠죠. 지금 교대D조의 교대장을 맡고 있는데 분석업무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조원들에게 먼저 저를 열어 보여야 해요. 제 벽부터 허물어 놔야죠. 제가 그 동안 경험했던 업무지식들, 노하우들, 기술들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되도록 많이 가지려고 하죠.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던 조원이 2년 동안 함께 근무하면서 마음을 열고, 조를 떠나면서 함께 일해서 즐거웠다고 말해줄 때 그 어떤 인정과 칭찬보다 뭉클했습니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서 열심히 분석하는 지혜로운 후배들을 하나 둘씩 늘려가고 싶다는 조도일 대리의 꿈이 이뤄져, GS칼텍스에 분석通들이 넘쳐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