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금호강이 흐르고 연꽃이 만개하는 대구물류센터 인근 마을 이야기

푸른 금호강이 흐르고 연꽃이 만개하는 대구물류센터 인근 마을 이야기

숨이 막힐 정도로 무더워지는 날씨와는 반비례하게도 대구물류센터 주변 연밭의 연은 갈수록 짙은 녹음을 내뿜으며 무럭무럭 자랍니다. 나날이 무섭게 커져가는 연잎을 바라보면서 올해도 7~8월경에 만개할 연꽃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연꽃이 만개하는 마을에 위치한 대구물류센터. 왠지 근사하지 않으십니까? 지난 번 벛꽃이 피는 대구물류센터의 봄에 이어 이번에는 연꽃이 만개하는 대구물류센터 인근 마을의 이야기를 여러분들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연꽃이 만개하는 청천리에 대한 추억과 인연

경북 경산시 하양읍 청천리’ 지명을 한문으로 풀이하면 河 ”물하”, 陽 ”볕양”, 淸 ”맑을청”, 泉 ”샘천” 입니다. 이 곳 지명을 접한 저의 첫 느낌은 대략적으로 ‘해가 비치는 맑은 물가에 있는 마을’이라고나 할까요? 정말 아름다운 지명입니다. 첫 느낌처럼 청천리에는 실제로 맑은 금호강이 흐르고 있으며 햇빛에 비친 강물은 금모래와도 같습니다.

이 곳 청천리의 명소는 청천유원지입니다. 금호강을 곁에 둔 청천리의 거의 모든 밭에서 연이 자랍니다. 6월 말인 지금은 아직까지 잎이 자라고 연이 듬성듬성 꽃을 피우려고 꽃봉오리를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소담하게 피어오르는 연꽃이 아직은 카메라가 수줍은지 꽃봉오리 화판을 안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그러나 7~8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누가 가장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지 시합이라도 하듯 우산같은 연잎 속에서 붉거나 흰 연꽃이 만개합니다.

연꽃의 모습

아름답게 피어난 연꽃들
아름답게 피어난 연꽃들

저는 이 청천유원지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저는 대학교 유학 시절, 유학지인 대구와 고향 사이를 기차로 다녔습니다. 동대구역에서 포항을 오가는 비둘기호, 무궁화호 기차는 경주를 거쳐가기 때문에 기차에 탑승하는 외국인이 많았습니다.

한 때 한 외국인이 제 옆좌석에 앉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외국인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금호강과 일대 습지를 가리키며 “Oh~ Fantastic! Fantastic!” 탄성을 연발하고는 자신의 나라에 있는 강 풍경과는 매우 다르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무수히 넓은 연밭의 연꽃을 가리키면서 저에게 저 꽃이 무슨 꽃이냐고 물었습니다. 그 때 저는 연꽃의 영어단어를 몰라서 한참 후에야 “저 꽃들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에요.” 이라고 답했습니다.

연꽃이 불교를 상징하는 꽃임이 맞긴 맞는 말이지만 갑작스러운 외국인의 질문에 당황한 저로서는 기차가 지나가는 청천유원지의 연꽃은 아주 강렬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답니다.

저 연밭단지 위 교량으로 대구선 기차가 오고 갑니다.
저 연밭단지 위 교량으로 대구선 기차가 오고 갑니다.

동대구->포항행 기차는 청천유원지를 지나서 청천역에 다다릅니다. 학창 시절에도 청천역에는 승객이 거의 내리지 않았지만 기차가 잠시 정차한 청천역에서 우연히 “GS칼텍스 대구물류센터”를 보게 되었습니다.

청천역에서 보이는 대구물류센터 전경
청천역에서 보이는 대구물류센터 전경

그 이후 3년이 흘렀습니다. 제가 대구물류센터로 처음 발령받았을 때의 느낌은 학창 시절에 잠시 스쳐져 간 인연을 다시 만나러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유조화차 입환을 위한 작업
유조화차 입환을 위한 작업

청천역 끝자락에는 대구물류센터 유조화차 입환(기차 차량의 분리/결합 또는 선로를 바꾸는 것 등을 말함)작업장이 있습니다. 3년 후에, 제가 이 곳에서 밸브를 조작하여 유조화차에서 제품을 입환한다고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지금은 유조화차 운행이 중단되었으며 학창 시절 주로 타고 다녔던 비둘기호는 사라졌고 무궁화호는 청천역에 더 이상 정차하지 않습니다.

덩그러니 청천역사만이 남아 있지만 제 기억 속에는 스쳐 지나간 인연을 재회해 준 공간입니다. 청천리의 연(蓮)이 한 사람의 연(緣)을 이끌어 주었습니다.

남하리 깻잎작목단지와 봉사활동

대구물류센터는 남하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곳 지명 역시 남쪽(南)으로 금호강(河)이 흐른다고 해서 유래되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청천리와 마찬가지로 꽤나 고향냄새가 나는 지명입니다. 연을 경작하는 청천리와는 대조적으로 남하리에서는 대부분 깻잎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대규모 비닐하우스에서 사철내내 깻잎을 경작하고 물류센터에 근무하시는 몇몇 분들도 소일거리로 깻잎 농사를 짓습니다. 저도 한두번 가서 일손을 거들어드렸는데요. 참! 생각나는 것이 바로 참입니다. 땀흘리며 일한 후, 막걸리에 목을 축이고 갓 따낸 깻잎에 구운 고기를 얹어 쌈 싸먹는 맛과 수확의 기쁨! 정말 시골 여흥을 느낄 수 있는 마을입니다.

향긋한 깻잎향이 그윽했던 비닐하우스
향긋한 깻잎향이 그윽했던 비닐하우스

과거, 회사에서는 남하리에 노인회관을 지었습니다. 지금도 대구물류센터에서는 매년 노인회관을 찾아가서 어르신과 덕담을 나눕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셨지만 몰입되는 이야기 속 웃음기가 가득한 어르신 얼굴은 천진난만한 아이 얼굴이셨습니다.

어르신들과의 이야기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어르신들과의 이야기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안심습지 연꽃단지에서의 생태계학습체험

많은 양의 연근을 재배하고 있는 안심습지
많은 양의 연근을 재배하고 있는 안심습지

전국에서 재배되는 연근의 90% 이상이 이 곳 안심습지에서 산출됩니다. 안심습지의 연밭은 금호강을 따라 맞닿아있는 일대 지역(대구 반야월, 안심지방, 경산 하양읍 청천리)에 걸쳐져 형성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안심습지가 대구광역시에서 ‘대구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관광지 10선’에 선정되었습니다.

대구에 가면 꼭 가봐야할 안심습지
대구에 가면 꼭 가봐야할 안심습지

안심습지 연꽃단지의 입구는 관상용 연이 자라며 입구를 지나면 대부분 식용 연입니다. 관상용과 식용 연은 잎의 크기와 꽃의 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관상용은 식용 연에 비하여 연잎이 작으며 꽃의 수가 많습니다.

바람에 연잎들이 흔들거리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람에 연잎들이 흔들거리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광대한 습지 속 푸르른 연잎들이 바람에 나부낍니다! 그 모습은 출렁이는 녹색바다입니다. 연줄기 주위로 개구리밥이 가득한 물표면을 소금쟁이가 부지런히 가르고 청개구리가 목청에 힘을 주며 울어댑니다. 연밭 한가운데에 백로 한 쌍이 서로의 깃을 쓰다듬다가 일제히 날아갑니다.

저 역시 동화 속의 낭만적인 연꽃의 자태에 빠져 마음 같아서는 바지를 걷고 연밭에 첨벙첨벙 빠져들고 싶습니다. 끝으로, 대구 안심습지 연꽃단지 오시는 길을 소개합니다. 동대구역, 대구고속버스터미널, 대구동부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대구지하철 동대구역이 있습니다 .

동대구역에서 지하철 1호선 안심 방면행 지하철을 타고 안심역(약 20분 소요) 4번 출구로 나오셔서 하양방면으로 200m 정도 걸어가시면 안심습지 연꽃단지 입구가 나타납니다.

여러분은 바람을 따라 날리는 은은한 연향기를 아시나요? 글로는 표현할 수 없기에 궁금하신 여러분께서는 직접 이 곳 연꽃단지를 방문하셔야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