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잡는 친구, 라디오

‘음원깡패’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차트의 상위권에 오랜 기간 머물며 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는 노래 혹은 가수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최근의 가장 대표적인 음원깡패는 밴드 혁오의 ‘와리가리’,’위잉위잉’과 자이언티(Zion.T)의 ‘양화대교’ 등이 있었는데요. 요즘은 대개 음원 차트의 순위대로 노래를 재생하기 때문에 카페에서도, 거리에서도 똑같은 노래들뿐인데요. 이처럼 우리의 귀를 독식하는 음원들에게 깡패라는 표현은 아주 틀린 말만은 아닙니다. 음원깡패는 그 시대의 사람들의 취향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되어 주기도 하지만, 정해진 순위대로 무한반복 되면서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것은 힘들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음원깡패를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음악의 다양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담은 양질의 노래를 듣게 해주는 ‘라디오’인데요. 구세대의 유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깡패 잡는 친구, 라디오

구식인 듯, 구식 아닌 감성저장소

원하는 정보를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스마트 세상에서 음악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들을 때면, 전주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다음 곡으로 넘어가곤 합니다. 노래도 내가 듣고 싶은 곡의 듣고 싶은 부분만, 간편하게 들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사기 위해 용돈을 아끼고, 라디오 방송 시간에 맞춰 녹음을 하던 과거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죠.

라디오는 느리고 답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합니다. 나에게만 맞춰진 재생목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취향이 반영된 같이 즐기는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노래가 나와도 되감을 수 없고, 듣고 싶지 않아도 한 곡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신 유행곡이 아니더라도 귀 기울여 들어보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이 아니라, 남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보는 것도 새로운 보석 같은 음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랍니다.

구식인 듯, 구식 아닌 감성저장소

이야기가 담긴 노래

우리는 남들의 이야기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정말 힘들었겠다’ 등등 우리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고, 나와 동떨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누군가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음원깡패와는 달리 라디오에서는 다양한 음악과 이야기가 살아 숨쉽니다. 천편일률적이고 순위가 정해진 음악이 아니라, 장르에 상관없이 사연과 어울리는 노래 혹은 신청곡이 재생됩니다. 이야기가 가미된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라디오로 음원깡패에게서 벗어나세요.

유형별 라디오 프로그램 추천

이제 라디오를 듣고 싶은 마음이 좀 생기셨나요? 그런 분들을 위해 들을만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1. ‘7080 그 때 그 시절’형

2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7080 그 때 그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 드립니다.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월~일) 오후 06:00~08:00
http://www.imbc.com/broad/radio/fm4u/musiccamp/

2. ‘4계절 내내 춘곤증’형

춘곤증, 하곤증, 추곤증, 동곤증. 4계절 내내 점심식사 후 졸음과 전투를 벌이시는 분들께는 컬투쇼가 딱입니다. 주의할 점은 사무실에서 빵 터질 수 있습니다.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월~일) 오후 02:00~04:00
http://radio.sbs.co.kr/cultwoshow/

3. ‘사연 중심’형

매일 다른 주제의 사연으로 내용을 구성해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는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를 추천 드립니다.

KBS Cool FM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 (월~일) 오후 08:00∼10:00
http://www.kbs.co.kr/radio/coolfm/uvolum/

오늘은 음원 차트의 노래 대신 라디오를 들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불 끄고 누워 들었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기억하며, 오늘 밤에는 라디오와 함께 해보세요. 평범했던 저녁이 생각보다 포근하게 느껴지실 거랍니다.

라디오에서 나온 이야기로 행복해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