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타워 더스트릿 갤러리
유용상 초대전, 비움과 채움
유용상작가의 작품은 내면의 깊은 성찰을 통해 현대인의 자화상과 나아가고자 하는 바에 대한 철학적 가르침을 준다. 그의 작품에서 현대인의 내면 혹은 외면은 깨지기 쉽고 약하지만 아름다운 와인 잔(유리 잔)에 표현되었고, 흔들이는 와인의 붉은 색채는 붉은 피와 내면의 끓어 오르는 욕망을 나타내는 듯 하다.
와인 잔에 담긴 인생
우리의 삶은 깨지기 쉽고 연약하다. 조그만 충격에도 흔들거리며 쉽게 끓어 오르고 쉽게 부패할 수도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우리의 내면은 어떤 것으로, 어떻게 채우는가에 따라 화려할 수도, 망가질 수도 있으며 황홀한 맛을 낼 수도 있고 쓴 맛만을 남길 수도 있다.
유용상 작가는 작품 활동 초기 종이컵 속의 음료수가 만들어내는 거품이나 빈잔 혹은 반쯤 채워진 와인 잔 등의 작품을 구현했다. 종이컵이라는 소재에 대해서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같은 순간적 사랑 이야기를 다루었고, 채워지거나 비워진 와인 잔에서는 인간의 소유에 대한 명상적 이야기를 끌어낸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욕망은 욕심이라는 이름을 달고 부풀대로 부푼 거품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크고 작은 물방울로 우리의 안을 가득 채우고 있지 않은지… 혹은 채우는 것에 치우친 채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은 채 비움에 관한 성찰은 멀어진 것은 아닌지 철학적 질문을 제시한다.
우리의 끓어 오르는 내면, 욕망과 욕심 그리고 이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자아는 그의 작품 속에서 유리잔, 붉은 와인, 그리고 거품으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유리잔의 주인인 ‘나’라는 주체의 흔적과 자취는 립스틱 자국에서 찾을 수 있으며 와인 잔의 흔들림은 내적인 혹은 외적인 움직임에 의해 인생에서의 방황을 반영한다.
비움과 채움에 대한 성찰
거꾸로 놓여 있는 빈 와인 잔들 사이에 와인이 담긴 잔이 놓여 있는 “The chosen person” 시리즈는 수많은 군중들 속에서 그리고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드러나고 싶고 선택 받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표현한 작품이다.
불교의 가르침 중에 “색불이공공불이색(色不異空空不異色)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이란 말이 있다.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다.”라는 말처럼 어쩌면 채우는 것도 비우는 것도 같은 것이 아닐까? 다만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 또한 자신의 몫인 것이다.
채우는 것을 선택하였다면 내 유리잔에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성찰해야 하며, 비움을 선택하였다면 이것 역시도 어떻게 비울 것인가를 깊게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 이념과 동양적 사상이 유용상 작가의 작품에 스며들어가 있다.
이렇듯, 아름답기만 한 유리잔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비울 것인가는 우리의 영원한 숙제이자 나아갈 목적인 것이다.
서양적 오브제와 동양적 사상의 만남의 의미
그의 작품 속에선 간결하지만 결코 간결하지 않은 철학적 의미를 품고 있으며 유용상 작가야 말로 성공적으로 와인과 예술을 접목시켜 발전시키는 유일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작가의 서양적인 오브제와 동양적 사상의 결합은 환상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으며 유용상 작가가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 여기에서 묻어 나온다.
선택 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시대, 유용상 작가는 사람들의 욕망의 나갈 바에 대해 자신만의 표현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인 당신은 선택 받으려 무엇을 선택 하겠는가? 비움인가, 옳은 채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