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칼럼] 대화에도 등급이 있다는 것을 아세요?

어린이들의 한 뼘 친구 마음톡톡과 이영숙 박사님이 함께하는 글입니다.

엄마, 아빠랑 얘기해봤자 소용없어요!

청소년 가정과 청소년을 상담하다보면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부모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말을 하면 오히려 상황이 나빠진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작은 고민을 털어놨을 뿐인데 부모님의 잔소리로 끝나버리니, 아예 말하기를 포기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청소년 자녀와 어떻게 대화해야 서로 마음이 통할 수 있을까요? 친밀한 관계를 회복하고, 좋은 성품까지 가르칠 수 있는 성품대화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자녀의 성품을 키워주는 대화의 비결로, <이영숙 박사의 성품대화법>에서 다루었던 존 포웰(John Powell)의 대화의 5등급을 소개합니다. 사랑의 심리학자라 불리는 존 포웰은 대화를 다섯 가지 등급으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악수

5등급 대화: 상투적이고 기초적인 단계

가장 기초적인 대화 단계로, 일상적이고 의례적인 대화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참 좋지요?” 와 같이 감정이 전혀 실려 있지 않은 대화입니다. 악수나 인사가 5등급 대화에 속하지요. 이 단계의 대화는 이후의 관계를 위한 기초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상투적인 표현은 분주한 문화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진짜 생각과 감정을 아는 것이 두려워 사람들을 상투적으로 대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대화하는 모습

4등급 대화: 사실과 보고의 단계

일상적이고 의례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정보를 주고받는 단계입니다. 단순히 정보만 주고 받을뿐 생각이나 느낌은 전혀 주고받지 못하는 등급의 대화입니다.

“오늘 날씨 좋습니다” / “네, 26도라고 합니다” / “소풍가기 딱 좋을 날씨입니다” / “그렇습니다”

5등급 대화보다 오가는 말의 양은 많지만 대화하는 두 당사자의 삶과는 상관없는 일들에 대한 정보교환을 바탕으로 하여 개인적인 감정이나 개입은 배제됩니다. 거의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자신에 대한 이야기나 내면에 대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4등급 대화도 친밀한 관계가 없는 대화입니다.


미소짓는 여성

3등급 대화: 의견과 판단의 단계

3등급 대화는 정보교환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이 들어간 대화입니다.

“날씨가 좀 더워졌죠” / “그러네요. 벌써 여름이 온 것 같아요”

자기 생각이 들어간 대화입니다. 그러나 이때 상대방이 동의를 하면 의사소통이 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만 “내 생각에는 아직 여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이릅니다”라고 하면 대화가 끊어지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대화하는 사람들은 내면에 관련된 내용을 서로 나누게 됩니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내면의 생각과 자신의 마음이 함께 반영됩니다. 또한 상황과 처지에 대한 자신의 결론과 반응을 내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비판을 감수할 의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로 인해 대화 속에는 모험의 요소가 끼어들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내 생각에는”, “내가 보기에는” 등으로 시작하는 3등급 대화에서는 우리의 취약점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상처와 창피와 반박을 당할 가능성이 뒤따르기도 합니다.


대화하는 여성들

2등급 대화: 감정과 직관의 단계

정보교환이나 자신의 판단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까지 나누는 단계의 대화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할 수 있어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됩니다.

“오늘 날씨 참 좋지? 화창한 봄날 같구나” / “네, 그런데 전 다음주가 시험이에요. 날씨가 너무 좋으니까 마음이 뒤숭숭한 것이 영 공부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요”

이처럼 정보를 교환하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의 판단이나 생각에 더해 느낌과 감정까지 나누는 단계입니다. 건전한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우리 삶의 가장 깊은 부분의 문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좋은 대화란 꼭 논리와 이성의 권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대화는 말을 초월하는 내면적 삶의 영역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비판 없이 그 사람의 감정과 직관을 수용할 수 있을 때 친밀감은 형성됩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대화를 시도하다가 상대방으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거나 모욕을 당하고 나면 그 후에는 감정이란 혼자만 간직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결론을 짓고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자신의 내면의 느낌을 표현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비로소 친밀감이 자라나기 시작하는 관계가 형성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대답하는 것보다 비판 없이 경청해 주는 성품이 필요합니다.


웃으며 이야기하는 엄마와 아들

1등급 대화: 최고로 친밀한 대화, 성품대화

1등급 대화는 상대방의 감정을 경청해 주고, 지지해 줄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대화입니다. 서로의 감정, 느낌, 생각을 막힘없이 나눌 수 있는 깊은 신뢰가 형성된 관계일 때 가능한 대화이지요. 자녀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때 부모님이 그대로 경청해 주고 이해해 주면, 자녀들은 비로소 사랑하고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엄마와 아들의 채팅창

1등급 대화를 하면 서로 싸울 일도 없고 상처 받을 일도 없습니다.

성품이란, 한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의 표현(이영숙, 2005)입니다. 그리고 성품대화란, 대화를 통하여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끼쳐 더 좋은 성품이 되도록 돕는 대화(이영숙, 2005)입니다. 생각, 감정, 행동을 잘 표현하는 1등급 대화인 ‘성품대화’를 실천하다 보면 친밀한 관계를 맺는 행복을 누릴 뿐만 아니라 좋은 성품도 키워줄 수 있는 최고 등급의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나는 자녀와 어떤 등급의 대화를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고, 오늘부터 ‘성품대화’를 실천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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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이영숙 박사님의 ‘아이교육’ 관련 기고글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본 포스팅은 이영숙 박사님의 저서 [이영숙 박사의 성품대화법] 에서 일부 발췌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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