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장판 봉사활동의 종결자, 도배장판 기술의 종결자, GS칼텍스 정유 3팀 조충재 계장에게 기부란?
제가 어렸을 때 집이 넉넉하지 못해서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자랐어요. 어린 마음에 나중에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돼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기부를 시작한 직접적인 계기는 입사하고 나서부터였어요. 2004년도에 같은 팀에 계장님 한 분이, 주변에 어려운 할머니가 계시니까 도와드리자고 제안을 해서 쌀이랑 물품을 전달해드렸죠. 그걸 시작으로, 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고민을 하다가 도배장판을 하게 된 거죠.
우연한 기회로 시작된 도배장판 봉사활동!
도배장판이 보통 5년에서 10년 사이에 한 번씩은 바꿔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동사무소랑 복지관에서 추천을 받아서 한 달에 한 번씩 빠지지 않고 도배장판을 하고 있어요. 물이 새는 집들이 있으면 지붕도 새로 해드리고 그러죠. 아우름봉사대라고 이름도 붙이고, 제가 총무를 맡고, 전체 팀원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어요. 10년 가까이 하다 보니까 도배장판이 중상급 정도 실력은 돼요.
매년 12월에는 한 해 동안 수혜받은 분들을 초청해서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도 하고 있고요. 저희 팀에 4개 조가 있는데 교대근무를 하다 보니까 한 달에 한 번 시간 내기가 사실 쉽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활동에 대해서 부정적인 팀원들도 있었어요. 이런 생각이 1년에 한 두 번 활동을 한다고 바뀌지는 않거든요. 그래도 정기적으로, 습관적으로 꾸준히 하다 보니까 마음이 굉장히 많이 돌아서더라고요. 어떤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하다가, 어느새 마음까지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사랑과 나눔이라는 서울에 있는 복지센터에 매칭그랜트를 통해서 기부하고 있고, 유니세프와 굿네이버스에서 결연 아동을 후원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정말 특별한 경험을 했는데요. GS칼텍스 캄보디아 봉사단에 참가신청을 해서 굿네이버스를 통해 후원하고 있었던 캄보디아 여자아이를 만나고 온 것이에요.
가서 직접 아이를 보고, 밥도 지어 먹고, 같이 놀아주면서 느낀 것이 있어요. 물질적인 후원도 좋지만, 지속적인 관심이 오히려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얼마 전에 아이에게 편지를 받았어요. 저도 답장을 쓰면 굿네이버스에서 번역해서 아이에게 보내준다고 하더라고요. 제 바람은 매년 한 명씩 결연하는 아이를 늘리는 거에요.
기부하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얼마나 내 마음을 담아서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이 어렵고 제약이 많다 보니까, 구조적으로 계속 그런 생활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게 되고, 대물림까지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도 굉장히 마이너스죠. 우리가 마음을 담아서 손을 내밀면 그 사람들이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갈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거든요.
나눔이라는 게 결국 그런 것 같아요. 내가 마음을 나눠주면 그 마음을 받고 선택의 기회를 갖는 것이죠. 선택하는 것은 그 사람들이 결정할 일이지만, 우리의 작은 관심으로 그들이 좋은 선택을 해서 꿈을 이루고, 사회에 기여를 하는 계기가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결국에는 그런 것 같아요. 만약 내 마음 전체가 10이라면요. 내 마음을 나눠준다고 5만큼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준 5에서 2만큼이 더 붙어서 7이 되돌아와요. 그러면 내 마음 전체가 12가 되죠. 이게 굉장히 중요한 거 같아요. 주면서 바로 동시에 옵니다.
기부를 하면서 저 자신에게 일어난 여러 좋은 변화 중에 뭐가 있느냐면요. 감성이 많이 풍부해져요. 마음이 아주 따뜻해지죠. 마음이 많이 순화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긍정적인 영향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습관이 돼서 삶에 묻어나고요. 마음이라서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기쁨도 있고, 뭉클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죠. 이건 정말 해보셔야 알 거에요. 실제로 체험을 해봐야 정말 내 것이 되고, 그 맛을 느끼면 헤어나오기 어려워요. 나부터 꼭 실천하고 나눠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지죠.
10살, 6살 딸아이가 둘 있는데요.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살라고 주입하기보다,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것 같아요. 도배장판이나 김장 담그기 행사 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주죠. 애들이 선택할 일이지만 제 바람은 아이들이 사회복지사나 선교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나중에 퇴직하면 복지관 하나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할 수만 있다면 꼭 하고 싶어요. 독거노인 분들 수용하고, 일자리도 만들고요. 될지 모르겠지만, 꼭 만들고 싶어요.
저도 처음에 기부를 시작할 때 부담이 전혀 안 된 건 아니에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나눔을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조금이라도 나눠야 이 사회가 밝아지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누구나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지금 망설이고 계신다면 생각만 하고 머뭇거리지 마시고, 작은 것 하나라도 지금 당장 시작을 하고 보자는 것이죠. 일단 발을 들여놔야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열리는 것 같아요. 다 같이 조금씩 마음을 내서 더 많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