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 학원도 착실히 다닙니다. 원체 불평불만이 많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아빠 말도 잘 듣고요. 성적도 중상위권에 그럭저럭 나쁘지 않아요. 가족들이 성적으로 압박을 주는 일도 없고요.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요? 아이의 장래희망 칸은 언젠가부터 늘 빈칸입니다. 처음 알았을 땐, 적지 않은 어떤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아이에게 물어보았죠.
“그냥 사는 게 재미없다”라고 하더군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어차피 똑같은 생활이라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해요. 눈앞에 주어진 일, 그저 자기가 해야 할 일만 잘 해결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굳이 꿈이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냥 살면 안 되냐고 하는데…
저는 아무 대답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교과서 같은 100마디 말보단 아이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시켜주어야 하는 걸까요?
엄마·아빠는 중학교 때, 장래 희망이 뭐였는지 아직 기억이 날까?
엄마·아빠는 중학교 때, 장래 희망이 뭐였는지 아직 기억이 날까? 나는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이게 내 길 맞나 싶었는데… 사회생활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 그냥 먹고 살아야겠기에 취직했고 매달 월급 나오는 맛에 일하다 보니까 내 적성에 맞는 것도 같고 해서 사는 거잖아~
불세출의 재주가 있는 거 아니면 무슨 확신이 있어서 “이 길이다! 여기에 평생을 바치겠어요!” 하겠어. 그렇게 하는 게 더 독특하지 않아?
게다가 요즘은 평생 동안 직업을 3~4개는 가져야 한다더라. 아이가 엄마·아빠 말도 잘 듣고 학원도 잘 다닌다고 하는 것 보니, 성실하게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면서 자신이 뭐 하고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 같은데?
아이한테 차근차근 생각할 시간을 주는 거야.
엄마·아빠는 천천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줘. 요즘은 좋은 대학교 못 가면 큰일 나고, 대기업 취직 못 하면 결혼은 물론 연애도 못한다고 하잖아. 알게 모르게 지레 겁먹고 있을 텐데… 부모까지 안절부절못하며 나설 거 없어.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더 장래에 대해 걱정하고 많이 생각하고 있더라~ 부모들이 우리 애는 생각이 없어요~ 라고 많이들 한탄하는데 그때는 생각해봐야 답 안 나오는 시기라 그런 거지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딱,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랄까…?
사는 게 재미없다고 한 말은 부모한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네. 부모가 얼마나 재미없게 살고 있으면 그렇게 말했겠어~
아이 동기부여보다는 일단, 부모가 재미지게 살아보자고. 좋은 풍경도 즐겁게 구경 다니고, 가족끼리 알콩달콩 재미있게 게임도 하고, 남들 도와주며 의미 있는 일도 함께하며 진심으로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조금이라도 사는 게 재미있는 거라고 느끼지 않겠어?
동기부여가 “이렇게 하면 됩니다~” 하는 특별한 마법이 있는 게 아니잖아. 일단, 어떻게 하면 우리 가족이 재미있게 살 수 있을지, 엄마의 동기부여가 더 시급한 것 같아!
From. 셋째 아들은 중 2병 앓이 중
아이들이 에너지를 쏟으며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분야를 한번 떠올려보시겠어요?
아이들이 에너지를 쏟으며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분야를 한번 떠올려보시겠어요? 우리 시대 즉 지금 사회가 요구하는 에너지는 쏟아야 할 분야가 매우 한정적입니다. 공부가 미래를 위한 준비가 되는 직업이 아닌 경우, 많은 제지를 당하게 되지요. 그러나 공부를 통해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은 소수이고, 특별한 분야에 재능을 보이거나 끈기 있게 도전할 수 있는 경우도 극히 드뭅니다.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는 경험이 쌓인 사람이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낙관적으로 미래를 그리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비록, 부모님의 눈에는 시간 낭비로 보이더라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학원이나 공부 대신, 그냥 자유롭게 두시기를 권합니다.
아이가 마음껏 생각하고 꿈꿀 수 있는 온전한 여유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아이가 마음껏 생각하고 꿈꿀 수 있는 온전한 여유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이런 제안을 드리니 음악학원을 등록하거나 운동학원을 보내면 될까요? 물으시는 부모님도 계신 데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게 아닐지 불안하고 보다 빠른 길로 안내해 주어야 부모의 역할을 잘하는 것이라고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 찾아갈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욕구를 알아가고 행동해 보면서 새로운 힘을 찾아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이 가르쳐주었습니다.
단, 컴퓨터게임이나 스마트폰처럼 가상의 세계에 빠져들지 않도록 주의 시키고 현실의 세계에서 머물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더 좋겠습니다.
From. 7년 차 마음톡톡 미술심리치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