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이야기 14 – 연잎으로 만든 술, 연잎주의 맑은 그 맛!

연잎, 연꽃

 

관곡지와 연꽃, 그리고 연잎으로 만든 술 “연잎주”

그새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완연합니다. 우리 술 이야기 13번째를 쓰고 난 다음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았던 바람에 14번 째 이야기가 간격이 커져 버렸습니다. 지난 번 글에서 송순주 거른다는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 술은 이미 잘 걸러서 이리 저리 지인들이 마시고 나도 즐겨 마셔서 이젠 반나마 조금 더 남아 있네요. 대신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입추에 들어 서서 인근 시흥에 있는 관곡지로 갔었습니다. 연잎을 구하기 위해서지요.

관곡지는 경기도 시흥시 하중동에 있는 조선시대 세조 때의 연못으로 시흥시 향토유적 제 8호입니다. 조선시대 문신이자 이름난 재상이기도 한 강희맹(姜希孟: 1424~1483)이 명나라에서 연꽃씨를 가져와 이곳에 심은 뒤 널리 퍼졌으며 그래서 이 지역을 연성이라 부르고 해마다 시흥시 향토문화제인 연성문화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인근에 연꽃을 많이 심어 명소로 소문이 나서 연꽃 축제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좋은 술! 우리의 전통주

이 연꽃 축제와 관련한 실화인데요. 저에게 술을 배운 한 분이 이곳 축제에 참가신청서를 내었습니다. 부스를 배정 받고 술에 관한 여러 가지 도구와 전통주 등을 전시하고, 연잎으로 빚은 연엽주(하향주)를 시음주로 내어 놓았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마셔보고는 우리 술 전통주의 다양하고 심원한 맛에 놀라고는 했습니다.

여러 시음을 한 사람 가운데에는 현 시흥시장님도 포함되어있었습니다. 시장님은 연엽주를 맛 보고는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함께 수행한 보좌진에게 연꽃축제와 연계하여 시흥의 특산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강구해보라는 취지로 말씀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마침 제가 방문하여 자리를 뜨고, 조금 지난 후 시장님 일행이 도착하였기 때문에 저는 전달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었지만 여러 사람들에게서 들어서인지 모든 상황이 짐작이 갈 수 있었답니다.

연꽃이 핀 모습
연꽃이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그날 부스를 연 당사자인 분과 우리들은 시흥시와 협력 하에 전통주를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다고 무척 고무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다리던 시흥시 담당자로부터의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 뒤 내막을 알고 보았더니 연꽃과 관련하여 연꽃 막걸리를 개발하고 축제와 연계할 목적을 가진 시흥시 담당자가 자칫 자신이 주도한 목적을 잃게 될까 염려하여 연락을 취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마도 시흥시장님은 이런 연유를 아직도 모르고 계실 겁니다.^^

그 후 일년 여가 지난 후 다시 방문한 시흥시 연꽃 마을은 연꽃 막걸리도, 막걸리학교도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담당자도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연꽃마을 농장 주인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부스를 개설했던 그 분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카페에도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였는데 그 탓인지는 몰라도 축제에 참가했던 그분은 시흥시 여성회관에서 전통주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반가운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연수문화원에서 가르치는 술 빚는 방식은 발효주와 과하주, 증류주에 관한 내용 등 술에 관한 전반이지만 그 특성이 각각 다릅니다. 발효주는 맛과 영양이 풍부하지만 저장기간이 불과 한 달을 넘기기 힘듭니다. 반면에 증류주는 증류되는 과정에 발효주의 풍부한 맛과 영양이 대부분 걸려져 버리고 독한 알코올만 남게 되지요. 하지만 저장 기간은 무한대입니다.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90%의 알코올은 오히려 균을 죽이는 소독약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하주는 발효주의 장점과 증류주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가장 특이합니다. 판소리 흥보가 가운데에서도 과하주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과하주는 우리 전통주 가운데 빼어납니다. 얼핏 알코올강화 와인 같지만 발효 과정에서 좀 더 색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다루는 전통주 과정 가운데 이런 과하주 과정이 절반을 넘는답니다.

발효주(5~18도)로서의 풍미와 색을 가지면서도 변질되지 않고 적당한 도수(21~23도)를 가지고 있어 마시기에 부드럽고 무리가 없습니다. 증류주(35~65도)의 톡 쏘는 맛도 없습니다. 이러한 과하주는 지날 過, 여름 夏, 술 酒 로서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에게 무척 사랑 받던 술이랍니다. 그런데 전세계 어디를 뒤져 보아도 이런 양조방식을 가진 나라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비슷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효모와 효소가 동시에 작용하며(병행 복발효), 쌀을 이용한, 그리고 발효 속도를 인위적으로 조종하여 빚어내는…… 근대 발효의 메커니즘을 밝혀낸 파스퇴르도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는 하이테크 기술을 기술을 이미 우리 조상님들은 구사하고 있었던 것이랍니다.

알코올 도수가 20도를 넘으면 더 이상의 발효가 진행되지 않으며 변패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셨을까요?

하여튼 관곡지의 연꽃축제에서 그 동안 중단되어 왔던 전통주 알리기가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은 우리나라 연꽃의 스토리텔링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니까요. 연잎은 아무 연잎이나 술을 빚는 것이 아니고 입추가 지난 흰 연꽃의 잎이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비린내가 나거나 향이 많이 떨어집니다. 연에는 진흙에서 피어나 그 아름다움이 뛰어난 고로 불교의 상징으로도 쓰여지고 선비들이 즐겨 그 성정을 닮으려 한답니다. 당나라의 시인 두보는 가인설우사(佳人雪藕絲)라 하여 연근을 잘랐을 때 얽힌 실 같은 성분을 가지고 남녀간의 얽힌 정분을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판소리의 심청가는 연꽃을 상징으로 잘 보여주는 우리 나라 대표적인 고전이기도 합니다.

연근은 탄수화물과 아스파라기닌, 타이로신,레시친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비타민C도 많습니다. 상처를 낫게 하고 지혈작용과 설사, 구토를 다스리며 기침에도 좋다고 하네요. 성질이 온순하여 식용으로 하여도 아무런 탈이 없습니다.

 

연잎으로 연엽주 빚기

 관곡지에서 구해온 연잎으로 술을 빚었습니다. 20키로 쌀 한 포대가 통으로 들어갔습니다. 누룩을 활성화 시키고 밑술, 덧술 두 번을 거쳐 바로 어제 10월 28일에야 다섯 번 째 채주가 끝났으니 9월 3일부터 시작된 대장정이 끝이 날 때가 다가온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정밀 여과를 해야하고 후 숙성까지 마치려면 보름 정도 더 있어야 하니 11월 중순에서야 비로소 연엽주의 술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술을 시작한 지 80일 가까이 지나서입니다. 물론 술은 시간을 끌수록 더 맛이 있어지겠지요.

저는 늘 사계절 내내 술을 빚습니다. 봄에는 소나무의 송순을 채취하여 송순주를 빚고, 여름에는 연엽주, 가을에는 국화주를 빚습니다. 겨울에는 이강주(배, 생강, 울금, 계피)를 빚고, 짬이 나면 인삼을 홍삼으로 만들어서 홍삼주를 빚어 마십니다. 이 밖에도 특이한 재료이거나 순전히 곡식으로만 빚어서 마시기도 하고, 풍성한 과일을 이용하여 와인을 만들어 마시기도 한답니다. 지난 여름 공들여 만든 매실과 보리수열매, 개복숭아로 만든 와인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 향과 맛이 일품이라 특히 여성들이 그 맛에 사로잡히면 헤어나기(?) 힘들어진답니다. ^^

이 또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랍니다. 과일과 설탕을 반반 섞어 재여 두는 것은 일반 효소음식 담는 것과 매일반이지만 효소액이 모두 완성되었을 때 이것을 가지고 와인을 만들어 마시니 집집이 수없이 만들어 병마다 담아놓고 먹지 않는 효소액을 이렇게 와인으로 바꿔놓을 수 있어 쓰임새가 많아서 좋고, 또 시간이 지나서 식초가 되면 양조식초로서 훌륭히 음식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버리는 것이 하나도 없는 그런 음식이랍니다.

술의 다음 과정이 식초인데 식초는 우리 나라 음식 재료 가운데 아주 중요한 재료이며 약산성을 가지고 있지만 몸 속에 들어가면 아세트기와 수산기가 해리되어 약산의 아세트기 보다는 수산기의 알칼리성이 훨씬 강한 관계로 전체적으로 알칼리성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장복하면 산성체질을 고칠 수 있고 인체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 준답니다.

술 빚는 일, 특히 고급 술을 빚는 일은 참으로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대표적인 슬로우 푸드인 셈입니다. 이런 술은 우리 몸에 대단히 유익하여 조금씩 식사와 함께 반주로 장복하면 만병을 치료하니 표현이 지나치다고 사람들이 저를 욕하겠지요? 우리들 몸무게의 20%는 자신의 몸무게가 아니라 몸 속에 있는 미생물의 무게라고 들었습니다. 그만치 몸 속에 있는 미생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미생물은 우리 몸 속에 상존하면서 때로는 긍정적인, 때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미생물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만 탈없는 건강한 생활을 이루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는 내 몸 안이 모두 내 뜻대로 인줄 알았겠지만 내 몸마저도 이렇게 타협과 소통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 하물며 타인이야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