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많이 듣는 말은 ‘가만히있어!’ ‘하지마!’에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죠? 나는 매일 매일 화가 나요..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할 수 없으니까 항상 화가 나죠..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화를 내는 건데 나보고 화내지 말라고만 해요.
다른 친구들도 하고 싶은건 다 못하나요? 그래도 그 친구들은 화가 안 난대요? 내가 ADHD라서 그런 거에요?
최근, 학령기 아동의 3~15%가 ADHD 증상을 나타내고 있으며, 주의산만 및 집중력 저하, 부정적 관심 표현, 우울감 등 다양한 심리정서적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음톡톡에 의뢰한 집단원 중 한 명인 ‘명우’는 말썽꾸러기 악동같은 아이였습니다. 명우는 ADHD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었는데, 언제나 시한폭탄 취급을 받고 있었죠. 경제적인 생활고,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으로 상처받은 명우와 명우의 동생이 ADHD 진단을 받자 명우 어머님은 모질게 자책했습니다.
사전 면담을 할 때 명우는 치료사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학교 생활이 어려울만큼 주의가 산만하고, 충동적이며, 공격적인 성향까지 나타내곤 했어요. 결국 학습 부진을 초래하여 학교에서 따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명우에게… 학교는 ‘힘든곳’일 뿐이었죠…
나도 내가 ADHD인게 싫어요.
친구들이 몰랐으면 좋겠어요. 창피하니까요.
친구들이 ‘명우는 ADHD래’ 하고 수근대면 나는 정말 화가 날 것 같아요. 그럼 아마 또 눈에 보이는게 없어질 거에요. 소리지르고 욕도 하겠지요. 화가 나니까요. 그리고 창피하니까요.
저희 마음톡톡 교실에서도 이런 명우의 모습은 자주 보였습니다. 집단 활동을 할 때 명우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심하게 짜증을 부리고, 그 짜증은 공격적인 말과 행동으로 변했어요.
이러한 모습으로 아이들과의 갈등은 깊어져만 갔죠.
하지만 명우는 사과는 커녕 오히려 더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언행으로 자신의 분노와 감정을 그대로 표출했습니다. 욕도 심하게 했지요.
명우를 위한 프로그램의 1차적인 목표는 자기통제와 조절에 두었습니다. 나아가 스스로를 인식함으로써 또래 관계 형성의 기술을 키워줄 수 있도록 하고자 했죠.
그 방법으로 타임아웃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마음톡톡 교실에서 다 함께 정한 규칙을 어길 때에는 타임아웃을 적용하여 일정 시간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으며 아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명우는 똑똑하고 뭐든 잘 할 수 있다는 걸 아는데 또 규칙을 어겨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명우의 의지를 지지하자 작은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명우가 의외의 고백을 했습니다. 하루 두 번 먹는 ADHD 약을 오후에는 먹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약을 먹기가 싫어요. 친구들이 무슨 약이냐고 물어볼 게 뻔하잖아요. 그럼 뭐라고 해요? 감기약이라고 할 수도 없고.. 감기약을 매일 먹는 것은 이상하잖아요.”
아무데서나 고함치고 온몸으로 뒹굴면서도 자신이 ADHD 라는 것을, 그래서 치료제를 먹어야한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들킬까봐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부끄럽게 여긴다는 것을 어른들이 간과한 것입니다. 하지만, 주의력이 결핍되어 자기통제와 조절이 힘든 것일 뿐 창피한 것도 모르고 자존심도 없는 금치산자는 아닙니다.
우가 저를 신뢰하고 자신 의비밀을 고백해준 것에 지지를 보내며 앞으로 약을 가지고 온다면 약 먹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바로 다음 회기, 명우는 저에게 약봉지를 내밀었습니다. 그 이후, 명우의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함께할 집단원들을 챙기기 시작한 것이죠. 집단 활동에서도 명우는 자신의 역할을 찾고 그 역할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명우의 변화에 놀라면서 긍정적인 표현을 많이 해주었습니다.
이런 주변의 변화에 명우도 한층 더 고무되어 어느 때보다 완벽하게 자신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지요.
물론 명우가 한결같이 자신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닙니다. 잘하다가도 불쑥불쑥 자신의 분노를 공격적으로 표출하여 친구들의 두려움을 사곤 했죠. 결국, 회기를 마무리하며 명우의 분노에 대해 집단원 모두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한 학년 위인 여자 아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누나도 너랑 성격이 비슷해서 잘 아는데, 명우는 자존심이 센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면 못 참는 거지.
하지만 오해라는 걸 알았으면 그냥 유머스럽게 넘어가도 좋잖아?
그럼 서로 마음 다칠 일이 없어져.
자신의 행동을 지적하기 이전에 마음을 이해한다고 먼저 말해주자 명우의 눈빛이 돌연 달라졌습니다. 명우는 그 날 처음으로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추었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사건들을 지배할 수 없으니, 나는 내 자신을 지배한다.
Not being able to govern events, I govern myself.
-Michel de Montaigne-
아이들도 화가 납니다. 화가 날 땐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주의력 결핍, 집중력 저하로 자기 통제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 아이들에게 묵살하고 저지하며 비난과 지적에 익숙해지도록 해서는 안돼요.
먼저,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해 주세요. 그러고 나서 진심 어린 조언과 함께 자기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고, 더욱이 화를 낸다고 뜻대로 바뀌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따뜻한 말과 함께 전달해 주세요. 화는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산만하고 감정 조절이 힘들 때
1. 아이들의 과잉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대부분 호기심이 왕성합니다. 연령에 따른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과잉 행동을 보이죠. ADHD라고 속단하기 보단 아이의 호기심을 이해해주세요.
2. 이탈 행동에 대한 지적보다는 칭찬을 해주세요.
선생님이 주의를 줄수록 아이의 자리 이탈 횟수가 증가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아이의 자리 이탈을 지적하기 보다, 얌전히 앉아있을 때 듣는 칭찬이 과잉 행동을 줄이는 지름길이라는 점, 잊지 마세요.
3. 훈육의 방법을 바꿔주세요.
잘못을 다그치기 보다는 조용한 장소에서 함께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아이가 약속한 시간을 얌전하게 과제 이수에 집중했다면 아낌없는 칭찬으로 답해주세요. 아이의 변화는 금세 눈에 띌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