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듣는 에너지 이야기 8탄 – 에너지복지, 어디로 가야 하나?

전문가에게 듣는 에너지 이야기 8탄 – 에너지복지, 어디로 가야 하나?

에너지빈곤층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난방, 취사, 조명 등 에너지구입에 가구소득의 10% 이상을 지출하는 계층을 말하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가구의 8%인 120만 가구가 에너지빈곤층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정부의 복지정책과 함께 에너지 빈곤 없는 따뜻한 복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도 에너지복지사업을 수행중인 곳이 있어 찾아가봤습니다. 한국에너지재단은 에너지복지사업 이외에도 에너지효율사업, 세계에너지협의회 한국위원회 역할도 함께 수행중인데요. 전문가에게 듣는 에너지 이야기 8탄, 오늘은 에너지복지의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 한국에너지재단 염명천 사무총장에게 들어봤습니다.

 염명천 사무총장 / 한국에너지재단

2007.12. 산업자원부 기후변화기획관

2008.5.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 사무국 국장

2009. 2. 지식경제부 지역특화발전특구 기획단 단장

2010.4. 제5대 전력거래소 이사장

2013.7.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

일정수준 이내의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에너지기본권을 국가나 사회가 보장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철저하게 시장기능이 작동하도록 시장경쟁에 맡겨야 하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경쟁으로 해결할 문제가 복지나 양심의 그늘에 숨어서도 안되고, 복지로 보호할 사회의 그늘이 시장과 경쟁에 맡겨져서도 안됩니다.

Q : 에너지분야의 올림픽, WEC 한국위원회로써 어떤 역할 수행하셨나요?

 세계에너지협의회(WEC, World Energy Council)는 1차대전 직후 유럽에서 전쟁으로 파괴된 전력망의 복구를 위해 1923년 7월 영국 런던에서 세계발전회의(World Power Conference)라는 이름으로 발족하여, 1924년 이후 매 3년 주기로 모임을 가져왔습니다.

1989년부터 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로 이름을 바꾸고, 전세계 에너지분야를 포괄하는 국제회의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92개 회원국이 참가하여 ‘온 인류의 지속적인 에너지공급과 사용증진’을 목표로, 다양한 에너지관련 국제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3 세계에너지협의회(WEC, World Energy Council)
 함께 보면 좋은 글: [WEC]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 – 내일의 에너지를 위한 오늘의 행동 (바로가기)

우리나라에서는 1967년 한국전력 등 에너지관련 7개 기관이 회원으로 ‘WEC한국위원회’를 설립하고, 1969년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했습니다. 이후 2006년 에너지복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재단법인 ‘한국에너지재단’이 설립되었고, 에너지재단이 WEC한국위원회를 함께 맡아 오고 있습니다.

WEC한국위원회는 현재 국내 에너지관련 기업, 기관, 단체 등 55개 회원사로 구상되며, 민간차원에서 국제 에너지사회에서 한국의 이익과 위상제고 및 친선과 정보교류를 위한 활동을 합니다.

■ WEC 개최에 대한 소회

‘에너지분야의 올림픽’이라고 하는 WEC총회는 3년에 한번씩 개최되는데, 아시아권에서는 인도(1983년), 일본(1995년)
에 이어 3번째로 이번 대구에서 개최되었고, 금년 한국에서 개최된 가장 큰 국제행사가 됩니다.

10월13일에서 17일까지 대구 EXCO에서 총회가 개최되었는데, 120개국의 기업, 정부, 학계, 전문가 및 국제기구 인사들이
7000여명 참가하였고, ‘내일의 에너지를 위한 오늘의 행동(Securing Tomorrow’s Energy Today)’이라는 주제로 에너지
분야 현안과 미래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가졌습니다.

특히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3중고(Energy Trilemma)’인 에너지 접근성, 에너지안보 및 기후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미래의
지구 에너지의 방향에 대해 정책결정자와 기업의 리더들이 발언하고 토론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24개국, 240여개 기업
들이 참여한 전시회가 개최되어, 관련 기술정보가 교환되는 장이 마련되었습니다.

16일 특별 세션에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참석하여 “생산국과 소비국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글로벌 에너지협력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에너지절약과 환경개선 노력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에너지경제 모델’을 만들자고 제안하여
큰 공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대구WEC총회는 우리의 기업과 전문가들이 세계 에너지산업과 논의의 흐름을 파악하고, 에너지와 관련한 인류 공통의
고민과 해결책을 한자리에서 함께 논의하고, 에너지분야의 국제적 인사들과 네트워킹 및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가 되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겠습니다.

Q : 한국에너지재단은 어떤 기관인가요?

2005년 단전가구에서 촛불화재로 여중생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고, 에너지 기본권을 누군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형성되었습니다. 한국에너지재단은 2006년 12월 에너지복지 전담기관으로 민법상 재단법인으로 발족하였습니다.

에너지 재단은 GS-Caltex, SK에너지,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관련 기업 16개사가 출연하여 발족하였는데, 현재는 크게 두 가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취약계층에게 난방유, 전기, 도시가스 등 생활에 불가결한 기초에너지를 지원해주는 사업이고, 둘째는 저소득층 주택의 보일러, 창호, 벽체 등 난방과 단열을 위해 에너지효율을 높여주는 사업입니다.

이런 사업들은 전국 230여개 기초 지자체와 지역의 사회복지기관 및 사회적 기업 등과 네크워크를 구축해 사업을 추진하고 사업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너지재단의 에너지복지사업 / 한국에너지재단 홈페이지 (바로가기)
홈페이지를 보면 에너지복지사업에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비롯해 에너지원에 따르는 4가지 지원사업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대상자들에게 있어서 즉각적인 에너지 공급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겠지만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수행하시는 점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Q : 에너지효율개선을 위한 재단의 주요업무에 대하여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에너지복지사업은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공급, 즉 취사, 난방, 가전기기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는 대부분 난방연료나 전기나 가스요금 지원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중 겨울철 난방이 핵심적인 내용인데, 거주하는 주택의 난방이 허술하면 에너지 지원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주택의 벽, 창호, 지붕, 보일러 등을 교체하고 수리를 해주는 사업이 에너지효율개선사업입니다.

취약계층에겐 따듯한 난방을!  그리고 국내 에너지 효율성까지 지켜내는,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취약계층에겐 따듯한 난방을!  그리고 국내 에너지 효율성까지 지켜내는,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재원은 정부재정이며, 현재 에너지특별회계에서 보조를 받아 시행합니다. 금년 예산액은 411억원이고, 내년 예산안에는 596억원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향후 년 1000억원 규모로 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지원대상자는 기초지자체의 추천을 받아 우리 재단의 사업시행기관인 지역복지기관이 대상가구를 방문해 현황을 직접 조사한 후 결정합니다.

에너지재단은 이 사업을 2007년부터 시작해왔는데, 6년간 25만7천여 가구에,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1,450억원이 지원되었고, 금년에는 411억원으로 3만8천가구를 지원합니다. 이 밖에 민간모금으로 시행하는 소규모의 에너지효율개선사업도 병행하고 있는데, 자금을 기부한 기관의 뜻에 따라 대상자, 공사의 범위와 방법, 지원규모 등을 정하여 행합니다.

Q : 에너지효율개선 사업 이외에 재단의 에너지복지 사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은 정부재정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일반적인 저소득층 에너지복지 지원사업은 대부분 기업이나 민간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동절기 저소득층에게 난방용 등유를 지원하는 사업에는 GS-Caltex, SK에너지, S-oil, 현대오일뱅크가 대한석유협회를 통해 년간 80억원 정도를 지원하고,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복권기금에서도 년간 80억원 정도를 지원받아 운영합니다. 에너지재단은 이 돈으로 가구당 200리터의 난방유를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취약계층 가구를 대상으로 총 51,000가구에게 지급합니다.

LPG를 지원하는 사업은 E1과 SK가스가 LPG협회를 통해 년간 20억원 정도를 지원합니다. 대상은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중 장애인, 노인, 아동이 포함된 취약계층이며, 매년 21,000가구가 LPG 40kg을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받게됩니다.

전기, 도시가스가 끊길 위험이 있는 가구를 지원해주는 한국에너지재단의 긴급지원사업
전기, 도시가스가 끊길 위험이 있는 가구를 지원해주는 한국에너지재단의 긴급지원사업

그 밖에 한국전력공사와 도시가스협회의 후원으로 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나 도시가스 공급이 끊길 위험에 처한 가구를 대상으로 밀린 요금을 지원해주는 긴급지원사업도 수행합니다. 대상가구는 년 3,000가구 정도입니다. 기타 도로공사, 에너지관리공단 등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수행하는 부정기적인 사업도 있습니다.

Q : 에너지복지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의 보람과 애로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헌법(34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고,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재단은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보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이 가진 이기심과 경쟁을 기반으로 하여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는 제도입니다. 당연히 이러한 경쟁의 과정에서 그늘에 속하는 그룹이 나오게 됩니다. 자본주의는 이들을 보호할 책무가 있고, 그런 가치가 헌법에 규정된 것입니다.

에너지산업도 시장논리에 따라 치열하고 냉정한 경쟁이 자리 잡아야 발전이 있고, 국제경쟁에서도 우리기업이 생존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쟁이 가능하려면 에너지복지가 그늘진 곳을 살펴주어야 합니다. 에너지복지는 에너지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가지고 있던 사회적 그늘에 대한 우려와 대책을 구상하고 실현하므로서 시장기능을 달성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이점에서 국민경제의 효율에 기여한다는 보람을 가집니다.

애로사항은 그 수요에 비해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의 규모가 너무 작다는 점입니다. 다행히  정부의 복지가 국정주요과제로 자리잡아,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시행할 예정인데, 에너지바우처제도와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법제화하고, 대상자 정보관리 등 에너지복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입니다.

이 정책이 실현되면 지원의 규모도 현재보다 3배 이상 크게 늘어나게 되므로, 에너지 소비에서 소외되고 그늘진 부분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Q : 세계 에너지복지 수준과 비교하여 우리나라 에너지복지는 어떤 수준인지 설명해주십시오.

에너지법 제4조 제5항에는 “국가, 지자체 및 에너지공급자는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 대한 에너지의 보편적 공급에 기여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선언적이기는 하지만 정부와 에너지기업의 의무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사고의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오랜 복지사회의 전통이 있어 일반적인 복지의 일환으로 에너지복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 개도국의 경우 빈곤층에 대한 에너지복지(energy poverty)의 개념보다는 지역사회의 에너지접근(energy access)의 개념이 중시됩니다. 즉, 전력공급 확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추진하는 에너지복지의 개념은 비슷한 예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내 경제수준에 비해 낮은 우리나라의 에너지복지 수준
국내 경제수준에 비해 낮은 우리나라의 에너지복지 수준

 에너지복지의 수준은 경제수준에 비교해 평가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의 에너지복지 수준은 경제수준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어온 우리사회가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2015년이 되면 현재 정부가 구상하는 전반적인 에너지복지제도가 실현될 것으로 보이므로 유럽 평균 수준에 뒤지지 않을 진전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Q : 우리나라의 에너지복지 사업 관련 개선/발전해야 할 사항을 제언해주신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그 동안 우리경제, 특히 에너지부문에서 시장기능과 복지기능이 다소 혼재되어 일반국민과 정책결정자들을 혼란스럽게 해온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산업은 기본적으로 시장기능에 따라 자원이 배분되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적정한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어렵고, 세계시장에서 우리 에너지산업이 생존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에너지의 소비에는 기본권의 개념이 있는 것이 또한 사실입니다. 막연하게나마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은 이 기본권의 개념이 그 동안 에너지분야에서 시장기능이 제대로 발현되는 것을 억제해온 점이 있습니다. 경쟁에서 소외된 자에 대한 막연한 부채의식과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의 책임이 어설프게 혼재되어 결국 어느 것도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면이 적지 않습니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려다 보면 쪽방 거주 독거노인의 어려운 형편이 걱정되고, 다른 쪽에서는 전력과소비와 에너지 다소비부문에 과잉투자가 지속되는 것 입니다. 지금까지 전반적인 에너지 요금이 왜곡된 배경에는 이런 에너지기본권에 대한 모호하고 정리되지 않은 부문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정리해야 합니다.

일정수준 이내의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에너지기본권을 국가나 사회가 보장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철저하게 시장기능이 작동하도록 시장경쟁에 맡겨야 하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경쟁으로 해결할 문제가 복지나 양심의 그늘에 숨어서도 안되고, 복지로 보호할 사회의 그늘이 시장과 경쟁에 맡겨져서도 안됩니다.

막연하고 모호하고 불투명하게 에너지복지와 시장기능을 적당히 조합해 놓은 제도는 최악의 제도가 되기 쉽습니다. 취약계층에게 에너지기본권을 보장하는 비용은 시장이 감내해야 하는 비효율(dead loss)에 비하면 의외로 극히 적은 금액임을 에너지소비 통계는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