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이야기 13 – 증류주 이야기

술, 양주

술과 에너지의 관계

며칠 전 태풍 볼라벤이 지나가더니 하루도 지나지 않아 태풍 덴빈이 또 지나갔습니다. 날이 갈수록 앞으로 태풍이나 폭풍, 국지성 호우 등 기상이변의 패악성은 더욱 더 심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러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바로 화석연료를 무분별하 게 소비하여 지구온난화를 불러 일으킨 우리들 자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후가 순탄하지 못하니 지구촌 곳곳의 식량생산이 원활하지 못하고 대폭 감소될 전망이라고 하니 그로 인하여 나라살림이 넉넉지 못한 국가의 국민들은 기아와 질병에 시달릴 것이라고 합니다. 식량 생산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 하는 것이 바로 옥수수인데 이 옥수수의 많은 양을 대체 연료로 써왔었습니다. 그런데 식량이 모자라게 되었으니 이 옥수수를 식량으로 사용하게 될 모양인데 그러면 대체 연료로 사용할 양이 줄어들게 되니 자연히 그에 따른 원유가도 폭등할게 눈에 선합니다.
과연 올해 유가는 얼마나 오르게 될지 모르겠네요. 혹자는 정유사에서 근무를 하니 기름값이 오르는 게 좋지 않느냐고 말합니다만 그러한 것은 단편적인 식견에 불과합니다. 기름 값이 오르는 것이지, 정유 마진이 오르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기름값이 비싸 사용량이 줄어들게 되니 정유사로서도 좋을 게 없는 것입니다.

바이오 에너지의 원류 중 하나인 옥수수

옥수수로 연료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째 옥수수 기름을 짜내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바이오 연료라고 하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방법은 옥수수도 곡식인지라 그 안에 녹말을 발효시켜서 술을 만들고, 그 술을 증류하여 에틸알코올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에틸알코올은 휘발유 대용이 될 수가 있습니다.

사람이 먹는 식량을 연료가 부족하다고 연료로 대체해 버리니 자연히 식량부족 사태가 오고 국제 식량가격은 천정부지가 되기 때문인데 아무래도 연료 보다는 사람의 호구지책이 우선인지라 식량이나 사료로 전환 되고 나면 그 여파로 원유가가 오를 수 밖에 없겠지요.석유화학 산업은 근대에 들어서 획기적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아주 먼 옛날에는 석유를 사용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그저 호롱불 연료로 쓰는 정도였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액체들은 끓는 점이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 아라비아의 테헤란 근교에 살았던 사람들은 사막의 모래 속에 반짝이던 물질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반짝이는 물질은 황금과 유사했기에 이를 모으거나 변화시키면 반드시 황금을 만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거지요. 화학을 뜻하는 “CHEMIST”는 원래 연금술사를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금술은 바로 무언가를 가공하여 금으로 만드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일확천금의 부를 꿈꾸며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모래를 이리 저리 분류하고 열을 가하고 녹여 보고, 이리 저리 섞어 보았습니다. 그러한 과정에 여러 가지 부산물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먼저 모래를 뜨겁게 가열하였더니 무언가 녹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녹은 물질을 따로이 굳혔더니 투명한 무엇인가가 만들어 졌습니다. 바로 유리의 탄생이었습니다. 처음의 유리는 오늘날의 유리처럼 이렇게 투명도가 높지는 않았겠지만 너무나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보석과 같이 취급했습니다.

녹는 점의 발견을 통해 찾아낸 유리

사람들은 녹는 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각 물질마다 녹는 점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액체는 끓는 점이란 게 있다는 사실과 그 끓는 점 또한 액체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증류와 증발의 차이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증류는 바로 발효된 술을 가열하여 농도가 높은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즉 위스키를 만들고 브랜디를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랍니다.

그 즈음 징기스칸의 군대가 아라비아를 점령합니다. 징기스칸의 군대는 이러한 과학적인 사실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배워서 자기들 나라에 전파합니다. 전세계에 걸쳐 발효주만 있었던 당시에 증류주를 만드는 방법은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삶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발효주는 아무리 잘 보관하더라도 한 달 이상 보관하긴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증류주는 아무리 오래 두어도 변질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식품의 변질도 막아줄 뿐 아니라 상처를 소독하는 용도로도 쓸 수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세균의 존재를 몰랐으니까, 정확한 메카니즘을 몰랐겠지만 아마도 경험적으로 알게 되지 않았을까요?

십자군 전쟁 이후 유럽으로 건너간 증류기술은 수도승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수도승들은 증류주를 악마를 물리친다든가 정신병자를 치료하는 약으로 사용했습니다. 뒷날 노간주 나무 열매인 ‘두송실’을 넣어 만든 “진”이 만들어지기도 하죠. 중세 유럽의 수도원은 자급자족의 일환으로 자체 포도밭을 경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을 재가공하여 브랜디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나라는 고려 말 징기스칸의 군대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평양과 개성 그리고 안동에 주둔하게 되는데 이 때 증류주의 기술이 민간에 전파되었습니다. 지금도 이러한 지방의 소주가 유명하지요.

이후 전국 각지로 퍼져서 여러 가지 유명한 술로 거듭나게 됩니다. 남한산성 소주나 정읍의 죽력고, 김포의 문배주, 진도 홍주, 여산의 호산춘, 한산 소곡주, 안동 소주들은 모두 불소주로서 이름들을 날렸더랬습니다. 석유를 발견했던 사람들은 증류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증류 기술이 가장 발달된 곳으로 갔습니다. 증류 기술이 가장 발달된 곳은 다름 아닌 증류주를 만드는 곳이지요.

당연히 위스키를 만들던 영국의 여러 지방이었습니다. 오늘날 석유화학산업이 꽃을 피우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지방에서부터입니다. 그러니 술과 석유화학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는 사실을 여러분들은 이제 아시게 된 것입니다. 세계적인 석유회사는 모두 이러한 지방에 위치하고 있답니다. 술을 만드는 세련된 증류 기술은 석유를 여러 가지 종류로 분류하여 놓았고 그를 바탕으로 한 자동차 산업과 각종 선박, 항공 산업등 각 분야가 오늘날 엄청난 발달을 가져오게 된 계기가 된 것입니다.

자! 이쯤 하면 정유사에 근무하는 제가 술을 강의하는 것에 대하여 조금은 이해가 가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 술과 석유는 그 바탕이 같습니다. 모두 탄화수소 화합물로 술을 석유로 만들 수 있고 석유를 술로 또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으로 연료, 의약품, 식품, 섬유, 자재, 가전, 페인트 등 현대 모든 산업과 직접적이고 간접적으로 모두 연결되어있습니다. 현대 문명과 석유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입니다. 석유가 고갈이 되더라도 인류는 어떤 형태로든 석유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은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다만 화석연료는 술과는 다르게 지구온난화를 불러 일으킨다는 점이 다릅니다. 술은 RENEWABLE ENERGY 즉 재생 가능 에너지이고 석유는 재생불가능 에너지입니다. 그 촛점은 환경이 순환할 수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어쩌면 술은 인간의 연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열쇠를 갖고 있을지 모릅니다. 인간이 마시고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기계, 장비도 이를 마시고 힘을 내게 되었으니 자연의 이치가 어찌 이리 똑같을까요?

여수엑스포에서 만난 해외 증류주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 시킨 것이 지난 8월 중순에 모두 끝이 났습니다. 바로 올림픽과 여수 세계박람회였습니다. 여름 휴가를 내어 여수 박람회를 갔었고 세계 각국의 부스를 돌면서 자연히 그 나라들의 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이러한 처지가 무척 신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중남미의 럼주와 아르메니아 브랜디 등이 인상 깊었습니다.

중남미의 대표 술 ‘Rum’

럼은 근대 노예사와 얽힌 술이랍니다. 사탕수수로 만든 럼은 농장주인들이 품삯의 대용으로 노예들에게 럼주를 지급하였습니다. 따라서 노예들의 고달픈 삶이 녹아 있습니다. 원래는 박주의 일종이었지만 점차 품질이 좋아지면서 세계적인 술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영국의 넬슨이 전투에서 죽자 그의 시신을 럼주에 담가서 영국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로 인해서 럼은 “넬슨의 피”라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 부스 담당자에게 당신네들의 술 특히 럼에 대하여 관심있다고 하였더니 무척 좋아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도 우리나라의 술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하며 명함을 건넸더니 진열장 가운데 있던 럼 한 병을 꺼내어 나에게 주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급 친해져서 여러 가지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국내에선 구하기 힘든 ‘Armenian Brandy ’

아르메니아 브랜디도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르메니아 브랜디는 잘 찾아 볼 수 없답니다. 구 소련 시절 지도급 인사들의 잔치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유명한 술입니다. 이 후 구소련이 해체 되면서 프랑스 유명 브랜디회사가 아르메니아 브랜디 회사를 통째로 사버렸답니다. 그러면서 최고급 브랜디로 거듭나기 위해 희소가치의 전략을 쓰는 바람에 아직 국내에는 수입되고 있지 않아 대면하기가 무척 어려운 술인데 오늘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여수 세계박람회 관람도 나에게는 여수 술 박람회가 되어 버린 것 같네요. 이후 계속 되는 여정에서 이탈리아 와인이나 멕시코의 테킬라 등 이야기 거리는 널렸지만 여기서 마무리 합니다.

지난 6월 말 시작한 송순주 마지막 마무리가 남았기 때문입니다. 며칠 뒤면 솔향이 은은한 송순주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죠. 송순주 마무리가 끝나자 마자 시흥 관곡지에서 따온 연잎으로 하향주 밑술에 들어갈 수순이랍니다. 바쁘죠? 이래야만 제 때 제대로 빚은 우리 술을 마음껏 맛볼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