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시리즈 연재를 시작하며 가을에 어울리는 취미로 잠깐 언급해드렸던 가죽공예! 이번 글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취미를 넘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일석이조 취미인 가죽공예에 대해 상세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버킨백, 바이크 용품, 모두 내 손으로
늦은 저녁 방문한 공방은 각자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초보자분들이 한창 카드지갑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가죽 위에 자를 대보며 도안을 그리는데 한창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만드시는지 호기심이 생겨 조심스레 다가가 여쭤보았더니, 만들고 계시던 건 무려 여성들의 워너비 백, 버킨백이었습니다! 버킨백 도안을 연구하셔서 나만의 백을 직접 만드신다고 하네요.
이날 공방에서 취재를 도와주신 가죽공예 고수, 송명호 씨도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가죽공예를 시작하게 되셨다고 해요. 명호 씨는 원래 바이크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서 취미로 즐기곤 했는데, 가지고 싶은 바이크 용품을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었고, 해외에서 구하자니 그 과정이 복잡하고 가격도 너무 높았다고 해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서 쓰자는 결심을 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외국자료를 통해 독학한 후, 직접 만든 바이크 용품은 사서 쓰게 되는 제품들보다 훨씬 더 애착이 가고, 취향에도 맞는다고 합니다. 이후, 가죽공예에 빠지게 되어 지금은 가죽공예 동호회, “놀다”에서 초보 회원분들을 가르치고 계신답니다.
인기 브런치 작가, 흔디님(https://brunch.co.kr/@sooscape) 역시 가죽공예를 종종 취미로 즐기신다고 해요. 그림만 잘 그리시는 줄 알았던 흔디님은 가죽공예에도 남다른 센스를 보이셔서, 생활 속에서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시간이 날 때마다 뚝딱뚝딱 가죽으로 만들어 내신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남편분이 직장에서 가져오신 보조배터리를 봤는데, 보조배터리 표면에 새겨진 홍보용 문구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고 해요. 본업이 디자이너인지라, 디자인에 특히 민감한 흔디님은 결국 직접 가죽을 구입해서 배터리 표면의 문구를 가릴 수 있는 보조배터리용 케이스를 만들어 남편분께 선물하셨다고 해요. 정성이 담긴 실용적인 선물에 남편 분도 대만족하셨다고 하네요. 저번에는 사촌분의 결혼식 선물로 직접 핸드백을 만들어 선물하셨답니다.
나만의 리미티드 수공예 작품
위 사진들은 모두 흔디님이 직접 만드신 가죽공예 작품들입니다. 여권케이스, 키홀더, 팔찌, 가방, 파우치 등 다양한 일상용품들을 직접 만드셨다는 게 놀랍습니다. 이렇게 생활과 밀접한 재료다 보니, 가죽공예를 통해 만든 가죽작품들은 곧바로 누군가의 일상에 기쁨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가죽공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렇게 만든 일상용품이 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든 나만의 리미티드 제품이라는 점입니다.
제작자의 개성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가죽공예는, 그 개성에 따라 다양한 장르가 있습니다. 통가죽공예, 카빙, 바이커, 인디언, 핸드백 등 만드는 제품의 성질과 스타일에 따라 장르가 갈리고, 같은 장르 안에서도 각 나라마다, 각 작가마다 다른 특유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먼저 기본기를 착실히 익힌 뒤, 본인의 취향에 맞는 장르 스타일을 많이 접하고 연습해서 내가 만들고자 하는 가죽 물품에 적용시키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나만의 유니크한 아이템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만든 작품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헤지고 닳으면서 오히려 그 멋을 더해갑니다. 가죽이란 재료는 색이 바래고 손때가 어느 정도 타야지 그 특유의 빈티지한 감성이 살아나는 소재입니다. 소재 자체도 워낙 튼튼하고 실용적이라, 한 번 만든 가죽제품을 몇 번 쓰고 휙 버리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답니다. 나만의 개성이 녹아 있고, 튼튼하고, 실용적인 데다가, 오래 쓰면 쓸수록 더 매력이 증가하는 제품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을 것 같아요.
가죽공예, 특별하게 즐기다
위에서도 강조했듯이 가죽공예를 배울 때는 먼저 기본을 착실히 다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송명호 씨는 공방이나 동호회에 들어가 회원들과 함께 가죽공예도구를 공유하며 기초 기술을 배우는 게 가장 효율적이지만, 사정상 독학을 하고 싶으시다면, 기본기만큼은 꼭 제대로 숙련자에게 배우고 난 후 보다 깊은 장르로 들어가는 걸 추천합니다.
명호 씨가 제안하는 한 가지 팁은 바로 동네의 의류 폐기함에서 버려진 가죽가방이나 가죽지갑 등, 버려진 가죽제품들을 가져와 연습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가죽은 그 자체로 꽤 고가의 재료인지라, 아무래도 실제로 제품을 만들기 전 연습용으로 비싼 가죽을 써버리는 건 조금 아까울 수 있어요. 가죽 한 장 당 최소 약 10만원 정도 하니, 한 번에 많이 구매해서 넉넉히 연습하기에는 아무래도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가죽공예를 할 때, 한 장의 가죽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가능한 버리는 면적이 적도록 아껴서 잘라낸답니다. 버려진 가죽의류를 가져와 해체한 후, 연습용으로 이것저것 만들어 보면 실력도 금방 늘 수 있고, 연습할 때 들어가는 재료비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지요.
기본기를 익힌 후에는 유튜브 채널이나 독학 자료를 통해 가죽공예를 더욱 심도 있게 공부하고, 핀터레스트에 올라오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새로운 스타일을 배우는 단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다양한 작품들을 보며, 나만의 작품은 어떤 스타일로 어떻게 만들 것인지 구상하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가죽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만든 가죽공예작품을 플리마켓에서 직접 판매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답니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은 비교적 품질이 좋은 개인 작가 혹은 독립 기업의 작품들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플리마켓의 특성상, 너무 고가의 작품을 팔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하지만 가죽이 많이 들어가는 작품일수록,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을 쏟았을 확률이 높고, 이렇게 해서 완성된 작품에 들어간 재료비와 인건비까지 합산했을 때, 판매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플리마켓에서는 주로 작은 사이즈의 카드지갑이나 장신구를 많이 판매한다고 해요. 블로그를 통해서 다양한 작품을 주문제작해서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하나 내가 만든 작품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및 그 외 플랫폼에 올리다보면 어느샌가 나만의 포트폴리오가 완성되어 있을 거예요.
나만의 감각으로 나만의 개성이 담긴 분위기 있는 생활용품을 만들고 싶으시다면, 가죽공예에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팔랑팔랑한 종이와는 또 다른 가죽만의 부들부들한 질감에 빠져 정신없이 공구를 놀리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브랜드 제품을 손에 쥘 수 있을 거에요. 고마운 사람들에게, 혹은 오늘 하루 고생한 나 자신에게, 친애의 마음을 담아 내가 만든 가죽 용품을 선물해 보세요! 받은 사람들의 일상에 소소한 기쁨이 물 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