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되면 아이들은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는 반이 갈리고 낯선 친구들과 한 반이 되는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합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학교생활 환경이 이처럼 크게, 그것도 일 년에 한 차례씩 변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이만저만한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새 학기 증후군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보일 수 있는 대표적 행동은 무엇일까요?
아이의 새 학기 증후군을 의심해야 할 행동
전날 저녁까지 멀쩡하던 아이가 아침마다 어딘가 아프다고 해요.
새 학기 증후군의 가장 대표적인 행동 양상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는 것. 언뜻 학교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리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새 학기 증후군은 꾀병과는 분명히 다르다.
꾀병이 일종의 속임수라면 새 학기 증후군으로 인한 통증은 실제 아이가 느끼는 통증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정말 구토를 하거나 열이 나기도 한다. 다만 병원에 가도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다. 그러니 약을 먹어서가 아니라 학교에 가지 않으면 낫게 된다.
아침 식사량이 눈에 띄게 줄고, 밥 먹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새 학기 증후군은 새로운 학교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면서 생기는 증상. 따라서 등교 준비로 바삐 움직여야 할 아침 시간에 유독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당연히 식욕도 없고, 식사량도 줄어든다. 하지만 아침 식사를 마치면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아예 숟가락을 놓고 있기 보다는 식탁 앞에 앉아만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매일 아침 깨우는 게 전쟁이에요.
긴 겨울방학과 봄방학을 지내며 다소 깨지고 흐트러진 생활 리듬도 새 학기가 되면 제 자리로 돌아오기 마련. 물론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일상의 생활 리듬을 되찾기까지 유독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침에 몇 번 부르면 잠에서 깨어나던 아이가 아무리 불러도 잠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면 한번쯤 새 학기 증후군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학교에 가기 싫어 의도적으로 늦잠을 자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무섭다거나 친구들이 이상하다는 말을 자주 해요.
학급은 아이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또래집단. 따라서 새 학기가 되면 아이들은 자신이 새롭게 소속될 학급의 분위기에 매우 민감해진다.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인가, 무섭고 엄격한 분인가, 친구처럼 다정한 분인가, 학급 친구들은 어떤가, 언행이 거칠고 폭력적인 아이는 없는가 등등.
그러나 새로운 학급 분위기가 낯설다고 느껴질 때, 아이들은 그 낯선 감정을 ‘싫은 감정’과 등치시켜버린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학교 가기가 싫다고 말하고, 학교 가기를 싫어하게 된 자신을 정당화 하는 것이다.
아이가 새 학기 증후군을 보일 때
그러나 아이가 위의 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새 학기 증후군이라고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새 학기 증후군이 절대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닐뿐더러 새 학기 증후군이 아닌 또 다른 문제를 아이 혼자 겪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어딘가 아프다고 할 때는 질병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선생님이나 친구들에 대한 불평불만을 토로하며 학교 가기 싫다고 호소할 때는 학교생활에 또 다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이런 말은 하지 마세요!
“또, 또 꾀병이다! 어젯밤까지 멀쩡하더니 갑자기 아프긴 어디가 아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꾀병과 새 학기 증후군은 분명 다르다. 이유가 무엇이든 아이는 실제로 아프기 때문이다. 따라서 꾀병이나 거짓말이라 여기지 말고 통증을 느끼는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며 이해해주어야 한다.
“학교를 안 간다니! 그게 말이 돼?”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에게 부모가 하는 가장 무의미한 말은 학생은 학교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당위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아이는 학교에 가야 하는 당위에 대해 절대 모르지 않는다. 문제는 학교를 가야 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가기 싫은 마음이 든다는 것인데, ‘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야만 한다는 것’은 궤변일 뿐이다.
“친구들이 이상한 게 학교 가는 거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야! 학교에 놀러가니?”
부모는 아이들이 또래 관계에 집착하기 보다는 학업에 더 집중해주기를 바라겠지만, 실제 또래 관계의 문제는 학업 성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학교에 놀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틈틈이 노는 것은 아이들에게 공부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어쩌면 공부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 아이들이 또래 관계와 소통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 듯 말한다면 아이들은 부모에 대해서도 마음의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남들 다 사귀는 친구를 왜 너만 못 사귀니!”
남들 다 하는 일을 나만 못 한다고 느낄 때, 우리가 느끼게 되는 것은 열등감이다. 그러나 남들 다 하는 일이 나에게도 반드시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어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를 잘 사귀지 못 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힘겨워하는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불필요한 열등감을 심어줄 뿐이다.
그렇다면 아이가 정말 학교에 가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가 등교 거부를 하고, 정말 학교에 가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에게 당근이나 채찍을 가할 것이다.
어르고 달래며 아이가 원하는 것을 이것저것 해줘가며 내일부터는 꼭 학교에 간다는 다짐을 받거나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호되게 꾸짖어 다음부터는 절대로 이러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효과적이지 않다. 특히 당근을 주며 어르고 달래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우선 아이가 정말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지내게 된다면 특별한 무엇을 절대로 해주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주기 위해 외식을 한다거나 아이가 평소 가지고 싶어 하던 물건을 사주기 위해 쇼핑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기분 전환을 위한 외출도 절대 안 된다. 학교에 있을 시간에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면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믿음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 시간 동안에는 혼자 책을 읽든 혼자 공부를 하든 일정한 장소에서 혼자 있도록 한다. 적어도 학교에 가지 않으니 더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이를 달랠 목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그 시간에는 하지 않는다.
학교에 가지 않은 것에 대해 호되게 꾸짖는 것 역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이를 아무리 심하게 꾸짖는다 해도 그 시간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아이는 잠시 동안 혼나는 것을 견디고 나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등교 거부가 습관이 될 수 있다.
아이가 정말 학교에 가지 않았을 때, 부모는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안달복달하기 보다는 오히려 무관심한 척 하는 것이 낫다.
학교 수업 시간 동안은 내버려두었다가, 하교 시간 즈음에 차분히 대화를 나눈다. 아이의 진솔한 마음을 공감하며 들어주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보는 시간을 통해 더 이상은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느끼고 믿도록 해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은 날이 특별한 이벤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과 함께 읽어볼만한 책
<짝꿍 바꿔 주세요>
다케다 미호 지음 /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펴냄
짝꿍이나 학급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학교에 가기 싫은 초등학교 저학년, 특히 1학년과 함께 읽어볼만한 카툰 형식의 그림책.
<오싹오싹 거미 학교>
프란체스카 사이먼 지음 / 김주연 옮김 / 토니 로스 그림 / 살림어린이 펴냄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대해 갖는 호기심과 두려움에 공감하고, 안심시켜 주는 유쾌한 그림책. 아직 학교를 경험해보지 않은 미취학 아동도, 이미 학교가 어떤 곳인지 아는 아이들도 모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학교가기 싫은 날>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 / 김영신 옮김 / 박영미 그림 / 크레용하우스 펴냄
학교에 가는 것이 싫어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해온 아이들이 용기를 가지고 자신만의 재미난 것을 찾아 땅에 두 발을 딛도록 이끄는 이야기를 담은 초등학교 저학년용 그림책.
<어쩌다 보니 왕따> / <마음먹다>
김종일, 김이윤 외 지음 / 우리학교 펴냄
성장의 터널을 지나는 십대들을 위한 소설 시리즈 「청소년을 위한 소설심리클럽」의 세 번째 테마 ‘관계와 소통’을 다룬 책. 소설을 읽기 전이나 읽고 난 후에 함께 해 볼 수 있는 활동을 담은 색다른 셀프 카운슬링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