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과 2013년 베스트 에너지믹스 – 전력위기 상황,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지난 1월 10일, 국가적인 차원의 정전대비 위기대응훈련이 실시되었습니다. 겨울철 전력수급 불안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정전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예비전력이 심각(재난위험) 단계로 떨어지는 상황을 가정하여 행정안전부와 지식경제부, 소방방재청, 한국전력 주관 하에 훈련이 펼쳐졌습니다.
올 겨울 한파는 2월 초나 돼야 한풀 꺾인다는 기상청 전망 속에 블랙아웃(대정전)의 가능성을 논하고 정전대비 대처방안이란 위기대응 훈련을 하기에 앞서, ‘전기가 부족한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대비책이 절실한 때라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에게 듣는 에너지 이야기, 인터뷰 속 insight를 찾다! ①
에너지 시민연대 기획위원장, 행정안전부 녹색성장자문위원 등으로 활동중인 전기분야 에너지 전문가,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김창섭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 전력위기 상황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1. 특수성에 기인한 우리나라 블랙아웃의 위험성
2. 에너지 믹스란 무엇인가
3. 최소 전기가 유류보다 비싸야 하는 이유
4. 석유보다 전기가 온실가스 배출이 더 많은 에너지원이다.
5. 베스트 에너지 믹스는 무엇인가
6. 2013년 우리나라 에너지 이슈는?
1. 특수성에 기인한 우리나라 블랙아웃의 위험성
한 인터넷 페이지에서 겨울철 정전이 끼치는 영향을 “춥다. 배고프다. 갈 곳 없다.” 로 짤막하게 표현했습니다. 아무리 말랑말랑하게 표현하더라도 말 자체로서 삭막하기 그지없습니다.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블랙아웃이 일어날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질문에 명확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블랙아웃의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전기 전문가 김창섭 교수(이하 김교수)와의 인터뷰는 전기에너지의 기본적인 정의부터 시작됐습니다.
“전기에너지는 저장되지 않는 에너지로서 실시간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만 하는 에너지원으로 정의됩니다. (..중략..)
문명이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화하여 쓰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1882년, 에디슨의 세계 최초 중앙발전소에 의해
전기가 상용화된 이래 130여년 동안 인류는 전기를 편리하게 사용해왔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소와 공급망(Grid base)을 연계하여 규모를 늘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효율성과 편리성이 전기화 비율을 높였고 전기에너지의 그리드 베이스 특성으로 그 위험성이 커졌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전기소비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나라는 심각한 수준이죠.”
흔히 생각하는 배터리나 ESS와 같은 전력저장시스템은 아직 대규모 생산을 위한 기술력이 뒷받침 되지 못하고 있고 경제성도 부족해 우리가 전기를 편리하게 사용하려면 실시간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전기에너지의 이러한 특징으로 발전소와 공급망은 그 규모가 확대되었고 생활 속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커져갔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단위면적당 전기화 밀도가 세계 최고이고 전기 수요의 4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전기밀도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효율적이라는 동시에 그 의존성이 늘어나게 되므로 한꺼번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편리하고 효율적이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큰 전기에너지의 이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보는 우리나라의 블랙아웃 가능성과 심각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블랙아웃은 예측 가능한 것과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공급이 부족할 것을 예상하여 발전소를 증설하거나
수요관리를 하는 것처럼 예측 가능한 블랙아웃에 대한 대비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고로 인해 발전소가 중단되고 송전선이
끊어질 경우처럼 예측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발전소와 전력망의 문제로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국가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올해 발전소가 증설되어 공급양이 증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력망의 경우는 이에 비례하지 않으며
몇 년 후에는 추가 확충이 수요를 따라 가지 못하는 전력망으로 인한 블랙아웃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고 조그만 사고가
블랙아웃으로 갈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
발전소와 전력망 두 가지 측면에서의 블랙아웃의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단지 예비전력의 양만으로 블랙아웃의 가능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 같습니다. 또한 김교수는 우리나라는 ‘100% 전기화’, ’단일망’을 자랑하는 효율적인 전력 공급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그 이면의 위험성 또한 매우 심각하다고 표현했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 중 전기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에너지 수요를 높인 가장 큰 요인으로는 산업의
활성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냉•난방 수요증가를 들 수 있고, 이러한 에너지 수요 증가와 싼 전기요금에 기반한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가 전기화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죠.”
늘어나는 에너지 소요를 대부분 전기로 충당해 왔다고 하니 전기화 속도가 세계 최고라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이러한 전기화 속도와 앞서 언급한 그리드 베이스의 전기에너지, 블랙아웃 발생시 국방, 치안, 경제 전 분야의 ‘재앙’을 동시에 떠올려 보면 굳이 정량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블랙아웃의 심각성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습니다.
2. 에너지 믹스란 무엇인가?
에너지(Energy)와 믹스(Mix)의 합성어인 에너지 믹스는 흔히 ‘소비자의 에너지원 선택으로 인한 결과물’, ‘국가 에너지 정책의 결과물’ 또는 ‘국가 에너지원별 구성비’로 정의됩니다.
“에너지 믹스는 최종 소비단계의 믹스와 발전용 연료를 무엇으로 할 것이냐의 믹스 두 가지로 구분해서 볼 수 있습니다.
최종소비단계의 에너지 믹스는 오로지 에너지원 별 소비자 가격에 의해 결정됩니다. 2008년 고유가 이후, 국가 경제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이유로 전기요금을 낮게 억제하게 하는 등의 조치가 현재의 최종 소비단계 에너지 믹스를 초래한 것이죠, 발전용 연료 측면에서의 에너지 믹스는 좀 더 정책적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에너지 경제연구원의 『에너지통계연보 2011』에 따르면 1990년대 국내 전 부문의 에너지 소비에 있어 유류가 73.2%, 전력이 16.7% 이었던 것이 2009년에는 유류는 38.4%, 전력이 37.3%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가정책, 전기요금, 유가 상승 등 다양하고 시대적인 원인에 의해 현재 소비자는 유류와 전력을 유사한 수준으로 소비하고 있고 우리사회 소비 에너지원별 mix를 구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국가 에너지원별 구성비로서의 에너지 믹스는 발전용 연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20년까지 석유의 비중은 43.4%에서 36.2%로 감소되고, 신재생 및 기타 에너지는 2.5%에서 6.6%로 증가하는 등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발전용 연료에 대한 에너지 믹스는 수요관리를 통해 보다 정책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