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고 맛도 좋은 우리 술! 한산 소곡주 기행

한산소곡주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우리 술

세계 각국의 술과 비교하여 볼 때 우리 술에는 잘 살펴 보면 참으로 특이한 점이 많습니다. 흔히 발효되는 형태를 보아 술의 종류를 구분한다면 크게 단발효주와 복발효주, 그리고 병행 복발효주로 나눕니다.

단발효주는 흔히 프랑스를 대표하는 술 와인을 들 수 있는데, 포도에 존재하는 당분을 효모로 발효시켜 알콜로 만든 것입니다.

복발효주는 병행 복발효주와 구분하여 단행 복발효주라고도 하는데 독일의 맥주가 이에 해당합니다. 맥주는 포도와 달리 당분이 없으므로 맥주에 있는 녹말을 당분으로 만들고 이를 다시 알콜로 발효시킨 것입니다.

따라서 일차로 당분 만드는 작업을 한 다음, 만들어진 당액을 이차로 알콜로 만들어 순차적으로 제조하며 이 과정에서 호프라고 하는 곡물을 섞어 맥주 고유의 맛과 향을 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술은 쌀과 여러 가지 곡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곡물에 있는 녹말을 효소가 당분으로 만드는 한 편, 효모는 만들어진 당분을 알콜로 만들어 거의 모든 작업이 같은 시기에 일어나므로 병행 복발효라고 합니다.

이런 병행 복발효를 일어나게 하는 물질이 바로 누룩인 것입니다.

병행 복발효가 주는 이로움

우선 발효가 일어나는 환경조건 가운데 효모는 수소이온농도지수(pH)가 대략 4~6인 상태를 좋아합니다.

반면 일반 세균은 pH가 6~7인 상태를 좋아합니다. 따라서 갖가지 술을 빚기 위해 누룩과 곡물과 물을 섞어놓은 상태의 pH는 거의 7에 가까워 자칫 일반 세균의 증식이 일어날 확률이 커지게 됩니다.

즉 술이 실패할 확률이 큰 것이지요.

그런데 술을 빚기 위해 섞은 속에는 젖산균이 먼저 증식을 하면서 pH를 4~5정도로 낮춰 버리게 되고, 그러한 까닭에 일반세균 보다는 효모균이 득세하기 쉬워지면서 술의 발효가 시작되는 것이랍니다.

이러할 때 생성된 젖산균(유산균)은 보통 요구르트의 30~40배 정도로 많아 대장에서의 이상발효를 막아주고 장내의 pH를 조절하여 주며 소화기능을 정상적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에 배변 시 황금 덩어리(?)를 누게 되는 것이랍니다. ^^

건강을 유지하는 것 가운데 잘 먹고 잘 내보내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랍니다. 거기다가 우리 술 속에는 다량의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장의 운동을 돕고 각종 비타민과 여러 가지 필요한 무기질도 많아 식사 시 반주의 형태로 적당량을 장복하면 그 이상의 명약이 없다고 합니다.
이 누룩에서 몸에 좋은 유산균이 나오는 것입니다. 술은 많이 먹으면 탈이 나는 것이 분명하지만 적당량을 마시게 되면 알콜이 위를 자극하여 소화물질의 분비를 돕고 심장의 박동을 힘차게 하여 신진대사를 증진시키며 신경을 자극하여 기분을 좋게 하고 의욕을 높여주니 잘만 사용하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역시 지나치면 아무리 좋은 물질이라도 해를 가져오는 법이니 술이 인간을 해한 것이 아니라 이를 과도하게 욕심을 부린 인간의 잘못 때문이기에 간혹 술 탓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주객전도요, 적반하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답니다.

한산 소곡주 기행

오늘은 여러 가지 이름난 우리 술 가운데 한산 소곡주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저는 술을 빚는 동도들과 함께 전국을 두루 다니며 여행도 하고 맛있는 술도 맛보는 전통주 기행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그 고장의 이름난 술을 맛보는 즐거움은 아마 누려보지 못한 분들은 가히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아예 제가 강의하고 있는 연수문화원 전통주 강좌의 과정 가운데 전통주 기행을 가도록 프로그램을 넣어 두었습니다.

그러므로 석 달에 한 번 꼴로 꼭 여러 지방의 이름난 술의 근원지를 찾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그리하여 다닌 지가 꽤 되었고 맛본 술도 상당하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한산 소곡주는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 있는데 맨 처음 한산 소곡주를 대하였을 때 강렬한 인상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을 찾았던 것은 여러 차례이었습니다만 처음 방문할 당시는 술 때문이 아니라 신성리 갈대밭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 째는 아들 녀석과 서해안을 도보 여행하던 중 잠깐 스쳐 지나갔습니다. 만약에 한산에 볼거리 맛거리가 이리 많은 줄 알았다면 어찌 스쳐 지나갈 수 있었겠냐만 모르면 어쩔 수 없는 이치이지요. ^^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우리 문화유산을 쓴 유홍준 전 문화재 청장의 명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 말은 늘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한산면 동자북 마을의 커다란 동자북
한산면 동자북 마을의 커다란 동자북

소곡주를 맛보기 위해 찾은 한산면은 그로부터 한참 뒤였지요. 酒友둘과 함께 무작정 한산면에 도착했을 때는 과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무척 난감한 상태였답니다.

점심 무렵 한산면 버스터미널 근처에 도착하여 무작정 길가는 이들을 붙잡고 소곡주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였답니다. “아주머니 여기 소곡주 잘 빚는 집이 있어요?” “어디를 가야 소곡주 맛을 볼 수 있습니까?” 난데 없는 질문에 한산면민들은 친절하게 일러 주더군요. “아아! 소곡주 말이여유? 쩌어기 정육점 주인한테 물어봐유”.

50대 중년 남자 셋이서 푸줏간을 들어서니 이상한 눈초리로 젊은 아낙이 우째 왔냐고 묻는 눈치였습니다. 소곡주 이야기를 꺼내니 대뜸 반색하며 잠시 기다리라 해 놓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아낙의 손에는 한 되짜리 됫병이 들려 있었고 저는 처음으로 노르스름하고도 구수한 향기를 내뿜는 소곡주를 종이 컵으로 한 잔 가득 받고 말았습니다.

한산소곡주 마을
소곡주가 유명한 곳답게 곳곳에서 소곡주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맛보는 소곡주의 달콤한 맛과 독특한 향기에 우리 일행은 입이 찢어 져라 웃었습니다.

누가 빚은 것이며 빚은 이를 만날 수 있느냐 하니 약간은 경계서린 눈치로 술빚은 시어머니는 밭에 나가시고 없다고 하여 할 수없이 각자 술 한 됫 병을 사 들고 이후 행동을 고민하고 있느라 우리도 모르게 웬 사내가 우리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술에 대한 질문으로 난감해 하는 아낙의 처지에 더는 묻지 못하는 우리를 보고는 그 사내는 구세주처럼 우리에게 다가와선 한산 소곡주의 현황에 대해 술술 말해 주었습니다. 정보가 전무하던 우리들에게 “이게 웬 떡인가?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지요.

알고 보니 그 사람은 한산지역의 소곡주를 활성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마을의 조합 회장님이라고 합니다. 회장님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몇 몇 군데의 소곡주 맛을 힘 안들이고 맛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소곡주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와 이야기도 아울러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병의 소곡주도 구입하여 돌아올 수 있었죠. 그렇게 해서 맛본 소곡주는 참 다양하다는 느낌이었으며 가히 술을 여러 각도로 품평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한산면의 명물, 한산 모시

한산면에는 여러 가지 유명한 산물이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바로 한산 모시를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습니다.

모시풀에서 한 오라기 한 오라기 풀어낸 섬유를 일일이 잇고 침을 발라내 실로 만들고 다시 베로 짜 물을 들이면 비로소 탄생하는 한산 모시는 말 그대로 명품이었습니다. 오늘날 말하는 베네통이나 노스페이스 어쩌구는 단순히 좋은 품질과 디자인으로 인한 것이지만 한산 모시로 짠 고운 한복은 “아하! 명품이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하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산모시
“한산 모시관”에서 모시 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요.

한복이 가지는 고운 선을, 아니 날아갈 듯한 고운 선을 어쩜 이렇게 잘 살릴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자연스러운 옷의 맵시는 천의무봉한 천상의 옷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입이 마르도록 찬양한들 한 번 입어 보지 않으면 어찌 알 수가 있으리요.

한산 모시로 옷을 해 입고 앉아서 한산 소곡주를 마시면 뭔가 괜찮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겠습니까? 거기다가 날아갈듯한 여인의 섬섬옥수로 가야금을 ……ㅎㅎㅎ 이런 너무 나가버렸네요. ^^ 어떻습니까? 한 번 누려볼 만한 호사가 아니겠습니까?

하여튼 그로부터 일년 후 버스에 한 가득 회원들을 싣고 재차 한산면 소곡주를 찾아 떠나게 될 줄이야 뉘 알겠습니까? 또한 새로운 인연이 얽혀지면서 이제는 한산 소곡주 하면 항상 좋은 추억이 가득하여 언제라도 한산으로 가고픈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