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유 수출규제의 등장배경
미국산 원유 수출규제가 마련되게 된 계기는 1973년 아랍석유수출국기구(Organization of Arab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OAPEC)가 미국으로의 원유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에 있습니다. 당시 금수조치의 여파로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1973년 9월 3.65$/bbl → 1973년 12월 11.65$/bbl)을 경험하면서, 미국사회는 원유라는 자원의 희소성에 대해 강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원유수입의 안정성에 대해 국가 안보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저변으로 확산되었고, 원유의 국외반출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금지하자는 주장이 큰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1973년도에 입법된 이 법안들이 원유의 수출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라면, 1975년 12월 22일에는 원유수출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할 수 있는 에너지정책 및 절약법(이하 EPCA)이 제정되었는데, 특히 EPCA의 Section 103은 특히 석유안보와 관련하여, 에너지공급 교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행정부(정확하게는 그 수반인 대통령)에게 일부 예외사항을 제외하고는 미국산 원유의 수출을 완전히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 금지조치의 이행을 미국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가 담당할 수 있도록, 1979년 전면개정을 통해 수출관리법(Export Administration Act of 1979: EAA)의 수출관리규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 EAR)을 실행규범으로 마련하게 됩니다.
미국 원유 수출규제의 현황
현행 수출관리업무는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BIS)의 소관이며, BIS가 미국에서 수출되는 품목(서비스나 기술포함)에 통상통제목록(Commerce Control List: CCL) 상 수출통제 분류번호(Export Control Classification Number: ECCN)을 부여하여 통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CCL 상 원유의 ECCN은 1C981입니다. 이처럼 ECCN을 부여받은 품목에 대한 수출은 BIS으로부터 수출면허가 있어야 가능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상당히 강력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습니다.
원유 수출의 조건
1. Alaska주(州) Cook만(灣)지역에서 생산된 원유의 수출
2. 캐나다 내에서의 (최종)소비나 활용을 목적으로 한 5만BD 한도 내에서의 對캐나다 수출
3. 정제를 위한 국외반출(제품 재수입 전제) 또는 외국과 석유제품으로의 교환이 전제된 전략비축유(미국산 원유)의 수출
4. 2.5만BD 한도 내에서의 캘리포니아 중(重)질유(API 20° 이하)의 수출
5. 국제협약에 따른 수출
6. 다른 법률조항에 의거 대통령 결정이 이미 내려진 수출(의제(擬制) 처리함)
7. 미국 수출업자가 외국산 원유를 수출하는 경우(이상 수출금지 예외조항)
한편, 상기의 예외조항에 부합되지 않더라도, 수출신청 건별로 검토하여, 국익과 EPCA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대통령이 결정을 내린 경우에는 해당건(Cargo 단위)에 한정해서 수출면허를 개별적으로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EAR 상 원유 수출규제는 허용되는 행위(수출행위)만을 열거하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로서 매우 제한적인 경우만이 제외된, 미국산 원유에 대한 사실상의 ‘금수조치(embargo)’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김재경 부연구위원(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계획학으로 석사학위를, 일반대학원에서 농업 및 자원경제학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서울연구원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근무했고, 미국 오레곤주립대학교(OSU)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현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에서 부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해외 석유시장 및 국내 석유산업 정책을연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