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지지와 공감의 말.
“넌 이상한 아이가 아니야… 누구나 그럴 때가 있는 거야~”
by. 송승민 마음톡톡 음악치료사
서로 다른 음계처럼 서로 다른 성향의 아이들이 만들어갈 하모니
성민이를 포함한 9명의 아동들은 발달 단계상 자신을 알아가고 타인과 관계 맺는 기술을 배우게 되는 시기의 4학년 아동들로, 남아 6명, 여아 3명으로 집단이 구성되었습니다.
집단 구성원들은 대부분 담임교사로부터 또래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거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 집단의 목표는 서로 다른 성향의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집단 내에서 원만한 또래관계 형성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아무렇지 않아! 나는 짱이야! 겁날 게 없다고!
이 집단의 성민이는 폭력적인 성향으로 또래관계 형성과 학교생활 전반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입니다. 성민이의 담임교사는 성민이가 폭력을 자주 행사하고 언어 시비 등으로 또래관계를 원만하게 형성하지 못하며, 수업시간에조차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다루기 힘든 아이’ 라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난 학교 짱이예요. 다 덤비라고 해요. 난 다 이길 수 있어요.
마음톡톡 교실에서 성민이는 집단원들에게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행사하면서 회기에 집중하지 못했고, 집단원들에게 물건이나 의자를 던지고, 손이나 발로 시비를 걸어 싸움을 일으킬 때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겁을 먹거나 다치면 성민이는 “피는 안 나니까 괜찮아요. 죽은 것도 아니잖아요.”라고 반응하였습니다. 또한 “난 전혀 미안하지 않아요. 내가 한 것만큼 나한테 하라고 해요. 별것도 아닌데 울고불고 하는 게 찌질해 보여요. 사실은 죽이고 싶은데요.”라는 말도 반복적으로 했습니다.
나는 이상한 애가 아니란 말이에요!
그런가 하면 성민이가 집단원과 싸움을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유독 그 상황을 힘들어 하는 선우도 있었습니다.
여기 안 오고 싶단 말이에요. 이상한 애들만 잔뜩 있는데, 나는 정말 안 오고 싶어요.
그런데 왜 자꾸 오라고 하는 거에요. 나는 이상한 애 아니란 말이에요.
‘나는 이상한 아이가 아니다’라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이라고 하려는 듯 선우는 마음톡톡 프로그램 자체에는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성민이 때문에 프로그램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때마다 “나는 쟤네들이랑 여기 같이 있기가 너무 싫어요!” 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아이들을 ‘이상한 아이들’이라 지칭하며 자신은 이 아이들처럼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매 회기 강조했습니다.
두 아이의 이유 있는 행동들
학교에서만 폭력적으로 변하는 성민이의 이유 있는 행동. 성민이는 어머니의 암 투병으로 꽤 오랜 시간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가 얼마 전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사망하자 갑작스럽게 친할머니에게 맡겨졌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상실감과 그로 인한 슬픔을 채 소화하기도 전에 양육 환경까지 변한 것입니다. 외할머니에 비해 친할머니는 꽤 엄격한 편이어서, 성민이에게 ‘아버지에게 좋은 아들’이 되어야 한다며 더욱 엄격하게 대하셨고, 뭔가 잘못을 할 때마다 매우 호되게 꾸중을 했다고 합니다. 그럴수록 성민이의 폭력적이고 반항적인 행동은 심해졌습니다.
성민이는 어머니에 대한 상실감을 제대로 위로받을 기회도 없었거니와 양육 환경의 변화로 인해 혼란스러운 마음을 공감 받을 수도 없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소화하고 조절하기에는 성민이는 아직 어린 11살 아이였습니다.
참았던 화를 한번에 폭발시키는 선우의 이유 있는 행동. 9회기에 이르러 성민이의 분노가 가장 크게 폭발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더 이상은 못 참겠어! 만날 어디서 이렇게 깐죽거려? 너희는 정말 구제 불능이야!
선우는 갑자기 의자를 집어 들고 씩씩대다가 성민이를 향한 바닥에 내동댕이쳤습니다. 그동안 성민이가 수차례 보였던 폭력적 행동 그대로였습니다. 평소 다른 아이들, 특히 성민이의 폭력적인 모습을 눈에 거슬려 했던 선우가 이번에는 성민이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회기를 중단했고, 이후 다시 회기를 진행하며 평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하여 음악적 구조 안에서 표현할 수 있도록 북을 연주하도록 했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킬 시간을 갖느라 맨 마지막 차례에 북을 연주하게 된 성민이는 다시 격앙되어 큰 소리로 욕을 하며 악기가 파손될 위험이 느껴질 정도로 북을 거세게 두드렸습니다. 그런데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던지 옆자리에 앉은 집단원의 머리를 ‘퍽퍽’ 소리가 나도록 때렸고, 결국 상담교사 등의 도움을 받아 성민이를 진정 시킨 다음 집으로 돌려보내고 회기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했던 건 그럴 수도 있는 거라는 공감의 말 한 마디
다음 회기 시작 전 성민이는 지난 회기의 일에 대해 정중히 사과했고, 선우 역시 회기 후 소감을 발표하며 자신도 한 번씩 지난 회기 때처럼 폭발을 하게 된다며 그것이 자신의 단점이라고 인정하였습니다.
이에 성민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사나이다움’을, 그리고 선우는 ‘너무 참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지지와 공감을 치료사와 집단원들로부터 받았습니다.
두 아이들의 표정은 환하게 밝아졌고, 외현화 아동들의 폭력적인 성향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로 회기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미 프로그램은 종결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이상한 아이는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나 모습, 그리고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특히 새 학년이 되었다든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왔다든가 하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유독 힘들어 하는 아이들 많습니다.
생각해보면 성민이에게 간절했던 것은 ‘그럴 수도 있다’는 공감의 말 한마디였습니다.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는 아이, 툭 하면 화를 내는 아이, 지나치게 폭력적인 아이, 어머니를 잃고 더욱 다루기 힘들어진 아이라는 손가락질과 꼬리표 대신 누구나 그럴 수 있고, 너도 지금 그런 것일 뿐이라는 지지와 공감의 말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 그렇게 계속해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입니다.
선우 역시 실제로 자신이 한 번씩 크게 폭발한다며 스스로 단점을 인정했을 때, 다른 구성원들이 ‘너무 참으면 누구나 그럴 수도 있다’며 지지해주자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 듯 표정이 환해졌고, 그 어느 때보다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선우도 성민이처럼 ‘그럴 수 있다’는 그 말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 나는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고, ‘쟤네들’과 같이 있기 싫다고 주장하며 볼멘소리를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이상한 아이’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은 어쩔 수없이 그럴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