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씽킹 –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로 사고의 폭을 넓히다

비주얼 씽킹

다음이 설명하는 꽃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원산지는 중앙아메리카이고, 높이는 2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있고 잎자루는 길다. 꽃의 지름은 8에서 60cm 정도이며 색깔은 노란색이다.’

백과사전 설명의 일부입니다. 어떤 꽃인지 금방 머리 속에 생각이 떠오르나요? 설명을 듣고도 도통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백번 읽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죠. 즉, 백독이 불여일견입니다.

설명한 꽃은 바로 해바라기인데요. 사진을 보여주면 누구나 다 아는 꽃이죠. 2m 라면 사람보다도 키가 큽니다. 해바라기 그림 옆에 사람을 스틱맨 형태로 쓱쓱 그려 넣었습니다. 2m가 얼마나 되는지 쉽게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왜 텍스트로 설명하면 생각이 금방 떠오르지 않을까요?

해바라기를 설명하는 두 가지 방법
해바라기를 설명하는 두 가지 방법  / 이미지제공: 김은주

우리 뇌는 텍스트보다 이미지 를 더 좋아하며, 이미지로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합니다. 이미지로 저장된 정보가 많으니 이미지로 설명하면 서로 비교하기도 쉽습니다. 우리는 텍스트 중심의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림으로 표현해 보려고 하면 왠지 어렵고 꺼려집니다.

그냥 늘 하던 대로 텍스트 중심으로 살고 싶은데, 세상은 이미지 중심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거기에 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의 비주얼씽킹

 일상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비주얼 중심으로 변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비주얼에 흥미가 없는 눈은 이제 ‘죽은 눈’이나 다름 없습니다. 한번 예를 들어볼까요?

스마트폰 바탕화면은 아이콘 중심이고 텍스트는 확인용으로 거들 뿐입니다. 교통표지판은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디자인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에는 무수히 많은 사진들이 즐비합니다. 우리는 안내표지판을 보고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화장실과 출입구가 어딘지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표지판
비주얼 중심으로 바뀐 우리의 일상, 외국에서도 우리는 간편하게 쉽게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죠 

직장 생활에서의 비주얼씽킹

 직장도 이미 비주얼 중심으로 변했습니다. 비주얼이 없는 기획안은 읽기 힘듭니다. 혹시 지금 ‘이미지 파워가 없는 파워포인트 기획안, 그래프가 없어 결론도 없어 보이는 보고서, 텍스트로 나열되어 헷갈리는 이메일’로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직장 생활에서 비주얼을 사용할 줄 모르면 설득도 쉽지 않고, 협업이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시대마다 그 시대를 관통하는 메가 트렌드가 있습니다. 비주얼이 중요해진 이유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세상은 점점 빨라지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정보는 많아지고 있습니다.

빠르고 바쁜 세상에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하면서도 ‘손가락’으로 휙휙 넘기다가 눈에 띄는 부분만 읽습니다. 이미지와 영상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콘텐츠입니다. 지금 직장에서 필요한 인재는 글이 아닌 비주얼로 생각하고, 비주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비슷한 아이디어 기획안이라 하더라도 비주얼로 표현하고 구성하면 임팩트가 있습니다.

 

인재, 비주얼 씽킹
직장에서도 우리의 생각을 비주얼로 표현할 줄 아는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향상시키는 천재들의 사고법, 비주얼씽킹

 역사상 최고의 천재들은 공통의 사고법을 터득하고 있었습니다. 『생각의 탄생』 서문에서 이어령 교수는 창조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창조적 발상의 근원은 ‘무엇을 끄집어 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끄집어 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음악, 미술, 과학, 수학, 문학 등 분야는 완전히 다르지만, 창조성을 빛낸 천재적 인물들의 발상법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비주얼씽킹, 즉 시각적 사고의 대가들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이미지를 가지고 장난 치며 노는 것’을 좋아했고, ‘이미지는 자신의 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말했습니다.

 

천재들의 사고 발상법, 비주얼 씽킹
천재들의 사고 발상법, 비주얼 씽킹 / 이미지제공: 김은주

『화가와 모델』 이란 제목의 파블로 피카소 작품을 하나 소개합니다. 1927년에 연인이 뜨개질하는 모습을 스케치한 그림인데요. 피카소가 그린 캔버스에 연인의 모습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습니다. 캔버스에는 직선과 원과 같은 낙서만 가득하죠. 연인을 앞에 두고 피카소는 도대체 무엇을 그렸을까요?

피카소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뜨개질하는 연인의 손놀림이 너무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피카소는 연인이 뜨개질을 하는 동안 뜨개바늘이 앞뒤로 움직이면서 직선을 그리기도 하고 원을 그리기도 하는 모습을 캔버스에 옮겼습니다. 연인의 겉모습이 아니라 뜨개질을 하는 연인의 마음을 읽었던 게 아닐까요?!

피카소는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생각을 그리는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비주얼씽킹 훈련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각을 그리는 훈련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연인의 뜨개질 하는 모습을 그린 피카소처럼 간단한 원과 선만으로도 생각을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뇌는 이미지를 좋아한다

 뇌는 글자보다 이미지를 좋아하고 빠르게 반응합니다. 뇌는 기본적으로 이미지 중심으로 사고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마법의 냅킨』에서 댄 로암은 ‘사람의 감각기관이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각이 75%를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고, 냄새 맡는 5가지 감각 중에서 시각이 75%를 차지하고 있음을 시각화하면 아래 그림처럼 됩니다. ‘눈모양 그림’이 정말 많은데요. 그만큼 시각은 정보 저장과 기억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비주얼 씽킹
우리의 ‘뇌’는 기본적으로 이미지 중심의 사고처리를 합니다. / 이미지제공: 김은주

비주얼씽킹이란 무엇인가?

 비주얼 씽킹이란 복잡한 생각을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하여 전체를 통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사고법이자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말합니다. 한 마디로 설명하면 ‘생각을 시각화하기’, ‘이미지로 생각하기’입니다.

 

생각의 이미지화, 비주얼 씽킹
비주얼 씽킹의 정의는 간단하죠. ‘생각의 이미지화’ / 이미지제공: 김은주

직장인에게 비주얼 씽킹이 필요한 이유

 직장인은 사내외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의견을 통합하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주얼을 활용하여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하면 빠르고 명확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죠.

직장인들은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그리고 마케터 등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통합하면서 일을 해나가야 합니다. 직장인들에게 모든 프로젝트는 위대한 피라미드를 만드는 일과 비슷합다. 직장인들에게 비주얼씽킹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데도 매우 유용합니다.

과거 이집트에서는 거대한 피라미드를 짓는데 수많은 사람들을 동원했습니다. 언어가 다르고 글자가 없던 그 시절, 그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의사소통을 했고, 위대한 피라미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그건 바로 이미지로 만들어진 글자, 이집트 상형문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비주얼씽킹
비주얼 씽킹의 효과는 이미 과거 이집트 시대때부터 입증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C-: / 이미지제공: 김은주

낙서와 스케치로 시작하자

 비주얼씽킹을 하려면 평소에 간단한 손그림이나 낙서를 하면 도움이 됩니다. “어릴 때 낙서를 많이 해서 선생님께 꾸중을 자주 듣곤 했는데 그 때의 낙서가 지금에 와서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구글의 로고 디자이너로 유명한 한국인 구글 웹마스터, 황정목씨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구글은 각국 기념일이나 유명 인사 생일 등 특별한 날이 되면 이를 기념하는 의미로 로고 디자인을 교체합니다. 얼마전 한 강연회에서 황정목씨가 직접 그린 구글 로고 스케치를 공개했는데요. 그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스케치 형태의 로고 디자인을 CEO에게 보여주고 승인을 받는다고 합니다. 스케치로 아이디어를 보여주면, 어떤 내용인지 쉽게 알 수 있고, 서로 의논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직장생활에서도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 간단한 스케치를 해보면 좋습니다.

 

구글 로고 디자이너
구글의 유명 로고 디자이너, 황정목씨의 로고 스토리는 어린시절 ‘낙서’에서 시작됩니다. C-: / 이미지제공: 김은주

이 그림은 아인슈타인을 기념한 로고를 만들기 위한 황정목씨의 스케치입니다. 한 스탠포드 대학 교수를 모델로 ‘O’에 아인슈타인을 상징하는 흰머리와 흰 수염을 넣었습니다. 상대성 이론을 구글 로고와 결합해서 ‘Google=mc²’라는 모델방정식을 만들었죠. 이 스케치 만으로도 어떤 구글 로고 디자인이 새로 나올지 예측이 가능합니다.

비주얼 씽킹을 하려면 그림을 잘 그려야 하나요?

 비주얼씽킹 워크숍을 진행하면 ‘그림을 잘 못 그리는데 비주얼씽킹을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바로 답변해 드리자면, 비주얼씽킹을 하기 위해 그림을 잘 그릴 필요가 없습니다.

미술이나 디자인 전공이 아닌 사람들은 그림을 잘 못 그리는 게 당연합니다. 우리는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림을 거의 그리지 않았으니까요. 기본도형과 사물을 단순한 선으로 표현하고, 무엇을 그렸는지 알아볼 수 있는 실력이면 충분히 비주얼씽킹을 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 씽킹
기본 도형과 선만 그릴 수 있다면, 비주얼 씽킹을 위한 그림실력은 이미 가지고 계신겁니다. / 이미지제공: 김은주

기본도구 3종세트

 20~30년 넘게 텍스트 중심으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비주얼 중심 사고를 시작하기 힘듭니다. 비주얼씽킹 기본 도구 3가지는 비주얼씽킹 습관을 만드는 걸 돕습니다. ‘모닝 노트’는 생각을 꺼내기 위한 도구이며, 데일리 드로잉은 그리며 생각하는 걸 돕고, 아티스트 놀이는 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는 걸 도와줍니다.

 

모닝노트, 데일리 드로잉, 아티스트 놀이
비주얼 씽킹 능력을 키우기 위한 연습방법 / 이미지제공: 김은주

우선 비교적 익숙한 도구인 텍스트로 생각을 모두 꺼내놓고 비주얼로 전환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과 글자가 적절히 혼합된 형태가 가장 완전한 비주얼씽킹의 형태입니다. 생각을 꺼낼 때는 글로 꺼내고, 생각을 표현할 때는 스케치나 드로잉으로 표현해보는 것입니다.

보다 창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티스트 놀이를 함께 하면 효과적입니다. 1주일에 2시간 온전히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가까운 공원이나 미술관도 좋습니다. C-:

텍스트씽킹과 비주얼씽킹, 균형이 중요하다

 텍스트 중심 사고에서 비주얼 중심 사고로 바뀌는 것이 단기간에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시간을 두고 뇌를 바꿔나가는 것입니다. 비주얼씽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먼저 텍스트씽커가 되어야 합니다. 먼저 꾸준한 읽기와 쓰기를 권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많은 이미지를 눈으로 봐야합니다. 머릿 속에 많은 글과 많은 이미지들이 들어있어야 꺼내고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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