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유 수출규제의 철폐논쟁
사실 EPCA을 통해 수출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미국 산 원유 수출규제가 처음 도입된 1975년 이후 지금까지 4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자국산 원유를 수출해야 할 만큼 충분한 생산이 이루어진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순수입국이었기 때문에, 몇몇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수출을 규제하지 않더라도 수출 필요성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최근 시장 상황의 급변으로 인해, 1973년 상황논리에서 만들어진 1975년 체제를 탈피, 원유 수출 전면자유화라는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요구 및 주장이 자연스럽게 관련업계에서 생겨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업계의 주장을 대변하여, 미국 석유업계를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미국석유협회(American Petroleum Institute: API)는 2012년 6월부터 공식적으로 원유수출을 금지하는 현행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DOE) 산하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gency: EIA) 역시 자국생산 원유에 대한 수출 허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원유 수출자유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인 논쟁으로 발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014년 1월 30일 미국 상원 에너지 천연자원 위원회(U.S. Senate Committee on Energy and Natural Resources) 공청회였습니다. 해당 공청회에서의 상원의원 간 찬반토론을 기점으로 논쟁은 보다 확전되어 가는 양상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우선 미국 의회를 살펴보면 원유 수출자유화 찬성론은 당적과 상관없이 주로 원유생산지역을 지역구로 지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편, 의회 밖에서는 원유생산업체(Independent Producers)나 원유 및 석유제품을 모두 취급하는 석유 메이저사들이 적극적으로 원유 수출자유화를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상공회의소(Chamber of Commerce),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Institute, Cato Institute 등의 기관들은 전통적인 자유시장주의적 관점에서 현재의 원유 수출규제 자체를 비판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반면, 주로 미국 정유 업계는 원유 수출금지 규정의 존속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AFL-CIO나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와 같은 노동자·소비자 권익단체나 환경운동단체 등도 가세해 미국산원유의 수출은 주요 원자재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이라며, 자국의 에너지안보와 환경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김재경 부연구위원(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계획학으로 석사학위를, 일반대학원에서 농업 및 자원경제학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서울연구원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근무했고, 미국 오레곤주립대학교(OSU)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현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에서 부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해외 석유시장 및 국내 석유산업 정책을연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