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복합수지 개발을 위한 혁신 – 폴리머기술개발팀

복합수지는 비빔밥이다?!

연초 미국의 대표적 온라인 뉴스인 허핑턴 포스트가 선정한 ‘죽기 전에 먹어봐야 할 음식 25가지’에 한국의 돌솥비빔밥이 포함됐습니다. 비빔밥은 밥에 다양한 고명과 비빔장을 섞어 각 재료들의 고유한 맛들이 합쳐진 상위의 맛을 내는, 무한대의 변주가 가능한 창의적인 음식입니다. 갑자기 웬 비빔밥이냐구요? 흔히 두 가지 이상의 재료를 복합화한 재료를 ‘복합재료’라고 합니다.

복합재료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는데요. 가령 진흙과 밀짚으로 만든 벽돌은 오로지 진흙으로만 만든 벽돌보다 훨씬 내구성이 좋아집니다. 이처럼 두 가지 이상의 재료들이 더해져 각각의 재료들보다 성능과 기능이 뛰어난 구조를 가질 때 우리는 이를 복합재료라고 부릅니다.

복합재료는 접합 재료의 역할을 하는 기지(Matrix)와 강화제 역할을 하는 충전제(Filler)로 구성이 됩니다. 이 중에서 ‘복합수지’는 고분자 화합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인 수지(樹脂)가 기지(Matrix) 역할을 하는 복합재료를 말합니다. 아직까지 조금 어려우시다구요? 그럼 이제 복합수지를 비빔밥에 빗대어 설명해보겠습니다.

비빔밥=복합수지

현미에 산나물을 올리고 고추장 양념을 넣어 돌솥에서 가열하면 ‘현미 산나물 고추장 돌솥비빔밥’이라는 요리가 탄생합니다. 마찬가지로 복합수지는 하나의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수지와 충전제, 첨가제, 가공기술의 다채로운 조합으로 무궁 무진한 변형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복합수지는 왜 필요한 것일까요?

우리가 사용하는 수지는 중합되어 나오는 그 자체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이상의 물성이 요구될 때는 충전제(Fillers)와 첨가제(Additives)를 추가함으로써 필요한 물성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가령 폴리프로필렌(PP)이라는 수지의 강성(외부의 힘에 견디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리섬유를 첨가합니다.

유리섬유가 콘크리트 속 철근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강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죠. 또한 폴리프로필렌은 불에 잘 타는 소재이기 때문에 난연제라는 충전제를 추가함으로써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복합수지가 적용되고 있는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보여줍니다.

복합수지가 적용되고 있는 자동차와 가전제품

 복합수지가 이렇게나 다양하게 우리 실생활에서 쓰이고 있었다는 사실에 아마도 많이 놀라셨을 겁니다. GS칼텍스가 이미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는 그레이드는 500여 종. 소재로 분류하면 450여 종이 폴리프로필렌(PP)을 베이스로 하는 복합 PP 제품이고, 최종 용도로 분류하면 400여 종이 자동차, 나머지가 가전제품이나 건축자재 등에 쓰인다고 합니다.

복합수지 최적의 레시피를 개발하라

 복합수지는 각 원료의 특성들을 잘 조합해서 원하는 용도에 맞게 적합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만능 소재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적합한 소재를 선정하고, 소재 간의 비율인 레시피를 개발하고, 이를 스마트한 가공기술로 조합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최적의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이 폴리머 기술 개발팀의 가장 주된 역할입니다.

때문에 더 좋은 원료를 더 낮은 가격으로 셀렉션하고, 최적의 가공기술을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LFT(Long Fiber Reinforced Thermoplastics)라는 기술은 최종 성형품 내에 잔존 길이가 긴 섬유를 유지하여 일반 복합수지 대비 기계적 강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공기술입니다.

기술 개발팀

국내에서 GS칼텍스가 두 번째로 도입한 기술이지만, 먼저 도입한 회사보다 기술력으로 현재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발업체들도 부지런히 LFT 기술을 도입하여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폴리머 기술개발팀의 숙명은 항상 새로운 것, 더 나은 것을 찾는 것입니다. 지난해와 이번 해에는 폴리머 기술 개발팀에 겹경사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자동차 부품에 쓰이는 복합수지 분야에서 얻어낸 가시적인 성과입니다. 2013년 10월, 폴리머 기술 개발팀이 기존에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유리섬유 LFT 복합 PP에 내충격성을 강화하는 레시피 및 기술을 고안하여 자동차 In-Panel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내충격성 유리섬유 LFT 복합 PP를 개발했습니다.

자동차 내부 전면부(In-Panel)용 소재로 개발된 이 복합수지는 프로필렌(PP)에 탈크와 고무를 조합한 기존 복합 PP를 대체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이것에 이어 2014년 8월, 폴리머 기술개발팀이 또다시 개발에 성공, 기아자동차 신형 소렌토 파노라마 선루프 프레임에 적용한 복합수지는 탄소섬유 LFT 복합 나일론입니다.

탄소섬유에 나일론과 함께 다양한 첨가제를 배합하고, LFT 가공기술을 접목시켜 강성과 내충격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부품의 후변형을 억제하는 최적의 원료 조합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탄소섬유를 이용한 소재가 10만 대 이상 대량 생산되는 차량에 적용된 것은 세계 최초라고 하니 더욱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여기서 잠깐 GS칼텍스의 복합수지 사업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GS칼텍스의 복합수지 역사는 짧지만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요. 1988년 폴리프로필렌 중합을 시작하며 수지 사업에 진출한 이후, 2003년 여수 화양 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꾸준히 복합수지 공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2014년 현재 복합수지 생산능력은 국내 연산 7만 8천 톤, 중국과 체코공장 연산 11만 2천 톤으로 연산 총 19만 톤에 달하고, 증설을 지속해서 2016년에는 연산 총 24만 톤으로 확충할 계획입니다. GS칼텍스 복합수지 사업은 복합수지를 개발하는 폴리머 기술개발팀과 국내외로 복합수지를 판매하는 폴리머 특수영업팀, 그리고 생산과 관리를 담당하는 이노 폴리텍이라는 3개의 주체가 상호 협조하고 지원하는 체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객사가 원하는 성능을 구현하라!

 폴리머기술개발팀이 일하는 방식은 여타 다른 팀들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복합수지라는 제품 자체가 공정을 최적으로 운전해서 생산해내는 여타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과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복합수지 개발은 최종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에서부터 거꾸로 출발합니다. 자동차 회사나 가전제품 회사가 자사 차량이나 가전제품의 특정 부품에 필요한 형태와 물성을 갖춘 복합수지 개발을 요청합니다.

기술 개발팀

폴리머기술개발팀은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의 특성과 기술, 시장 자료 등을 분석해서 개발 타당성을 결정하게 됩니다. 평균적으로 초기 10여 개에 달하는 국내외 재료업체가 개발 참여 의사를 밝힙니다. 하지만 기술 및 품질에 대한 공개경쟁을 통해 이중 일부만 개발의 기회를 얻게 되고, 시제품을 생산해서 고객평가를 통과, 최종적으로 납품하는 업체는 단 하나의 업체로 좁혀집니다. 따라서 고객사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맞춰주는 것이 복합수지 개발 업무의 가장 중요한 첫 단추이자 핵심이며,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에게 굉장히 밀착되어 함께 호흡하며 니즈를 파악하고, 그것을 제품 개발에 녹여내야만 합니다.

흔히 기술 연구원이라고 하면 흰 실험 가운을 입고 실험실에서 연구에 임하는 근엄한 모습이 떠오르실 겁니다. 하지만 폴리머기술개발팀은 시장이 요구하는 바를 분석해서 이전까지 없던 제품을 만들어 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 조사와 업계 트렌드 파악과 분석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또 제품 개발에 성공한 이후에도 손 놓고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제품과 기술력을 어필해서 설득하고, 지속적인 레시피 튜닝을 통해 최종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수준까지 최대한 맞춰내야 합니다.

때문에 팀원들의 월평균 출장일이 10일을 상회할 정도로 출장이 잦다고 합니다. 사출, 물성 분석, 테스트 일정을 맞추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시간 싸움도 이제는 일상입니다. 팀원들의 월평균 잔업 근무시간이 30시간을 넘어갈 정도로 팀원들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개발을 결정하고 고객사에 소재로 등재되기까지의 과정은 평균적으로 2년 6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고객사 소재 등재까지 성공해서 시장을 선점하게 되면 적어도 3년 정도는 독점적으로 납품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초기에 시장을 영위하는 영광만큼이나 최종 업체로 선정되어야 한다는 중압감과 부담감이 굉장합니다. 하지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각오로 호흡이 긴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성공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폴리머사업의 미래 먹거리 찾기

 연산 18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폴리프로필렌 사업의 경우 공장을 증설하지 않는 이상 생산량을 늘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복합수지 사업은 얼마든지 외부로부터 수지, 충전제, 첨가제를 소싱 받고 새로운 가공기술을 접목해서 새로운 처방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사업 확장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폴리머기술개발팀은 폴리머 사업부문의 미래 먹거리를 찾아 사업을 키워나가야 하며,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생산해내는 모든 새로운 제품 레시피는 폴리머기술개발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팀

이러한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비밀병기는 다름 아닌 팀원들입니다. 지난 1998년 기술연구소가 설립됨과 동시에 당시 여수공장과 본사에 흩어져있던 관련 인력들이 고분자연구팀이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2014년 현재 총 20여 명에 달하는 팀원들은 25세 막내부터 58세 최고참까지 신세대와 구세대를 아우르고 경력사원과 오퍼레이터, 엔지니어까지 그 출신도 다채롭습니다. 폴리머기술개발팀은 TFT 형태로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소통과 협업은 가장 중요한 팀의 그라운드룰입니다.

아이템에 따라 메인 한 명에 평가와 실험 지원 등을 담당하는 두세 명의 서브 인력을 붙여 최대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의 TFT를 구성합니다. 고객을 만나고 레시피를 짜고 가공하고 압출하고 분석하는 일련의 개발 업무 프로세스를 하나의 소그룹이 커버하는 구조입니다. 아이템마다 소그룹이 구성되니 자연스레 그 안에서 교육과 노하우 전수가 이루어집니다. 팀원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 강점들이 제각기 다르니 여러 가지 측면을 두루두루 배울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글로벌 화학회사로의 큰 발걸음

 GS칼텍스가 회사의 유일한 솔리드 제품인 복합수지 사업을 시작한 이래 폴리머기술개발팀은 끊임없이 복합수지 개발이라는 특명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개발에 성공한 복합수지를 계기로 사내외에 복합수지 관련 회사의 역량과 경쟁력을 알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단순한 회사의 수익 창출뿐만 아니라 글로벌 화학회사로 나아가고자 하는 회사의 비전과도 일치되는 큰 성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기술 개발팀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3년 이내에 유럽이나 북미, 일본 자동차 시장에 GS칼텍스의 새로운 복합수지를 확대 적용하기 위한 준비 작업 중이라고 말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보다 새로운 소재, 보다 새로운 가공기술을 발굴해 폴리머 사업부문이 한 단계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이야기합니다. 복합수지를 향한 그들의 뜨거운 열정과 애정에서 GS칼텍스 폴리머 사업의 더 크고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