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는 끝없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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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는 끝없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어쩌다 보니 요즘 여기저기 강연을 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기회를 감사하게 여깁니다. 왜냐하면, 사실 제가 아는 것이 많지 않은데 그래도 뭔가 부족한 지식과 생각을 정리해서 다른 분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제가 배우게 되는 것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질문’의 힘에 대해서 요즘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항상 질문을 받는데 그룹에 따라서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젊은 수평한 조직보다 연배가 있고 직급이 수직적인 문화가 있는 조직에서 질문이 적게 나옵니다. 또 한국 학생들보다 외국 학생들에게서 더 질문이 많이 나옵니다.

끊임없이 질문하는 외국학생들

July GSC go 01 creative 기업소식, 매거진

가장 열렬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했을 때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 강연을 4~5번쯤 했던 것 같습니다. 미국, 싱가포르에서 온 학생들 각각 수십 명의 그룹,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하러 온 1백여 명 그룹 앞에서 어눌한 영어로 강연을 하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질문을 받는다고 하자마자 학생들은 바로 손을 들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강연 시간이 다 되어서 멈출 때까지 거의 끝도 없이 질문이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들은 아주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연결해서 질문합니다.

July GSC go 02 creative 기업소식, 매거진

반면 한국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할 때는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큰 그룹으로 수업할 경우 특히 그런데 “질문해달라”고 요청하면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흐릅니다. 다른 강사들은 이 순간을 견디지 못해 “질문이 없으면 이만 끝내겠습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질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가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30초에서 1분 정도는 질문을 기다리며 여기저기 둘러봅니다. 그러다 보면 멈칫거리다가 질문을 하는 학생이 나옵니다. 보통 누군가 질문을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봇물 터지듯 다른 학생들의 질문도 이어집니다.

어떤 학교 학생들은 질문이 많고, 어떤 학교 학생들은 질문이 별로 없습니다. 왜 그런 차이가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학교문화의 차이이겠죠.

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들이 반반씩 섞여 있는 수업에서 강연해 본 일도 몇 번 있습니다. 질문은 거의 외국인 학생들이 도맡아 합니다. 나중에 수업이 끝나고 나왔는데 교정에서 어떤 한국 학생들이 쫓아와서 “수업 잘 들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왜 아까는 질문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어보니 영어를 잘 못 하기도 하고 자기가 너무 유치한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됐다고 말합니다. “영어와 질문은 많이 해봐야 느는 것이니 다음부터는 그런 걱정하지 말고 용감하게 질문하라”고 조언해줬습니다.

보수적인 문화의 회사일수록 질문이 없다

기업 강연을 나가보면 느끼는 것은 조직문화가 보수적일수록 질문이 없는 편인 것 같습니다. 회사가 전통산업보다는 좀 새로운 영역에 있고 강연대상이 젊은 직원들일수록 질문을 많이 하고 반응이 좋습니다. 뭐랄까 청중에게 더 풍부한 감정이 있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일반화하기는 좀 어렵지만 대체로 회사가 전통산업 쪽에 기운 오래된 회사일수록, 강연대상자들이 중년 남자 일색일 경우 질문이 좀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머리가 굳어버린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질문이 나오는 경우에도 그 강연장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분들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장님이 질문을 먼저 해야 그 옆에 있는 임원들의 질문이 따라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야기한 빠른 세상의 변화에 대해서 “과장 아니냐”, “한국에서는 어려울 것이다” 등의 부정적인 시각을 피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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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일을 해보면 회의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보다 적절하게 질문을 하면서 상사와 동료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해내는 사람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질문하지 않는 문화에서 성장한 한국인이 해외에서 실무는 잘하지만, CEO 등 리더로서 성장해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이래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잘 나가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예외 없이 CEO가 정례적으로 전 직원 미팅을 갖고 회사의 비전과 경영현황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직원들의 질문을 가감 없이 CEO가 받고 성의껏 대답합니다. 이런 문화가 직원 전체가 하나 되어 나아가게 하고 다양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토론을 통해 발굴하는 역할을 합니다.

질문하는 힘은 반복하면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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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내성적인 성격의 저는 성장하면서 전혀 질문이 없던 학생이었습니다. 다만 사회에 나와서 신문기자 생활을 하면서 기사를 써야 하니 취재원과 1대 1로 질문은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거의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질문하는 것이 창피하기도 했고 질문거리가 잘 생각나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향은 제가 작은 회사의 CEO를 해보고,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옮겨서 조직의 장이 되고, 특히 SNS를 통해서 많은 질문을 받고 답을 하면서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질문하고, 질문에 답을 하면서 더 많이 배우게 되고 호기심과 생각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좋은 질문은 관심과 준비를 통해서 나온다

가끔은 컨퍼런스나 세미나에서 사회자 역할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미리 다른 분들이 발표할 내용을 리뷰하고, 세미나의 주제 분야를 더 깊이 찾아보면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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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경험해본 사람들 중 가장 질문을 잘하고 많이 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뭐든지 궁금한 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참지 않고 질문을 해댔습니다. 무례하게 보여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질문을 잘 하지 않는 제게 저와 같이 일했던 이스라엘 보스는 “우리는 그렇게 교육받고 자랐다. 당신도 뭔가 의견이 있을 때 우리처럼 바로바로 질문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질문하는 교육이야말로 ‘호기심’을 키우는 교육입니다. 항상 의문을 갖고 진리를 탐구하는 소위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은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의성 있는 아이디어도 이런 과정에서 나옵니다.

[영화 빅 쇼트에서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펀드 매니저 마크 바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계속 질문을 던진다.]

영화 빅쇼트에서 계속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분)의 모습을 보면서 ‘전형적인 유대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는 물론 밥상머리에서부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유대인 중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모 강연에서 이렇게 질문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어떤 분이 자신의 딸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자신의 초등학생 딸이 유난히 질문이 많은 아이였다고 합니다. 하루는 학교 담임선생님 면담을 하는데 “따님이 너무 질문을 많이 해서 진도를 나가는 데 방해가 됩니다. 그러지 않도록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너무 충격을 받은 그분은 아이를 지금은 제주도의 국제학교로 전학시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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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을 북돋워 줘야 합니다.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걸러집니다. 질문을 하다 보면 조직 개인의 역량도 향상됩니다. 질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키우고 답을 하면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리더부터 솔선수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직원들의 질문을 유도하고 성실하게 답해주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창의력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