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소방조직 유지·관리가 핵심
“여수공장에서 취급하는 원료·중간제품·완제품 등 모든 물질들은 인화성물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여수공장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화재·폭발·누출에 대한 비상대응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실제 상황 발생 시 가장 먼저 현장으로 출동해서 장비와 인력을 배치하고, 상황을 보고하면서 대외적인 지원요청을 하는 등 소방조직을 진두 지휘하는 이영식 소방대장. 비상상황에 대해 항시 점검하고 실제 상황 발생 시 적절한 장비와 정예화된 요원을 통한 작전 실행으로 최단시간에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소방조직을 최상으로 유지하고 관리해야 하는데요. 여기서 잠깐, 소방조직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봅니다.
“소방조직은 화재를 진화할 수 있는 장비와 인원, 시스템으로 구성됩니다. 평소 끊임없는 장비 점검으로 장비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비상요원도 쉼 없는 교육·훈련·실습으로 준비시켜야죠. 이렇게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잘 갖춰 유지·관리해야 비상시에 안전하고 신속한 작전 수행이 가능합니다.”
국가에 재난이 생길 때 민방위요원을 동원하는 것과 같이 여수공장 내에서도 비상요원이 있습니다. 4개의 교대조별로 47명씩 총 188명의 1선 비상요원과, 100명의 일근사원이 2선 비상요원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분기별로 실시하는 소방훈련뿐만 아니라 가상으로 설정된 비상상황을 통보받고 불시에 출동해서 화재를 진화하는 실습훈련도 1년에 16차례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비상요원들이 태평성세라고 생각을 못 할 겁니다. 그럴 틈도 없이 소방훈련과 비상출동훈련을 철저하게 시켜서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안전불감증을 차단하기 때문이죠. 설마 사고가 일어나겠어?라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에요.”
이처럼 이영식 소방대장은 회사의 소방조직을 최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소방대장의 기본이자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종합적인 판단력과신속대응으로 피해 최소화
“1987년 지금의 저유3팀으로 입사했어요. 그후 석유화학5팀으로 옮겨서 일했으니 현장팀에서 총 10년간 근무했네요. 그후에는 안전팀에서 안전검사 업무를 맡다가 지난 2011년 3월에 소방대장으로 임명된 지 만 2년 반이 됐습니다.
과거의 현장운전과 안점검사 업무가 소방대장 업무의 탄탄한 밑바탕이 됐죠. 우리공장의 시설, 공정, 제품에 대한 이해는 소방대장이라면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어느 공정에 어떤 상황이 생겼다면 그 공정의 피드는 무엇이고,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지, 어떤 유독가스가 배출되는 지 등등 평소에 머리 속에 입력이 되어 있어야 긴박한 순간에 신속하게 조치를 할 수 있죠.”
소방대장이 갖춰야 할 역량으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소방대응에 대한 열정을 꼽는 그. 긴박한 순간에 운전상태, 물질의 인화점, 풍향 등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들은 아주 예전부터 쌓아온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책으로 몇 일 공부하고, 훈련에 몇 차례 참여한다고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에요. 저도 돌이켜 생각하면 소방대장 선임 이전부터 수많은 훈련을 참가하면서 내가 만약에 지휘자라면 하는 관점으로 항상 훈련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팀원들에게 잔소리를 합니다. 여러분은 작전을 하는 일개 구성원이 아닙니다.
내가 만약 소방대장이라면 어떤 명령을 내리고 어떻게 장비와 인력을 배치할지 등등 전체적인 시각으로 고민하라는 것이죠. 제가 소방대장을 하는 기간 동안만 잘하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제 뒤를 이을 저보다 더 능력있는 후배를 양성하는 것이 제 업무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태도와 열정으로 소방대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그에게는 몇 가지 직업병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 비상상황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항상 긴장된 마음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일념 때문에 업무 시간과 업무 외 시간이 전혀 구별이 되지 않는데요. 회사에서 최대한 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새벽 6시 30분 출근 및 저녁 6시 퇴근은 기본. 업무 외시간에도 소방대장의 업무는 이어집니다.
“24시간 내내 무전기를 몸에 지니고 다지고 스마트폰도 1초의 예외 없이 스탠바이 상태로 유지합니다. 근무 시간 중에는 무전으로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달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문자메시지로 상황을 전달받습니다. 그러니 잠을 자는 시간이나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도 언제나 항상 예외 없이 통신기기를 확인해야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부창부수라는 말처럼 그의 아내도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데요.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저는 현장으로 즉시 출동합니다. 아내는 집에서 비상연락망을 통해서 팀원들이 정상적으로 출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연락이 되지 않는 팀원들에게 연락이 될 때까지 계속 확인을 합니다. 아내의 휴대폰 번호를 동시동보 리스트에 올려놔서 회사의 비상상황이 저희 부부에게 동시에 전송됩니다. 저에게 혹시 연락이 되지 않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죠.”
전세계 Top 수준의 비상대응 조직을 향해
“GS칼텍스라는 큰 회사에서 소방대장 업무를 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죠. 큰 중압감이 저를 짓누르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부심도 큽니다. 저뿐만 아니라 1선·2선 비상요원들도 회사의 비상 상황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예멤버라는 프라이드가 대단해요. 우리나라 동종업계, 아니 전산업을 통틀어 최고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여수산단의 타사와 동종업계 관계자들도 저희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죠.”
유류화재와 석유화학 공장에서 발생하는 비상대응에 대해서 국내 최고에 안주하지 않고 더많이 공부하고 더많이 개선해서 명실공히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비상대응 조직을 유지하겠다는 그. 비상상황을 초기에 종료시켜 안정적인 공정 운전으로 회사의 수익성 향상에 일조하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하루하루 노력한다는 그는 말합니다.
“최근에 『Deep change or slow death』라는 책을 보고 많이 반성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는 성질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는데 왜 또 바꿔야 하냐고 불평하죠. 하지만 저는 지금이 최상은 아니라는 것을 제자신에게 항상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때 상황에 맞는 최상의 프랙티스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조직과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이것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 팀원들에게 물으면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옵니다. 그러면 그것을 발전시켜서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죠. 지난 2년 가까이 이런 작업들을 해왔더니 하드웨어적으로 소프트웨어적으로 개선된 부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걸음 한걸음이 작아 보이지만 지나고 보면 그것들이 쌓여서 큰 변화가 되더군요. 팀원들이 제 잔소리 때문에 힘은 좀 들 겁니다. 그래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해주는 팀원들에게 고맙죠.”
애초에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성원 모두가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면서 모든 공정시설을 운전하고 관리해야 하는 기본은 강조하고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말하는 GS칼텍스 안전팀 이영식 소방대장.
소방대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항상 팀원 모두와 공유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해서 전세계 최상의 비상대응 조직을 만들겠다는 포부에서 묻어나는 그의 애정과 책임감에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