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의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이라는 코너가 언젠가부터 사라져 버렸습니다.
만취자임을 빙자하여 세상의 아픈 부분을 패러디 하고 만연하는 세상의 부조리한 부분을 아프게 꼬집고 헤집어 대리만족을 느끼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세상과 술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대단히 유감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빈번하게 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술입니다. 오늘 저녁에도 술 한잔을 어느 누군가와 반드시 걸치고야 말겠다고 다짐하지 않아도 어김없이 술은 저절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곤 하죠.
그러면서도 막상 “술이란 게 도대체 뭐냐?” 라는 물음이 던져지면 제대로 할 만 한 대답이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술술 들어가는 술, 그러나 질문에 대한 대답은 no 술술
“술은 과연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 해왔을까? 최초의 술은 누가 발견, 또는 발명하였을까? 또한 전파된 경로는 어떠했을까?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술은 무엇이고, 세계에서 가장 값나가는 술은 어떤 것이며, 우리나라에도 맛있고, 멋있는 술이 있기나 한 걸까?”
그야말로 궁금한 부분이 많을 텐데 아무도 그런 물음에 의문을 달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술을 마실 것인지 그에 맞는 안주를 무엇으로 선택할 것인지가 관심일 뿐입니다.
혹자는 술은 제일 처음으로 만든 게 인간이 아니라고 합니다. 원숭이가 빚은 술을 인간이 맛보고 이를 흉내 내어 술을 만들었다고 하는 설도 있죠. 서양에서는 ‘디오니소스’라는 신이 인간에게 술 빚는 법을 가르쳤다고 하고 로마인들은 그를 ‘박커스’라고 불렀습니다. 중국에서는 원숭이가 빚었다는 ‘猴兒酒’의 전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원숭이가 인간을 가르친 것도 아니요, 신이 인간에게 가르쳐 준 것도 아닙니다.
아주 오랜 옛날에도 이 세상에는 술을 만드는 미생물인 효모라는 놈이 있었을 것이며 이 효모라는 놈은 당분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달달한 과일의 향을 따라 과일의 겉면에 달라붙어 과일의 당분을 발효시켜 술로 만들었을 것이고 인간은 당분이 발효된 알코올을 맛보면서 비로서 술이란 것을 알게 되지 않았나 추측됩니다.
하여튼 먼먼 옛날, 술이 어떻게 해서 인간의 생활에 밀접하게 되었는지는 그저 상상으로 맡겨두고 매일같이 마셔대다시피 하는 “술” 이란 놈의 정체를 살펴 보도록 합시다.
법적으로 술은 어떻게 정의 되고 있을까요?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안’에서 이 법에서 사용하는 술이란 용어의 정의는 ‘알코올분1도 이상의 음료’를 가리킵니다. 즉 알코올 함량이1% 이상이 함유된 음료이되 약사법에서 정한 의약품은 제외한 물질을 일컫는 것입니다.
만약 알코올이 3% 가량 함유된 약물이 있다면 그것은 약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술이 아니게 됩니다. 그 약물을 마시고 취한 사람이 운전을 한다면 그것은 음주운전에 해당 될까요? 게다가 실제 술이 아주 약한 사람은 드링크제만 먹어도 취해서 밀밭에만 가도 취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애매한 술의 기준. 애정남이 나와서 술의 기준을 정확히 정해주었으면 하네요!
세상은 넓고 좋은 술은 많다
술의 법적인 용어에 대한 이해는 이 정도로 하고, 요즘 자주 나오는 광고 카피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밥 보다 맛있는 것은? 떡!, 떡 보다 맛있는 것은? 무슨 무슨 국수!..가 아니라 정답은 술입니다.
말 그대로 쌀을 생산해서 팔았을 때 1원이 남는다면 밥을 해서 팔면 10원이 남고, 떡을 해서 팔면 100원이 남습니다. 그런데 술을 빚어서 팔면 부르는 게 값입니다. 쇼핑 몰에 가보면 비싼 와인을 비롯하여 수 많은 종류의 외국 술과 우리나라에서 만든 술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술들이 존재하는지 우선 감탄할 일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대개 알고 있는 술이란 소주, 맥주, 막걸리, 양주가 전부입니다. 좀 더 식자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야 위스키나 브랜디, 보드카 정도 그리고 마오타이와 사케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는 만큼 술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게 변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술들은 모두 다양한 루트의 족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차근 차근 정리해 보면 술의 복잡한 갈래를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워낙 종류와 갈래가 많은 터라 우스개 소리로 삼십 년 전에 와인을 알겠다고 떠난 사람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죠. ^^
현재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술은 무엇일까요? 부르는 게 값인 술일망정 제가 알고 있는 술로는 한 병에 22억으로 기네스 북에 오른 브랜디 계열의’헨리4세 두도뇽 코냑’입니다. 1776년 설립된 메종 두도뇽에서 단 한 병만 생산된 술로서 4kg의 백금, 6500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병에 100년 넘게 숙성된 프랑스 코냑 원액이 들어 있습니다. 어지간한 베짱이 없는 사람은 마시기도 전에 심장이 파열될지도 모르겠네요.
세계 주류시장은 2008년 통계로 보면 약 2000조원인데 그 중 미국이 428조, 영국이 230조, 프랑스가 190조원입니다. 한국은 22조원으로 대략 1.1%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 3세계의 술이 930조원을 차지하고 있구요.
하지만 이것은 주류시장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고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술 수출국들은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으며 술을 매개로 한 스토리텔링과 문화까지도 수출하고 있습니다.
좋은 술은 많고 우리 술은 더 좋다
프랑스 와인 372억 달러(수출 93억 달러)
영국 스카치 위스키 61억 달러(수출 39억 달러)
일본 사케 4,886억 엔(수출 70억 엔)
(`90, 농식품부)
자료를 보면 선진국일수록 술의 품질이 높고 유명하며, 값 비싼 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과연 이러한 술에 필적하는 술들이 있을까요?
아! 그 유명한 이순신 코냑(소주)이 있고 막걸리가 있습니다. 하이트나, 카스 맥주도 있고 명절이면 어김없이 선물 목록에 오르는 유명 전통주 역시 있죠.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양주 코너를 배회하고 우리 술 가격의 서너 배가 아닌 수십, 수백 배를 호가하는 외국산 술을 찾아 헤메는 걸까요? 왜 우리 술은 항상 너절하고 값싼 저품질의 술로만 인식되고 있는 걸까요?
이에 대해 할 말이 무척 많지만 항상 이 부분에 다다르면 말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져 옵니다. 한 템포 쉬면서 다음 번 글에서는 우리 술의 처지와 형편에 대하여 횡설수설해보겠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우리 술의 이야기, 다음 포스팅에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