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밤을 노래하는 화가 전봉열
전봉열 작가는 초현실주의 작가이며 또 다른 의미의 시인이고 바다와 밤을 노래하는 화가이다. 그의 작품 속에선 시가 있고 물음이 있으며 답이 있고 꿈을 꾸게 하는 힘이 있다. 또한 그의 작품 속엔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으며 기다림이 있고 아픔과 행복이 공존하며 두려움이 함께 존재한다. 그의 그림은 적막처럼 보이기도 하며 때론 음악이 흐르는 듯 한 착각이 들게 만든다.
전봉열 작가는 꿈과 희망을 현실과 조화롭게 하모니를 이루며 끝은 났으되 끝이 아니며 기다림과 희망을 위한 기도와 깊은 자기 성찰을 통해 “해탈”의 메시지를 작품 속에서 녹여내고 있다.
밤 바다에 녹여내는 인생
언제나 우리네 현실은 녹녹하지 않고 인생은 언제나 난관과 역경으로 가득 차 있다. 인간세상은 언제나 염량세태라서 폭풍 치는 바다처럼 무상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이런 급박한 세상을 반하듯 작가의 작품에선 잠잠한 밤이 있고 깊고 깊은 바다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말 중에 “아플 때 우는 것은 삼류이고 아플 때 참는 것은 이류이며 아픔을 즐기는 것이 일류 인생이다”라고 했다. 아픔과 역경은 사람을 피해가지 않으며 시험에 들게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그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어둠 속 기다림 그리고 희망
우리는 아픔을 어떻게 극복하며 누구에게 답을 찾고 있는가?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은 어떤가? 빠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늘 어둠과 그늘 속에 살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의 불안하고 두려운 하루하루를 화에 기대어 혹은 슬픔에 기대어 불평과 불만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오래 참고 오래 침묵하고 어두워도 희망을 채우고 꿈꿀 수 있는 나를 만들어 나아가면 마침내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볼 것이요,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겠고,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는 나를 발견하게 됨을 작가는 초현실주의 기법을 통해 몽환적인 표현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표현하고 있는 나무와 의자, 꽃과 사다리는 우리시대의 희망의 상징과도 같다.
또한 전봉열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깊은 잠-Deep sleep”(2014) 속의 고래는 희망이라는 메시지와 더불어 자아성찰을 하는 작가 자신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같은 것을 꿈꾸고 느끼는 우리일 수 도 있다. 깊은 밤, 꿈꾸는 듯 바다 위 허공에서 존재하는 고래는 편안해 보인다. 움직임이 없다. 삶에 무게를 견디는 듯 움직임이 없고 그저 기다릴 뿐이다. 공간은 또 하나의 심연이다. 이렇듯 깊은 바다 속 심연과 하늘의 경계는 어둠으로 무너져 내렸고 공간의 무의미 속에서 고래는 깊고 깊은 잠에 빠진 듯 하다.
신비롭게도 이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눈물이 나는 것은 아마도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이 작품이 담아내고 있기에 마치 어떤 이에게는 경이로운 “성체”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안쪽, 깊은 심연에서 우리만의 고래가 움직인다. 그리고 많이 힘들고 많이 아프지만 침묵하라고 토닥거리며 속삭인다. 참고 나가다 보면 잠잠할 수 있고 그렇게 인생이 가고 언제인가 우리는 깊은 심연 속에서 잠을 잘 것이기에 그 무거운 삶의 무게도 그 심한 폭풍우도 견뎌낼 수 있다고 말 해준다.
지금, 우리가 현실에서 치유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면 큰 고래를 등에 업고 오늘, 그 치유에 세계에 빠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