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타워 더스트릿 갤러리
정재석 초대전, 동물농장
정재석 작가는 동물의 우의적 변용, 즉 알레고리 형식을 통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작가이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론>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처럼 진실이 아닌 진실 즉, 그림자를 믿으며 살아가는 죄수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림자가 만드는 모방의 세계가 아닌 참된 이데아의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철학적 개념의 알레고리를 마주하게 된다. 정재석 작가는 이런 알레고리의 형식을 자신만의 특유한 표현방식으로 작품에 표현하고 있으며, 우리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작가의 작품세계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정재석 작가가 표현하는 알레고리 형식의 작품 세계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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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바라본 인간의 삶
정재석 작가는 2004년 이전 『인체』 시리즈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리얼리티를 작가의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과 네거티브적인 요소들로 묘사했다면, 2004년 이후에 그려진 『동물농장』 시리즈는 다소 직설적인 묘사에서 한 걸음 물러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해 주며 참된 이데아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을 연출한다.
인간은 언제나 불안한 존재이다. 언제나 음과 양의 감정상태를 가지고 현실을 살아가며 수많은 다중적인 감정의 틀 안에 존재한다. ‘이성적’이란 말은 어쩌면 우리가 풀어가야 할 숙제이며 싸워야 할 적이다. 우리는 인간적인 패턴과 비인간적인 패턴, 이성적인 판단과 비이성적인 판단 사이에서 충돌과 대립을 통해 어쩌면 동물적이나 동물적이지 않은 ‘나’로 살아가고 있다. 언제나 그 둘 사이를 방황하는 우리는 지치고, 힘들며 때로는 너무나도 연약해 보인다.
정재석 작가는 이런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동물 형상을 차용한 알레고리의 연출로 보여준다. 동물을 오브제로 선택함으로써 작품 속에 표현된 ‘말’의 형상은 내가 될 수도 있고, 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말은 신념을 믿고 성실하고 우직하게 그것을 실행에 옮기며 살아갑니다.
그 신념은 물론 집단의 신념이며, 말은 진실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습니다.”
– 작가 노트 중 –
동물 눈빛에 투영된 인생 한 복판
그의 작품에서 처연히 보여지는 동물들의 눈빛은 바라보는 내내 연민을 느끼며 안아주고 싶은 충동과 함께 측은함 마저 느끼게 한다.
그로테스크한 인생의 한 복판, 우리의 답답하고 어두운 백그라운드에 홀연히 나를 바라보는 왕관을 쓴 나와 마주한다면 당신은 어떠한 반응을 하겠는가? 내가 쓴 왕관이 화려하던 화려하지 않던 모두의 삶의 무게는 같을 것이고 시작점이 다르더라도 우리의 선택에 따라 왕관의 무게는 달라진다.
작가는 어떻게 문제를 마주하고 어떻게 풀어야 되는지를 묻는다. 혹시 자신이 파놓은 과도한 ‘욕망’이란 무덤에서 헤매고 있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욕망’이란 단어를 버리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길 바란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1947)에서 말 ‘복서’는 동물 왕국의 이상(理想)을 믿고 우직하게 일하지만 늙고 힘이 없어지자 결국 도살장에 팔려갑니다.
정재석 작가는 이러한 말의 어리석을 만큼 성실하고 헌신적인 말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외롭게 떠올라 있는 말의 쓸쓸한 눈빛과 고단해 보이는 목덜미가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도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혼자가 되어 마주할 때 비로소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이 보인다는 깨달음과 도전정신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 작가 인터뷰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