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수연이의 아빠와 함께한 봉사활동 이야기
5월 11일 토요일,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바로 우리 가족이 봉사활동을 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매번 아빠 회사에서 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해 왔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곳에서 행사를 한다고 해서 맘이 조금 설레기도 하고 긴장된 상태로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준비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고속도로는 나들이 가는 차들로 붐볐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 가나 봅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우리 가족도 나들이 간다. 조금 더 보람된 곳으로~~
이번 봉사활동은 아빠 회사의 창립기념일을 기념하며 아빠회사의 직원분들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행사였습니다. 2004년부터 매년 거르지 않고 많은 직원들이 전국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니 2010년부터 GS칼텍스 창립기념일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저도 왠지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올해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제7기동군단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해서 군부대가 낯선 저는 그곳에서 뭘 할까 더 궁금했습니다. 아빠에게 왜 군부대에서 봉사활동을 하느냐고 물어보니 아빠 회사와 제7기동군단이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데, 이번 봉사활동은 바깥 나들이가 힘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게 해주려고 군부대의 도움을 받아 하게 된거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드디어 도착! 도착을 하니 씩씩한 군인 아저씨들이 저희를 맞아줍니다. 오늘 하루를 함께할 오순절 평화의 마을, 평택 동방아동재활원, 양평로뎀의집 그리고 GS칼텍스에서 도착할 때 마다 의장대들은 팡파레를 울려줍니다. 아빠회사에서 저 같이 아빠를 따라온 친구들도 많고 제 또래의 장애우들도 많습니다. 오늘 저희를 맞아준 군인 아저씨들을 빼고도 200명 정도가 되는 사람들이 모인겁니다.
우리가족은 네 명의 장애우들과 하루를 보냈습니다. 제 짝은 저보다 한 살 많은 열일곱살인 장해운 오빠, 아빠 짝은 최성호 오빠, 동생 희연이는 아홉 살인 귀여운 먹보 형우, 그리고 엄마 짝은 장난꾸러기 현명이었습니다. 희연이는 형우가 귀여워서 맘에 든다고 좋아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희연이는 해마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언니, 오빠가 짝이었는데 이번에는 동생이라 자기가 더 많이 예뻐해 줄 수 있는게 신나는가봅니다.
오전 열시 부터 시작한 군인아저씨들의 의장대 시범, 군악대 연주, 특공 무술을 제 짝 해운 오빠와 같이 앉아서 구경했습니다. 해운 오빠는 약간의 자폐증세에 말을 잘 못합니다. 좋고 싫은 것은 표정으로 표현 수 있지만 말을 할 수 없으니 오빠는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했습니다.
다음으로 장갑차, 미사일 발사기 등 신기한 장비를 군인아저씨의 설명과 같이 관람하고 운동장에 전시되어 있는 여러 가지 종류의 무전기와 총을 직접 구경했습니다. 군인 아저씨들이 위장술이라며 얼굴에 검은색, 녹색 화장품(?)도 칠해줬는데, TV로만 보던 것들을 실제로 만져보고 설명을 들으니 저도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아빠 짝인 성호오빠는 군복도 입고 총을 들고 사진도 찍는데 우리 해운 오빠는 직접 만지는건 무서운가 봅니다. 좀 속상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명랑운동회를 했습니다. 장애우들은 이런 놀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푸른 잔디 위에서 맘껏 뛰어 놀수 있는 것 자체가 정말 신나나봅니다. 명랑운동회를 하는 중에도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는 친구들이 많이 보입니다.
공을 상대편으로 많이 넘기는 게임, 줄 넘기 게임, 2인 3각, 이어달리기 같은 게임들을 했는데 해운 오빠와 함께 다리를 묶고 함께 했던 2인3각 경기가 저는 그 중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이어달리기에서는 우리 팀이 이겨 모두들 함께 축하했는데, 해운 오빠도 표정으로 좋아하는 것 같아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명랑 운동회가 끝나고 서로의 짝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붙이는 걸 했는데요, 저는 해운 오빠가 기분좋은 일들이 더 많이 생기고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아쉬운 이별을 할 때가 다가왔습니다. 우리 가족은 점심때 이후 계속 치킨과 감자스낵을 먹어서 배가 뽈록한 희연이 짝 형우에게 과자와 치킨을 더 챙겨서 차에 태워 주었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나니 몸은 좀 피곤했지만 알 수 없는 뿌듯함이 생깁니다.
우리가족은 부산에서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해마다 아빠회사 봉사활동에 참여해 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와 유치원 다니던 희연이는 봉사라기 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게 다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함께 시간을 보냈던 언니, 오빠, 친구들과 제가 아주 많이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하루동안 진심으로 스스럼 없이 신나게 논 것도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저와 희연이도 조금은 부족하지만 아저씨, 아줌마들처럼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
이번 봉사활동 후기를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북한산 우이령에서 보았던 숲에 사는 벌레들, 겨울에 구룡마을에서 떡국을 만들면서 만난 회사 아저씨들, 그리고 재작년쯤에 밀알복지재단에서 선물상자와 케잌을 만들어 할머니들에게 전달해 줄 때 만났던 나와 이름이 비슷한 아빠회사의 수현이 이모.. 지금까지 했던 여러 봉사활동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과 추억들이 생각이 납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봉사활동 와서 제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느끼고 가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아빠로부터 항상 책을 읽어 쌓은 지식만큼 중요한 게 경험이라고 배워왔고, 지식과 경험으로 부족한 부분은 예의로 채우라고 조언을 받곤 합니다. 나는 오늘 하루를 제대로 경험했는지 내 짝에 대한 예의를 다했는지 나의 이기심에 질문해 봅니다. 그리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에서 자기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고 말씀하시는 아빠의 여유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