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림 작가는 우리가 한번쯤 보았거나 살고 있는 ‘도시’와 ‘건물’을 모티브로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표현한 작가이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우리가 스쳐 보냈던 도시의 건물들과 작가만의 색채감이 어울려 절묘한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다. 동적인 건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다른 시각으로 도시를 바라본다면 그 곳 역시 너무나 차갑지만은 않은 아름다운 나의 도시가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건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이예림 작가
‘나’라는 관점에서 나의 모든 행동패턴은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공간에서 흡수되고 기억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건물을 보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의 추억을 보는 것이다. 하나의 건물들에게 느껴지는 아련한 기억과 건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는 아련한 향수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정적이면서 동시에 동적인,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한 다른 의미의 도시 속 건물들과 또 다른 의미의 도시를 이예림 작가는 작품 속에서 표현하고 있다.
행복 + 추억 = It Place
현대인들에게 도시, 혹은 내가 존재하는 공간과 건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크고 도시적인 건물들 앞에서 우리는 웅장한 건물들과 함께 존재하고 싶은 욕망이 공존하며 주인이 되고 싶은 “Wanna be in” 이란 욕망으로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가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은 작고 아늑한 건물인 것이다. 이예림 작가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it, Place”는 행복이 있고 추억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아름다운 나의 도시
현대인들이 꿈꾸는 도시에서 나의 공간이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어 갈 때, 비로서 아름다운 나의 도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내가 스친 나의 손길이, 발길이 머문 곳들이 나의 추억과 기억으로 함께 물들어 가고 그 곳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우리의 인생은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닌 바라보고픈 인생이 되지 않을까?
창 많은 빌딩 숲 사이에 내 한 몸 둘 공간이 마련되지 않았다 하여 슬퍼하기 전에 죽어가는 나의 도시에 생명을 불어 넣고 담대히 마주한다면 당신의 도시는 “Paradise”, 무지개 빛으로 빛 날 것이다.
작가 노트 중
··· 회사를 다니면서 언젠가는 다시 그림을 그리겠다는 꿈을 꾸었고 내 마음에 용기와 그리움이 가득 찬 어느 날, 회사를 그만 둔 나는 뉴욕으로 여행을 떠났다. 뉴욕에 몇 달간 머물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미술관을 갔고, 뉴욕의 미술관들은 경쟁하듯 굉장한 작품들을 보여주었지만 오히려 내게 영감을 준 것은 뉴욕의 오래된 빌딩숲이었다. ···
···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후에도 나의 관심은 계속 도시의 건물에 머무르게 되었다. 나는 지하철보다는 주로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버스의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나의 상상 속에서는 회색건물이 노랗게 칠해지기도 하고 다닥다닥 붙은 낡은 건물들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친구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건축물에 의미와 생명을 부여하는 이 작업이 내게는 무척 즐겁다. 나의 작업이 사람들에게 그들이 매일 마주치는 평범한 건물이 아닌 다양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을 걸어주는 생기 있는 도시의 얼굴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이예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