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마 Column ]
건강한 사내소통의 시작, 공감
최고의 대화 상대자는 누구일까요? 학식이 뛰어난 사람? 유머가 풍부한 사람? 외모가 뛰어난 사람?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제일 좋은 대화 상대는 ‘잘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내가 슬픈 이야기를 할 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고, 기쁜 이야기를 할 때는 질투하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내 마음에 공감해주는 사람만 곁에 있다면 금방 살아갈 힘을 되찾곤 합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는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갈등과 충돌이 빈번하게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내소통이 잘 되고 서로 입장을 공감해준다면 금방 열정을 회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가 생깁니다.
건강한 사내소통이 필요한 이유
사내소통이란 회사와 직원간, 혹은 임직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 정보 또는 감정상태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공유되도록 하는 행위입니다. 요즘 기업에서는 원활한 사내소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통이야말로 생존과 발전의 A이자 Z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시장은 너무 많은 공급자와 수요 축소로 과다경쟁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원유가가 천정부지로 오른다고 요란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급락하고 있습니다. 전기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혜성처럼 나타나기도 합니다. 기업은 이와 같은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하길 요구 받습니다. 빠르게 대응하려면 빠른 소통, 정확하게 대응하려면 정확한 소통이 필수적입니다. 과거의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지양하고, 설익었더라도 참신한 젊은 층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사내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업무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 받는 이벤트도 자주 진행됩니다. 하지만 사내소통은 그리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건강한 사내소통을 저해하는 장벽들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신생 조직이나 조직의 크기가 작을 때는 서로 얼굴도 자주 보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기회가 많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역사가 길어질수록 조직이 경직됩니다. 마치 노화된 혈관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담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 즉 사일로(silo)가 생깁니다. 다른 부서에 업무협조를 구하기 어렵게 됩니다. 과거 전자 산업계를 호령했던 소니가 침체의 늪에 빠져 좀처럼 재기하지 못하는 이유로 사일로 문화가 지적되기도 합니다.
상사 앞에서 직원들은 으레 입을 닫습니다. 회의에서도 상사와 다른 의견을 말했다가 미움을 살까봐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습니다. 슬슬 맞장구를 치면서 눈치만 살핍니다. 모르는 이야기가 나와도 면박을 받거나 야단을 맞을까봐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대안이 보여도 “그럼 네가 해봐라”라고 덤터기를 쓸까봐 입을 닫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꾸 말을 아끼면 결국 조직에 신선한 아이디어는 수혈될 수 없습니다. 새로운 도전도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과 조직의 소통은 반복된 학습과 훈련을 통해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즉, 개개인이 서로의 의견에 공감하려는 태도를 반복적으로 연습해서 뇌에 각인(imprinting)시키면, 조직적인 소통이 가능해 집니다.
섬엽과 전측 대상회라는 뇌 부위가 ‘공감’이라는 행위를 관장합니다. 이는 포유류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근육을 계속 쓰면 근육이 강화되듯, 공감을 관장하는 뇌신경도 활동을 반복할수록 강화됩니다. 미국 위스콘신대 데이비드슨 교수 연구팀은 사랑하고 친절하며 공감하는 심성을 명상하도록 하고 뇌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이후 반복적으로 공감 명상을 하자 감정 처리 반응이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공감 훈련을 반복한 숙련자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공감하는 사람의 뇌에서는 분노와 공격성과 같은 부정적 반응이 감소했고 실행기능, 심상화 능력, 언어 기능 등 고차원적인 지적 기능이 풍부하게 발동되었습니다. 이런 결과는 다른 사람의 정서에 공감하는 능력이 후천적으로 반복 학습을 통해 강화될 수 있으며, 뇌를 더 똑똑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집단지성과 혁신이 필요한 기업에서 공감과 소통의 중요성에 주목해야 할 뇌의학적 근거입니다.
건강한 사내소통을 위해 할 일
패기 넘치던 신입사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고 소통의 장벽 앞에 지쳐서 자포자기와 무기력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끊임없이 도전하게 하려면 우선 공감과 소통이 잘 되도록 해야 합니다. 리더들은 열린 마음으로 다른 입장에도 진지하게 공감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대뜸 거부하기 보다는 귀담아 들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시도가 계속 반복되고 축적되면 좋은 사내소통 문화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노력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길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